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등은 경쟁자들이 갖지 못하는 데이터, 현금, 인적자원들을 무기로 활용해 도전자들의 제품을 복사하거나 인수하는 방식으로 그들의 싹을 없애고 있다." (데이빗 시실리니 하원의원)
"우리는 지금 제 2의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인지를 묻고 있다. 유감스럽게도 현재 미국의 반독점법으로는 이들의 독주를 막을 수가 없다는 것이 드러났다.' (프라밀라 자야팔 하원의원)
미국 현지시간으로 29일 IT공룡들에 대한 하원의회 청문회가 열렸다. 애플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 네 회사의 CEO가 화상회의 형식으로 한자리에 모인 대형 이벤트인데다 아마존 제프 베조스 CEO가 청문회에 나온 것은 처음이었기에 현지 미디어들의 많은 기대를 모았다. 이 자리에서 하원의원들은 네 회사의 경영관행이 갖고 있는 문제들을 강하게 밀어부쳤다. IT기업 CEO에 대한 청문회는 대부분 의원들의 준비부족으로 시민들의 조롱을 받는 경우들이 많았는데, 이번은 달랐다. 일부 의원들은 이메일 기록을 폭로하는 등 구체적 근거들을 제시해 CEO들을 당황하게 했고, 그 결과 IT 회사들이 경쟁을 의도적으로 저해했다는 사실들이 일부 확인되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페이스북 경영진이 2012년 인스타그램이라는 서비스를 보고 향후 페이스북에 큰 위협이 될 수 있겠다고 판단하고 이를 인수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제리 나들러 하원의원(민주당)은 이날 마크 저커버그 CEO와 2012년 당시 페이스북 CFO였던 데이비드 에버스만의 이메일을 폭로하면서 에버스만 CFO가 '경쟁자를 제거하기 위해서' (Neutralize Competitors) 인스타그램을 인수했다고 주장했다. 저커버그 CEO는 이날 청문회에서 "인스타그램이 모바일 사진 공유라는 영역에서 우리와 경쟁관계라는걸 명확하게 밝혀왔다"고 답했다.
또한 아마존이 온라인 마켓플레이스를 통해 거래한 판매자들의 데이터를 활용해 자체 비즈니스에 활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는 "아마존은 비즈니스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 판매자들의 데이터에 한번이라도 접근하고 사용한 적이 없는가"라는 프라밀라 자야팔 하원의원의 질문에 대해 "없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고 답했다. 또한 2011년 아마존이 기저귀 온라인 판매업체 다이퍼닷컴을 인수할 당시 기업가치를 낮추기 위해 회사영업을 방해할 계획을 세웠다는 이메일 기록도 폭로됐다.
구글에 대해서도 각종 의혹들이 제기됐다. 경쟁 웹사이트가 등장하자 이를 '제거하자'(Proliferate)고 표현한 내부메모가 폭로됐고, 2010년 레스토랑 평가 사이트인 '옐프'(Yelp)가 구글에게 컨텐츠 도둑질을 항의하자, 구글이 되려 '옐프가 검색되지 않도록 조치하겠다'고 협박했다는 내용도 공개됐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에게는 이날 16차례의 질의가 쏠렸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에게도 16차례의 질문이 몰렸고,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에게는 모두 13차례, 팀쿡 애플 CEO에게는 상대적으로 적은 6번의 질문이 돌아갔다. 애플에 대해서는 주로 앱스토어를 운영하면서 수수료 30%를 강요하고 개발자들을 차별하는 문제들이 도마에 올랐다.
데이비드 시실리니 하원 반독점 소위원회 위원장은 파괴적 혁신자들이 나오면 경쟁의 싹을 제거해 버리는 IT공룡들의 비즈니스 관행을 바꾸기 위한 반독점법 개정 입법제안서를 8월까지 내놓을 계획이라고 이날 밝혔다. 그러나 공화당 일부 의원들은 이런 입법안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대선 전 해당 입법이 실제로 이뤄질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날 공화당 의원들은 네 회사의 반독점 관행보다는 정치적 편향성에 대해 공격하라는 당 수뇌부의 메모를 받았다. 그리고 공화당 의원 대부분은 실제로 이날 반독점 관행보다는 보수진영의 목소리를 더 많이 노출시키지 않는 문제 등에 대해 집중 추궁했다.
짐 센센브레너 하원의원은 이날 "반독점법을 바꿀 것이 아니라 정부가 반독점법을 제대로 집행하는 것이 더 중
[실리콘밸리 = 신현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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