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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일(현지시간) 대형 폭발로 초토화되기 전과 후의 레바논 베이루트항 모습을 비교한 위성사진. |
2013년 바드리 다헤르 레바논 관세청장은 수도 베이루트항에 정박해있는 '로수스호'에게 이렇게 요청했다. 선박은 떠날 기미가 없었다. 조지아 바투미항에서 출발해 모잠비크로 가던 도중 문제가 생겨 임시 정박했지만 이내 '선박 운항 상 중대한 위반' 혐의와 항만사용료 미납, 선원들의 불만제기로 인해 베이루트 현지당국에 의해 억류됐기 때문이다.
이번 폭발참사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알려진 질산암모늄 2750톤은 이렇듯 수년 전 러시아 선박으로부터 압수돼 아무런 대응 없이 베이루트항 창고에 방치돼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재정난에 빠진 선박을 구하기 위해 애쓰던 보리스 프로코셰프 선장은 11개월간 화물들과 로수스호에 억류돼있다가 결국 본국으로 송환됐다. 나머지 러시아 선원들도 마찬가지였다.
CNN은 "(배에 선적돼있던) 질산암모늄이 2014년 11월께 베이루트항에서 하역돼 격납고에 보관됐다"고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다헤르 관세청장과 전임자였던 샤픽 메르히가 폭발물에 대한 위험성을 깨닫고 법원의 지시를 구하는 등 도움을 요청했으나 소용이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다헤르 관세청장은 "사법당국에 6통의 편지를 보냈지만 답신이 돌아오지 않았다"고 CNN에게 밝혔다.
안드레아 셀라 UCL 화학과 교수는 "재앙적인 수준의 규제당국 실패"라고 부르며 "질산암모늄 보관에 대한 규정은 대체로 매우 명확하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많은 양의 질산암모늄이 6년 간 방치돼 있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면서 "마치 이런 일이 일어나기 기다린듯한, 사고발생이 시간문제였던 일"이라고 질책했다.
외신들은 베이루트의 위성사진을 살펴본 결과 지난 4일 발생한 참사로 축구장 보다 큰 넓이의 분화구가 생겨났으며 지름이 124m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폭발 전후 사진을 비교해보면 건물과 구조물들은 흔적만 남긴 채 빈자리엔 바닷물이 채워져 있다.
베이루트 당국은 이날까지 파악된 사망자가 135명, 부상자는 5000여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입원환자로 가득차있던 베이루트 시
[고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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