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적들의 손에서 풀려난 게 아직도 꿈인지 생시인지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서아프리카 베냉 앞바다에서 나이지리아 해적에 납치된 지 32일 만에 현지시간으로 지난 24일 무사히 풀려난 한국인 선원 5명이 이같이 소감을 밝혔습니다.
어제(26일) 주나이리지아 한국대사관(대사 이인태)에 따르면 석방된 선원 5명 가운데 한 명의 첫 질문은 "우리 피랍뉴스가 한국에 나갔나요"라면서 그는 오히려 한국에 계신 팔순 노모의 한 달여 마음고생을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석방된 선원들은 기관장 등 다 간부급으로 50대이고 선장만 61살입니다. 이름과 얼굴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이들은 지난 6월 24일 참치 조업을 하던 '파노피 프런티어'호를 타고 있다가 납치됐습니다.
선장은 "석방 직후 가족과 통화에서 결혼생활 30년만에 처음으로 아내가 울면서 감격해 했다. 피랍기간에 무사히 버틸 수 있었던 건 가족의 힘"이라며 눈물을 글썽글썽했다고 이인태 대사가 전했습니다.
이들이 같은 배에 타고 있던 가나인 한 명과 함께 스피드보트를 이용한 해적들에 끌려간 곳은 나이지리아 남동부 델타지역이며 그곳 해적 세력은 30∼40명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인질의 몸값을 요구하는 전형적인 생계형 해적들이었습니다.
선원들은 그동안 울창한 맹그로브 나무 밑에 바나나 잎으로 허름하게 지어진 숙소인 움막집에서 생활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해적 은신처는 나무 밑에 있어 공중 정찰로도 잘 보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마침 우기라 모기들이 없어 선원들은 다행히 말라리아에 걸리지는 않았지만, 개미들에게 물리고 가려움증에 시달렸습니다.
식사는 하루 두끼 정도 인도미 라면만 주어졌고 총을 들고 무장한 해적들의 감시를 받았습니다.
해적들은 마약까지 하기 때문에 어떤 행동을 할지 몰라 더 위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성수 주가나 한국대사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석방 협상 과정에서 "해적들이 '선원들을 영영 못 볼 수 있다'고 협박하기도 했다"면서 "국민의 생명이 달린 문제라 긴장의 연속이었다"고 전했다. 선원 송출회사는 부산에 있고 가나에는 법인이 있습니다.
석방된 한 선원도 "대사 차량기와 영사 조끼에 달린 태극기를 보는 순간 한 달 넘게 괴롭히던 긴장이 순식간에 풀려버렸다"면서 석방을 위해 노력해준 정부와 외교부, 나이지리아 대사관에 감사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이 석방후 가장 먼저 접한 한국음식은 삼겹살과 김치였습니다.
나이지리아 대사관이 마련한 안전 숙소에서 생활하고 있는 선원들은 코로나바이러스 유전자증폭(PCR) 진단검사에서 모두 음성으로 나왔습니다. 함께 풀려난 가나인 동료도 병원 검진을 받고 가나 영사에게 인계됐습니다.
선원들은 당초 선적지인 가나로 가려다가 한국으로 돌아가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나이지리아가 국경봉쇄 중이라 제일 빠른 항공편이 8월 초에 있는데 아직 현지 정부 승인이 안 났다고 합니다.
그동안
선원들이 납치된 기니만은 해적들이 자주 출몰하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바다입니다.
정부는 기니만을 '고위험 지역'으로 분류하고 선원과 선박에 철수를 권고하는 한편 국제공조를 통해 해적 퇴치에 나서고 있습니다. 가나에는 한국 선원 100여명이 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