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스턴 중국 총영사관 폐쇄는 미국인의 지재권·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함이다."(모건 오테이거스 美 국무부 대변인)
"주미 중국 대사관에 폭탄·살해협박이 있었다."(화춘잉 中 외교부 대변인)
미·중 간 느닷없이 전개된 총영사관 폐쇄 공방에 세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상호 영토에서 유지되고 있는 외교 자산을 폐쇄·무효화하겠다는 초유의 사건이 벌어졌음에도 정작 싸움의 당사자들은 이 사태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를 두고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양국 외교당국 대변인의 발언을 들여다보면 미국은 중국의 미국 지재권·정보 약탈을 근거로 들고 있다.
이를 두고 "휴스턴에 있는 중국 총영사관을 폐쇄하는 조처가 이와 무슨 연관성이 있느냐"는 의아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 역시 사건의 발단이 된 양국 간 '갈등의 씨앗'이 분명히 있을 것임에도 이를 언급하지 않고 미국의 보복이 비이성적인 행태임을 주장하고 있다.
양국 외교당국이 사태의 본질에 대해 추상적이거나 아예 입을 닫고 있는 상황에서 '갈등의 씨앗'이 무엇인지를 추정할 수 있는 유력한 단서가 최근 중국의 한 언론인 트윗에서 감지된다. 바로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의 후시진 총편집인이다.
그는 지난 22일 미국이 휴스턴 내 중국 총영사관 폐쇄 방침을 처음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주인공이다.
중국 외교부가 이날 공식 브리핑 전 후시진 총편집인에게 미국의 갑작스런 휴스턴 총영사관 폐쇄 조처를 귀띔해 SNS에 전파시켰을 가능성이 크다.
후시진 총편집인은 첫 트윗에 이어 이번 사태와 관련해 올린 다수의 트윗 중 23일 새벽에 의미심장한 글을 올렸다.
그는 해당 트윗에서 "중국이 영사관을 이용해 스파이 활동을 한다는 (미국의) 비난은 너무 경솔하다"라며 "미국은 휴스턴에 있는 중국 총영사관을 폐쇄할 적절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국 정부는) 중국으로 복귀하려는 미국 외교관들의 절차를 방해하지 않았다"고 강조해 주목을 받고 있다.
미 국무부가 사태의 발단으로 주장하는 '지재권·개인정보 보호' 문제와 별개로 최근 양국 간 외교관 파견을 둘러싸고 심한 갈등이 있었음을 시사하는 내용이다.
이와 관련해 SNS에서는 22일 오후부터 "코로나19 사태로 소개령이 내려진 중국 우한 내 미국 총영사관에 미 국무부가 다시 외교관들을 보내려 했는데 중국 정부가 이를 막았다"는 설이 회자돼왔다.
우한 총영사관에 다시 들어오려는 미국 외교관들을 상대로 중국 정부가 외교관 특권을 인정하지 않고 일반적인 코로나19 진단 테스트와 14일 격리 절차를 요구해 미국을 분노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중국 정부가 최근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기원을 조사하기 위해 중국에 도착한 세계보건기구(WHO) 조사단마저 응당 제공해야 할 격리 면제 혜택을 부여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글로벌 팬데믹의 책임 국가인 중국이 조속한 조사 진행과 정확한 사실관계를 원하는 각국 여론이 무색하게 WHO 조사를 초기 단계부터 사실상 방해한 것이다.
마이클 라이언 WHO 사무차장도 지난 13일 언론 브리핑에서 "WHO의 조사단이 중국에 도착해 방역을 위해 격리된 상태"라고 사실을 확인한 바 있다.
이는 그간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우한 바이러스' '쿵 플루'(중국무술 쿵푸와 플루의 합성어)라고 지칭하며 팬데믹 사태의 중국 책임론을 주장해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좌시할 수 없는 중국의 방자한 월권행위다.
더구나 WHO의 대중국 편향성 문제를 거론하며 WHO를 탈퇴한 트럼프 행정부로써는 WHO와 별개로 자체 미국 조사관들을 중국에 파견해 바이러스의 기원을 파악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팬데믹의 최초 발원지로 우한바이러스연구소를 강하게 의심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기원'을 둘러싼 진상조사 결과를 11월 미 대선 전에 발표해야 정치적으로 유리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팬데믹 전까지 미국 경제에 새로운 호황을 만든 자신의 성과가 '중국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훼손됐다는 점을 환기시켜야 조 바이든 민주당 대통령 후보와 대권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코로나19 대응 실패론으로 인해 지난 대선 당시 승리의 발판이 됐던 승부처인 경합주에서조차 바이든 후보에게 밀리고 있다. 지난 19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와 NBC 방송이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바이든 후보는 55%를 차지해 트럼프 대통령(40%)과 15% 포인트까지 벌렸다. 이 추세가 이어질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꿈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중국으로 복귀하려는 미국 외교관들의 절차를 중국이 방해하지 않았다"는 후시진 편집인의 주장이 실제 사실일 경우, 최근 WHO 조사단처럼 트럼프 행정부는 자체 조사단을 구성해 중국 우
공교롭게도 미 국무부가 중국 외교부를 상대로 휴스턴 총영사관 폐쇄를 명령한 시한(72시간)은 제46대 미국 대선을 약 100일 남겨둔 시점이다.
[이재철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