↑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실업급여 지급이 급증하면서 고용보험기금 재원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3월 서울고용노동청 내 급여신청 설명회장 모습. [김호영 기자] |
지난 27일. 중국 장쑤성에서 공장을 가동하는 한국 중견기업 A사는 매일경제신문에 탄식에 가까운 제보를 했다.
한국과 중국 공장에서 2000억원대 매출을 올리는 이 기업의 당면 현안은 '인건비 압박'이다.
그런데 중국 정부에서는 "제발 직원들을 해고하지 말아달라"며 A사에 한국의 고용보험료에 해당하는 실업보험료를 환급해줬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청년 일자리 확보에 비상이 걸린 상황에서 자국 토종기업은 물론 외국인투자기업에까지 지난해 납부한 실업보험료의 70% 이상을 다시 돌려준 것이다.
그런데 한국에서 가동하는 공장에 적용되는 정부의 지원정책 상황을 보면 걱정을 넘어 공포가 엄습한다는 것이다. 선제적인 지원을 기대하는 것은 고사하고 근로자와 기업 지원의 원천인 '고용보험기금' 재원마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대체 한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일단 중국이 자국 기업들은 물론 외투기업에도 실업보험료를 환급해주고 있다는 A사 제보는 사실로 확인됐다. 중국 현지매체 보도와 코트라 무역관 보고서 등을 종합하면 지난 3월부터 중국 정부는 근로자 해고 방지를 위해 외투기업 구분 없이 실업보험료를 환급 중이다.
코로나19 사태로 경제활동이 마비되자 중국 국무원(國務院)이 2019년 1월부터 12월까지 고용 유지에 노력한 기업을 평가해 전년도 실업보험료의 50%를 환급한다고 발표했다. 장쑤성에 있는 A사는 국무원 최소 기준점인 50%에서 장쑤성 추가 지원을 통해 70% 이상을 환급받았다.
중국 매체 보도를 보면 중국 경제의 심장부인 상하이시의 경우 14만여개 중소기업들에 4400억원의 환급액이 지급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기업 한 곳 당 평균 300만원 안팎에 이르는 규모다.
A사 관계자는 "환급액의 크고 작음을 떠나 중국 정부가 그간 고용 유지를 위해 노력한 기업들을 평가해주고 보험료를 돌려주는 시도 자체가 기업으로써는 큰 안도감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한국 정부도 팬데믹 발발 후 기업들의 해고 방지를 위해 기업들에 다양한 지원책을 펴고 있다.
기업들이 입을 모아 가장 큰 체감효과를 느낀다고 지목하는 정책은 바로 '고용유지지원금'이다. 경영난으로 해고가 불가피한 사업주에게 정부가 해고·감원 대신 휴업·휴직을 유도하며 해당 급여의 일정액을 지원하는 제도로 사업주와 근로자가 윈윈할 수 있다.
문제는 이 정책의 재원 저수지인 고용보험기금이 올해 사실상 '제로(0)' 로 말라붙는다는 것이다.
지난 7월 공개된 국회예산정책처 자료를 보면 한국의 고용보험기금은 문재인정부가 들어선 2017년 10조2544억원에서 올해 채 1000억원도 남지 않을 전망이다. 실업률 증가로 일자리를 잃은 이들에게 지급되는 실업급여가 눈덩이처럼 불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작년 7조3532억원이었던 기금 잔고(적립금)가 올해 851억원으로 급감할 것이라는 게 국회예산정책처 분석이다. 가계 살림으로 치면 지난해 통장 잔고에 있던 10만원이 올해 1000원으로 바뀐다는 뜻이다. 편의점에서 껌 한통밖에 살 수 없는 잔고다.
정부도 기금 비상사태를 엄중하게 인식하고 대책을 모색 중이다.
방법은 두 가지다. 고용보험료를 납부하는 저변을 확대하거나 보험료율을 인상하는 것이다.
그런데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5일 국회에서 저변 확대보다 고용보험료율 인상에 무게를 실었다.
경제위기 상황에서 고용보험료를 납부하는 중소대기업과 중소상공인 저변을 확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정부 고용보험통계를 보면 답이 나온다. 고용보험료를 납부하는 100~999인 중소기업 사업장 수는 2017년 7월 1만8970곳에서 올해 1만8200곳으로 770곳이 사라졌다. 경제활력 저하로 신규 진입하는 기업보다 소멸되는 기업이 더 많은 한국경제의 현실이 그대로 노출된다.
문제는 홍남기 부총리 발언대로 정부가 향후 보험료율을 높일 경우 앞으로 고용 환경은 더욱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경제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전 상태로 한국 경제가 완전한 바운스백을 하려면 최소 2~3년이 걸릴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처럼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기업들은 미미한 인건비 증가에도 민감할 수밖에 없다.
A사 관계자는 "고용보험기금이 바닥을 드러낸다는 뉴스도 공포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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