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어 감독, 대선 석달 앞두고 다시 판세분석 글
■ 이번엔 당선자 아닌 '선거연기·취소' 예측
"테러·내전은 물론, 대선 후보가 코로나19에 걸렸다는 사유로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를 연기·취소할 수 있다."
마이클 무어 감독이 오는 11월 미국 대선 일정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 같은 지연·취소 작전을 구사할 수 있다고 예측해 눈길을 끌고 있다.
그는 미국 영화계의 진보 인사이면서도 지난 2016년 미국 대선을 넉 달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당시 공화당 후보의 당선을 점찍어 주목을 받았다.
19일 매일경제신문이 마이클 무어 감독의 팟캐스트 '럼블 위드 마이클 무어'를 확인한 결과 그는 지난 17일(현지시간) '트럼프는 미국과 우리의 민주주의에 전쟁을 선포했다'는 제목으로 올해 대선 판세를 분석하는 글을 올렸다.
지난 2016년 7월 올려 화제가 됐던 '트럼프가 승리할 5가지 이유' 글처럼 석 달 앞으로 다가온 2020년 11월 대선 판세를 예상한 성격이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이번 글에서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통령 후보 중 누가 이길 것인지를 판단하지 않고 오로지 11월 3일 선거 일정이 연기될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11월 3일 예정된 미 대선일을 연기 혹은 취소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방아쇠를 당길 준비가 됐다고 평가하며 "트럼프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사망자 증가, 테러 발생, 재앙적 허리케인, 도시 내전 등을 선거 연기·취소 명분으로 내세울 수 있다"고 밝혔다.
그가 내놓은 더 충격적인 시나리오는 이 같은 재난적 국가 상황 이 외에도 트럼프 자신이나 경쟁 후보가 대선 직전에 코로나19에 감염되는 상황을 핑계로 대선일정을 연기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는 예측할 수 없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이처럼 대선 전부터 '9월의 서프라이즈·10월의 서프라이즈·11월의 서프라이즈·1월의 서프라이즈'를 만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9~11월의 서프라이즈는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을 목표로 벌이게 될 상상을 초월하는 사건을 뜻한다.
1월의 서프라이즈는 11월 대선에서 패배한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결과에 불복해 내년 1월 새 대통령 취임에 차질을 빚게 하는 상황을 가리킨다.
그는 이 같은 사건들이 미국 민주주의의 '저승사자'(grim reaper)가 될 것이라며 실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미국민들이 만반의 경계태세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4년 전 판세예측 적중···러스트벨트 백인 표심에 주목
■트럼프, 실제 미시간·펜실베니아 등서 대이변 만들어
올해 66세인 무어 감독은 1989년 첫 독립 다큐멘터리 '로저와 나'를 시작으로 영화계에 진출해 2002년 미국 총기소유 문제를 다룬 '볼링 포 콜럼바인'으로 그해 아카데미 최고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했다. 2004년 부시 대통령과 이라크전쟁을 비판한 다큐인 '화씨 911'로 칸영화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거머쥐기도 했다.
2016년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맞붙었던 대선판에서 그가 선거 넉달 전 트럼프의 당선을 예측한 글은 지금까지도 화제가 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의 핵심 논리로 당시 무어 감독이 지목한 것은 러스트 벨트의 백인 노동자들이었다. 러스트 벨트는 무어 감독이 태어난 미시간을 비롯해 북부와 중서부의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등 쇠락한 공업 지역을 가리킨다.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 지역이었던 이곳에서 자유무역에 따른 생산기지 이동으로 일자리가 줄어든 백인 노동자들의 반감이 트럼프 지지로 이어져 선거 판세에 대이변을 만들 것이라는 예측이었다. 무어 감독의 부친 역시 미시간 플린트에 있는 제네럴모터스(GM) 픽업트럭 조립공장에서 일했던 노동자였다.
그의 예측대로 '아메리카를 다시 위대하게'라는 트럼프 구호에 열광한 백인 노동자들의 몰표가 쏟아지면서 트럼프 후보는 미시간주에서 0.3%포인트, 펜실베이니아와 위스콘신주에서 각각 0.7%포인트 차로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누르는 이변을 연출하고 제45대 미국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아울러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에서 승리하고도 버지니아와 뉴햄프셔, 캘리포니아주에서 심각한 선거부정이 있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코로나로 바뀐 선거판세…트럼프, 벌써부터 '재선거' 언급
■우편투표 이슈화해 향후 재검표·재선거 명분 쌓기 포석
마이클 무어 감독의 대선 예측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볼 때 현실과 크게 괴리되지 않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어 감독의 글이 게재된 다음날인 지난 1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편 투표가) 조작된 선거로 귀결되거나 결코 결과가 공표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들은 그것(선거)을 다시 해야 할 것"이라며 재선거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지난 7월 말 트위터에 "안전하고 무사히 투표할 수 있을 때까지 선거를 미룰까?"라며 처음으로 선거 연기론을 제기한 후 트럼프 대통령은 연일 민주당에 유리할 것으로 예상되는 우편투표 문제를 거론하고 있다. 또한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나는 지는 것을 싫어한다", "(이번 대선에서 패할 경우 승복할 것인지) 살펴봐야 한
이에 대해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지지기반인 보수·백인 유권자들을 결집시키고 선거 패배 시 우편투표 부정 이슈를 끝까지 물고 늘어지며 재검표·재선거 등 다양한 불복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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