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2분기(4~6월) `웰스파고` 등 미국 주요 은행주식을 대량 매도 처분하고 `배릭골드` 등 금 채굴업체 주식을 사들인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사진 제공 = 각 사] |
1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월가의 고통스러운 최근 거래는 은행 투자'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은행주에 투자했던 헤지펀드들이 줄줄이 두 자릿수 손실률을 기록한 결과 이들 중 일부가 폐업하는 상황이 나왔다고 전했다. WSJ는 헤지펀드들이 올해 은행주 투자로 피 흘리고 있다면서 워런 버핏 회장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마저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주식을 제외하고는 수십억 달러어치 은행주를 대거 처분했다고 보도했다.
19일 뉴욕증시를 보면 은행주를 중심으로 꾸려진 나스닥 은행업종지수(KBW나스닥 은행지수)가 75.98를 기록해 올해 들어 마이너스(-)22.59% 낙폭을 기록했다. 반대로 뉴욕증시 대표 주가지수인 '기술주 중심' 나스닥종합주가지수는 33.42%, '대형주 중심' 스탠더드앤푸어스(S&P) 500지수는 3.59%올랐다는 점을 감안하면 눈에 띄는 하락세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매사추세츠 주 보스턴시에 본사를 둔 헤지펀드 업체 캐스틴캐피털은 고객들에게 폐업을 선언했다. 지난 달 23일 캐스틴캐피털 경영진은 고객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17년의 역사를 뒤로 하고 업무를 중단할 것"이라면서 "적어도 중기적인 관점에서 앞으로 은행 주식은 투자할만한 것이 아니다"라고 적었다고 WSJ는 전했다. 경영진은 "연방 차원에서 코로나19사태에 대응하는 전략이 완전히 결여된 것으로 보이며 은행들의 목표 주가도 신뢰할 수 없다"면서 "보통 우리는 (대출)연체 수치를 보고 은행 재무 제표상 자본과 수익성을 판단하고 투자해왔는데 최근 들어서는 불가능하다고 느꼈다. 빚을 갚아야 하는 기간(채무 상환 만기)이 지난 대출들이 갱신을 통해 다시 대출될 것인지 아니면 대출 갱신에 실패해 은행이 대량 손실을 입게 될 지 여부를 제대로 판단하기 힘들다"고 적었다. 연방 정부가 다양한 코로나19 부양책과 대출 상환 만기 연장 등의 조치를 한 결과 투자자들의 입장에서는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얘기다.
은행주 투자로 곤혹을 치른 것은 유타 주의 솔트레이크시티에 본사를 둔 M3파트너스도 마찬가지다. 2억 6500만 달러 규모 자금을 운용하는 M3파트너스는 지난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은행들이 줄줄이 파산하는 상황에서도 32%수익률을 내 월가에 명성을 알렸지만 올해 1~7월 동안 12.8%손실을 입었다. 2008년 이후 연간화 평균 수익이 10.1%였는데 현재로서는 상황이 정 반대인 셈이다. 월가에서 40년 넘는 투자 경력을 자랑하는 전직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워싱턴 DC지부장 에마뉴엘 프리드먼이 이끄는 EJF캐피털도 같은 기간 19.8% 손실을 입었다. 은행·보험사 등에 투자했다가 21억 달러 손해를 본 결과다.
대거 손실 사태와 관련해 올드팜파트너스의 키에런 카바나 공동창업자는 WSJ인터뷰에서 "금융 부문과 다른 부문을 비교해 보면 지금 시점에서 생명공학이나 기술 관련 부문은 관심가질 거리가 많지만 금융 부문은 그렇지 않다"면서 "많은 자본들이 금융 부문에서 이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 주 뉴욕에 본사를 둔 올드팜파트너스는 2억 7500만 달러 규모의 자금을 운용하는 헤지펀드 업체다.
은행들이 안고 있는 문제는 대표적으로 두 가지다. 우선 은행의 최대 수익원인 '예대 마진'이 급감하는 상황이라고 WSJ는 지적했다. 예대 마진은 대출 이자와 예금 이자 간 차이를 말한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이 지난 3월 이후 '미국판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를 연 0.00~0.25%로 유지하면서 사상 최저금리 상황을 맞자 예대 마진폭도 줄어들었다.
또 다른 문제는 코로나19 탓에 개인 고객과 기업 고객들이 줄줄이 대출 상환 어려움을 겪으면서 이들에게 돈을 빌려줬던 은행도 수백억 달러 규모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정부의 대출 연장 지원책이 나왔지만 불완전한 탓에 은행권 손실을 제대로 추산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온다.
은행권 불확실성이 커지다보니 버핏 회장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는 올해 2분기(4~6월) 들어 BofA를 제외한 주요 은행 주식을 대량 처분하고 금 채굴업체 주식을 사들였다. 지난 14일 월가 주요 투자자들이 2분기 주식 거래 현황을 SEC에 보고한 바에 따르면 버크셔는 '미국 4대 상업은행'으로 꼽히는 웰스파고 주식은 올해 2분기 들어 기존 투자 지분의 25%인 8560만 주 매각했다. JP모건체이스 주식도 3550만 주를 내다 팔아 2분기 말 보유 지분은 2220만 주다. 앞서 5월 처분한 골드만삭스 주식도 6월 말에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버핏 회장은 '은행은 다른 기업들에 비해 큰 실수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은행주 투자를 선호해왔다. 또 성장성 있는 기업을 신중하게 선택해 장기 투자하는 '가치 투자'로 유명하다. 다만 코로나19 이후에는 항공주에 이어 은행주를 빠르게 내다팔아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은행주 투자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만 있는 것은 아니다. 경제 전문 매체 배런스는 버핏 회장이 웰스파고 주식을 대량 매도하는 동안 누군가 이를 대량 매수했다면서 "적어도 2분기에 버크셔와 정반대 매수에 나선 곳이 있는데 이는 데이비드 테퍼가 이끄는 헤지펀드 애팔루사 매니지먼트"라고 전했다. 애팔루사 측이 SEC에 제출한 보고서를 보면, 이 헤지펀드는 웰스파고 주식을 2분기 동안 120만 주 사들인 결과 해당 분기 말인 6월 말 기준 웰스파고 주식을 총 190만 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M3 파트너스 등 일부 헤지펀드의 펀드 매니저들은 오는 3분기에 은행 수익성이 나아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연방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내놓은 중소기업 대상 '급여보호프로그램'(PPP) 대출이 은행 입장에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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