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발생한 대형참사로 국민의 분노가 커진 가운데 레바논 내각이 현지시간으로 10일 총사퇴를 발표했습니다.
하산 디아브 레바논 총리는 이날 텔레비전으로 방송된 대국민 연설에서 폭발 참사와 관련해 내각이 총사퇴를 한다고 밝혔습니다.
디아브 총리는 "우리는 대규모 참사를 맞았다"며 "베이루트 폭발은 고질적인 부패의 결과"라고 말했습니다.
디아브 총리가 이끄는 내각은 올해 1월 이슬람 시아파 정파 헤즈볼라의 지지를 얻어 출범했습니다.
그러나 정치 개혁과 경제 회복 등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고 폭발 참사가 겹치면서 7개월 만에 좌초하게 됐습니다.
이에 따라 레바논의 정치 혼란이 커지고 현 정부를 주도한 헤즈볼라가 수세에 몰렸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지난 8∼9일 베이루트 도심에서는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특히 8일 대규모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 과정에서 경찰 1명이 숨지고 시위 참가자 및 경찰 230여명이 다쳤습니다.
또 9일부터 압델-사마드 공보장관, 다미아노스 카타르 환경장관, 마리 클라우드 나즘 법무장관, 가지 와즈니 재무장관 등 장관 4명이 잇달아 사임 의사를 밝혔습니다.
앞서 지난 4일 베이루트에서는 대형폭발이 발생한 뒤 160여명이 숨지고 6천여명이 다쳤습니다.
레바논 정부는 베이루트 항구 창고에 6년 전부터 보관된 인화성 물질 질산암모늄 약 2천750t이 폭발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정부 관료들이 위험한 질산암모늄을 베이루트 도심과 가까운 곳에 사실상 방치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레바논은 막대한 국가부채와 높은 실업률, 물가 상승, 레바논 파운드화 가치 하락 등으로 경제 위기가 심각합니다.
지중해 연안 국가 레바논은 이슬람교 수니파 및 시아파, 기독교 마론파 등 18개 종파를 반영한 독특한 정치 체제를 유지하고
명목상 대통령제(임기 6년의 단임제)이지만 총리가 실권을 쥐는 내각제에 가깝습니다.
종파 간 세력 균형을 위해 대통령은 마론파 기독교, 총리는 이슬람 수니파, 국회의장은 이슬람 시아파 출신이 각각 맡는 게 원칙입니다.
이런 권력안배 원칙은 종파 및 정파간 갈등과 정치적 비효율성을 초래한다는 지적을 받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