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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사태 속에 `미국 최대 정유사` 마라톤페트롤리움은 자사 주유소 편의점 체인 스피드웨이를 총 210억 달러에 일본 세븐일레븐에 현금 매각하기로 했다. [사진 제공 = 마라톤페트롤리움] |
2일(현지시간) '미국 최대 독립 정유사' 마라톤페트롤리움은 자사 주유소 편의점 체인 스피드웨이를 총 210억 달러(약 25조 1000억원)에 일본계 기업 세븐일레븐에 매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매각 대금 210억 달러는 금액만 따지면 올들어 미국 내 에너지 관련 기업 거래 중 최대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클 헤니건 마라톤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성명을 내고 세븐일레븐에 스피드웨이 체인 총 3900곳을 팔기로 했고, 매각 대금은 전부 현금으로 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세븐일레븐의 미국·캐나다 편의점은 총 1만 4000여곳으로 늘어나게 된다.
마라톤 측은 올해 초 행동주의 투자사 엘리엇매니지먼트로부터 스피드웨이를 분리하라는 압박을 받아왔고 코로나 사태까지 겹치자 현금 유동성 확보를 위해 스피드웨이 매각에 속도를 낸 것으로 보인다. 이번 매각은 코로나19가 미국에 본격적으로 닥치기 전인 올해 초 거래 논의가 있었다가 코로나 사태로 잠시 중단된 후 최근 접점을 찾은 것이라고 마라톤 측은 밝혔다.
이번 거래를 통해 마라톤 측은 매각한 주유소와 관련해 정제시설과 파이프라인은 그대로 운영하기로 했다. 회사는 세븐일레븐 편의점에 앞으로 15년 간 매년 휘발유 등 총 77억 갤런을 공급한다는 추가 협상을 진행 중이며 해당 협상이 내년 초 마무리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조 드핀토 세븐일레븐 CEO도 이날 성명을 내고 "이번 주유소 인수는 미국 동서부·동부 해안 일대 진출·다각화 차원이며 역사적인 것"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여파는 정유 공장에도 그늘을 드리웠다. 앞서 1일 마라톤은 캘리포니아 주 마르티네즈 소재 정유 공장 1곳과 뉴멕시코 주 갤럽 소재 정유 공장 1곳을 합쳐 두 곳 공장을 영구 폐쇄하며 이에 따라 800여명이 일자리를 잃게될 것이라고 밝혔다. 마르티네즈는 캘리포니아 주에서 4번째로 규모가 큰 곳이다. 회사는 코로나19 탓에 차량 운행량·항공기 운행 횟수가 줄어드는 등 수요가 급감한 여파라고 설명했다.
석유로 대표되는 전통적인 에너지 산업이 위축될 것으로 보이면서 마라톤을 비롯한 정유사들은 폐식용유나 산업용 폐유를 활용한 재생 가능 에너지 생산에 방점을 두는 모양새다. 마라톤은 3일 '2020년 2분기(4~6월) 실적'을 발표한다. 증시 데이터분석업체인 레피니티브가 전문가 예상을 집계한 결과를 보면 마라톤 주식 1주당 1.85달러 손실이 예상된다. 앞서 작년 2분기에는 1.73달러 순이익을 기록한 바 있다.
한편 석유수출국기구(OPEC)도 코로나19 사태 이후 원유 소비가 이전 수준으로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을 심도있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8일 로이터통신은 OPEC전·현직 관계자 7명을 익명으로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한 관계자는 "사람들이 새로운 현실에 눈을 뜨고 새로운 현실에 따라가도록 노력하고 있다"면서 변화 수용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원유 수요와 관련해 소비자 행동이 영구적으로 달라지고 있으며 특히 전기 자동차와 재생 가능 에너지가 떠오르고 있기 때문에 원유 수요가 장기적으로도 둔화될 것이라는 방향으로 전망을 수정해야 할 필요성을 언급했다.
12년 전만 해도 글로벌 원자재 시장에서 원유 값은 배럴당 145달러에 달했다. 석유 수요가 나날이 늘어난 당시 OPEC 국가들은 '오일 머니'로 불리는 현금이 넘쳐났지만 현재로서는 원유 수요 급감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OPEC은 지난해 전 세계가 원유를 하루 평균 9970만 배럴 소비한 것으로 보고 올해 1억100만 배럴 소비를 예상했지만 코로나19가 닥쳤다. 이때문에 OPEC은 올해 전망치를 9072만 배럴로 낮췄고 2021년에는 9772만 배럴로 여전히 2019년 수준보다는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
OPEC으로서는 수요 회복을 기대하고 있지만 선물시장에서 9월물 서부산텍사스유는 1배럴 당 40달러선을 간신히 오가고 있
앞서 세계 1위 유전관리업체인 슐룸베르거는 직원 전체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2만1000명을 해고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탓에 올해 2분기 판매 실적이 14년만에 최악이며 당분간 실적 개선 전망이 불확실하다는 이유에서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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