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전쟁 일본의 패전일이자 한국에게는 광복절인 8월 15일이 다가오면서 아베 신조 총리가 고민에 빠졌다.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할지에 대한 것이다.
아베 총리는 재집권 1주년을 맞은 2013년 12월 26일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으며 이후에는 패전일과 봄·가을 제사에 공물이나
공물 대금을 보내고 참배는 하지 않고 있다.
우익 사관을 지지하는 산케이(産經)신문은 아베 총리가 앞으로의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관해 주변에 "물론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다만 '그때'의 상황도 있다"는 발언을 했다고 11일 보도했다.
신문은 아베 총리가 이런 발언을 언제 누구에게 했는지 명시하지 않았다.
보도가 사실이라면 여기에는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고 싶지만, 섣불리 행동으로 옮길 수 없는 상황이 투영된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2013년 4월 16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지난번에 총리였을 때 임기 중(첫 집권기, 2006년 9월∼2007년 9월)에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지 못한 것은 통한(痛恨)의 극치였다"고 말한 바 있으며 재집권 1년을 맞은 같은 해 12월 전격 참배했다.
당시 한국과 중국이 강력하게 비판했고 미국 정부도 이례적으로 실망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일본 국내에서도 파문이 일었다.
이러한 경험이 있는 아베 총리는 이후에는 직접 참배 대신 공물 등을 보냈다.
이번에도 아베 총리가 야수쿠니신사를 직접 참배하기에는 쉽지 않아 보인다.
코로나19가 급격하게 확산하고 일본 정부가 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내각 지지율이 최악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일본여론조사회가 올해 6∼7월 일본 유권자를 상대로 실시한 전후 75년에 관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58%는 총리가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면 안 된다고 반응했다. 참배해야 한다는 답변은 37%였다.
지지(時事)통신은 아베 총리가 올해 패전일에 참배를 보류하고 자민당 총재 명의로 공물의 일종인 '다마구시'(玉串)를 대신하는 돈을 사비로 낼 것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보수·우익 세력은 여전히 아베 총리가 야스쿠니신사를 다시 참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자민당 일부 의원들로 구성된 '보수단결의 모임'은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11일 기자회견에서 아베 총리가 이번에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느냐는 물음에 "총리가 적절히 판단할 사항"이라고 반응했다.
[이상규 기자 boyondal@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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