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글라데시 난민캠프에 살고 있는 하미다(가명·왼쪽)의 딸 루나(가명)가 진료를 받고 있다. [사진=세이브더칠드런] |
세이브더칠드런이 유엔난민기구(UNHCR)의 데이터를 분석한 조사에 따르면 지난 수년간 방글라데시와 미얀마에서 태어난 로힝야족 신생아가 10만8037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세계 최대 규모인 방글라데시 콕스 바자르 난민 캠프의 2017년 8월부터의 인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 5월 31일 기준 3세 미만의 아동은 난민 캠프의 전체 인구 9%에 해당하는 7만5971명이다. 이 아이들은 부모가 박해를 피해 방글라데시로 탈출한 후 태어난 셈이다. 또한 2012년부터 미얀마 내 인종 박해가 발생한 이후 라카인주에 거주하는 로힝야 인구조사 결과, 2019년 12월까지 라카인 주 내 21개 임시 실향민 캠프에 살고있는 7세 미만 아동은 3만2066명이며, 이는 전체 실향민 수의 25% 이상이다. 난민 캠프에서 태어난 로힝야 아동은 교육과 기초 보건, 이동의 자유가 제한된 환경에서 원조에 의존해 살고 있는 상황이라고 세이브더칠드런은 전했다.
목숨을 걸고 미얀마와 방글라데시의 국경을 넘어 콕스 바자르 난민 캠프에 온 하미다(40·가명)는 루나(3·가명)를 낳았다. 루나는 현재 만성적인 영양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하미다는 "아이들의 교육과 미래가 걱정된다. 꿈을 키워줄 수 없고 충분한 사랑과 관심을 주기도 어렵다"며 "좋은 음식을 줄 수도 없고, 돈이 없기 때문에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제대로 해줄 수 없어 슬프다"고 말했다.
2012년 발생한 인종 박해 후 강제로 라카인 주 내 실향민 캠프에 살고 있는 카디자(가명)는 일곱 명의 자녀 중 두 명을 이곳에서 출산했다. 카디자는 "이 곳에 온 뒤로 무척 힘들었다. 먹거나 잠을 잘 수도, 아이들에게 약을 줄 수도 없었다"며 "사람들이 집에 불을 지르고 시장에서 사람을 산 채로 태웠다. 아이들과 살아서 이 곳을 탈출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오노 반 마넨 세이브더칠드런 방글라데시 사무소장은 "지난 3년 동안 7만5000 명이 넘는 아동이 콕스 바자르 난민 캠프에서 태어났다. 새로운 탄생은 기쁜 일이지만 아기들이 마주한 현실은 부모가 일을 할 수도, 교육과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도 없고 이동의 자유조차 제한된 세상"이라며 "로힝야 아이들에게 큰 꿈을 꾸라고 가르치고 있지만 난민 캠프 이외의 세상을 알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은 손에 닿지 않는 개념일 뿐이다. 폭력을 피해 탈출한 난민들이 방글라데시 정부의 환대로 한시름 돌린 것도 잠시, 로힝야 난민 위기를 해결할 지속 가능한 방법은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마크 피어스 세이브더칠드런 MST(미얀마·스리랑카·태국) 사무소장은 "라카인 임시 캠프에 살고 있는 3만명 이상의 로힝야 아이들이 바깥 세상과 단절된 채 살고 있다. 어떤 아동도 특정 인종이나 종교를 가졌다고 해서 다른 아이들과 분리된 채 살아서는 안된다"며 "미얀마는 유엔 아동권리협약을 비준하고 어떠한 상황에도 아동을 보호하고 아이들의 권리를 보장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라카인 주 자문위원회의 권고안을 받아들여 로힝야 아동과 가족들의 이동의 자유, 시민권을 비롯한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장기적인 관점의 해결책이 시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방글라데시 콕스 바자르 난민 캠프에서 활동하는 가장 큰 국제 구호개발 단체 중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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