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국 이동통신장비업체' 화웨이 보이콧을 주도하는 데 이어 틱톡으로 대표되는 중국 온라인사회연결망서비스(SNS) 배제에 앞장서면서 국제 사회가 다시 한 번 출렁이고 있다. 미국에서는 오는 11월 재선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연방 정부 뿐 아니라 의회가 합심해 중국의 국제 사회 여론전과 개인 정보·첨단 기술 훔치기 의혹을 집중 부각하면서 중국 기업 퇴출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반대편 중국은 국제사회가 하나 둘 등 돌리는 분위기로 돌아서자 회유와 압박을 통한 대응에 나서는 모양새다.
7일(현지시간) 중국 측은 "미국의 틱톡·위챗 거래 금지는 자업자득이 될 것"이라고 나섰다. 6일 트럼프 대통령이 틱톡과 위챗 소유 중국 기업과의 '거래 금지' 행정명령에 각각 서명한 데 따른 반발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틱톡에 대해서는 앞으로 45일 이후 모회사 바이트댄스와의 모든 형태의 거래를 금지했다. '45일 기간'은 마이크로소프트의 틱톡 인수전 데드라인(9월 15일)을 염두에 둔 것이다.
6일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성명을 통해 "지난 2019년 3월 한 연구자가 중국 위챗 데이터베이스에서 미국 뿐 아니라 한국과 대만 호주에서 오간 메시지 수십억개를 발견했다"면서 위챗과 틱톡이 중국 공산당의 이익을 위해 활용되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어 행정명령 배경에 대해 "대통령은 국가 안보를 지키기 위해 틱톡과 틱톡 모회사인 바이트댄스, 위챗과 위챗 모회사인 텐센트와의 거래를 금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가 안보상 이유와 관련해 틱톡에 대해서는 "중국 공산당의 가짜 정보 여론전에 이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고 위챗에 대해서는 "미국인들의 개인 정보가 중국 공산당에 유출돼 악용될 위험이 있다"고 꼬집었다.
거래 금지는 다양한 형태의 상업적 교류를 전면 차단한다는 의미일 수 있다. 다만 앞서 트럼프 정부가 휴대폰 제조업체들에 대해 앱 스토어에 틱톡 앱을 넣지 말라고 압박해왔다는 월스트리트저널(WSJ)보도를 감안하면 이번 거래 금지는 특히 애플이나 구글 앱스토어에서 틱톡과 위챗 앱을 제거해야한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같은 날 6일 공화당 소속 조시 하울리 연방 상원의원은 '미국 연방정부가 지급한 휴대전화에서 틱톡 앱을 차단하고 사용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법안이 이날 만장일치로 통과됐다고 밝혔다. 하울리 의원실은 성명을 내고 "중국 공산당과 공산당의 하수인인 중국 기업들에 책임을 지우기 위한 일에 대해 상원은 정당을 불문하고 초당적으로 지지했다"면서 중국 제재 의지를 강조했다. 앞서 2월 24일에는 연방 상원 내 민주당 대표인 척 슈머 의원이 성명을 내고 "중국 법에 따르면 중국 기업은 중국 정부의 정보 수집에 협력하도록 되어있기 때문에 중국 기업은 미국 안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면서 "교통안전국(TSA)직원들의 틱톡 사용이 금지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하원도 틱톡 보이콧을 지지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달 21일 연방 하원은 '연방 정부 지급 통신 기기에서 틱톡을 배제한다'는 내용의 국방수권법(NDAA) 수정안을 찬성 336대 반대 71로 통과시켰다. 하원 정보위원회 간사인 데빈 누네스(공화당) 의원은 지난 2일 "틱톡은 우리가 전혀 통제할 수 없는 중국 앱이기 때문에 매우 불안하다"면서 중국 정부가 틱톡을 통해 미국 정치에 개입할 가능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 달 10일에는 '미국 4대 은행'으로 꼽히는 웰스파고가 직원들에게 "업무용 휴대폰에서 틱톡 앱을 삭제하고 앞으로 사용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린 바 있다. 같은 날 '세계 최대 온라인 상거래 플랫폼' 아마존도 본사 직원에게 유사한 지침을 이메일로 보냈다가 취소했지만 당시 사건을 계기로 아마존 역시 틱톡 금지를 심각하게 고려했다는 점이 알려진 바 있다.
한편 7일 일본 TBS방송은 "일본이 일본 내 틱톡(중국기업 바이트댄스를 모회사로 둔 온라인 동영상 공유 플랫폼 서비스 앱) 사용을 금지하는 경우 중국과 일본 양국 관계에 큰 파장을 부르게 될 것이라고 중국이 압박해왔다"고 익명의 일본 외무부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이는 최근 일본 자유민주당 의원들이 미국과 마찬가지로 일본 내에서 틱톡 사용을 금지하려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는 현지 매체 보도에 따른 중국의 반발인 것으로 알려졌다. TBS보도에 대해 일본 외무부는 즉답을 피했다. 일본 정부는 당장 틱톡 사용을 금지할 계획은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중국이 이웃 국가를 향해 빠르게 반발한 것은 그만큼 자국 정보 기술(IT)기업을 향한 국제 사회 압박이 현실화되고 있는 데 따른 압박감을 반영한 움직임으로 보인다.
하루 전인 6일 인도에서는 정부가 '중국 최대 온라인 검색 포털' 바이두 어플리케이션(앱)과 '중국판 트위터'로 불리는 웨이보 앱, 스마트폰 제조업체 샤오미의 브라우저 등을 추가로 차단했다는 소식이 나왔다. 바이두는 중국 온라인 검색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고 웨이보는 중국의 대표적인 SNS 서비스이며 샤오미는 화웨이·오포와 함께 '중국 3대 스마트폰 업체'로 통한다는 점에서 인도의 이번 조치는 중국을 정면 겨냥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인도 국방부는 6일 홈페이지에 성명을 내고 "지난 6월 중국과의 접경지 군사 마찰에서 비롯된 서먹한 관계는 상당히 오래 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인도 정부의 이번 '2차 차단 조치'는 지난 6월 말 '1차 차단 조치'와 다르게 공식 발표되지 않았다가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6일 타임스오브인디아에 따르면 인도 정부는 이번 조치를 통해 중국 기업 47개 앱에 대해 인도 내 사용을 금지했다. 인도의 '2차 차단 조치' 대상인 47개 앱 중에는 바이트댄스의 동영상 편집 앱(캡컷)과 메이투의 동영상 편집 앱, '온라인 게임 업체' 넷이즈의 메일 서비스 앱, 또다른 게임 업체 히어로워즈 앱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6월 29일, 인도 전자정보기술부는 성명을 내고 "인도의 주권과 방위, 안보, 공공질서를 침해했다"면서 틱톡을 비롯해 '중국판 카카오톡'인 위챗 등 중국 앱 59개에 대해 인도 내 사용을 금지했다. 앞서 같은 달 중순, 중국군이 인도와의 접격지인 히말라야 부근 라다크 분쟁지역에서 인도군을 자극하면서 인도군 20여 명이 사망하는 등 유혈사태가 벌어진 바 있다. 당시 인도에서는 '중국산 불매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다만 글로벌 시장과 국제 사회에서 틱톡 배제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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