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중국발 코로나바이러스19(COVID-19) 피해가 커지고 있는 '남미 최대 경제' 브라질에서 대통령을 향한 비판이 날로 거세지고 있다. 브라질 인구는 전세계 6위이지만 코로나19 피해는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14일(현지시간) 주앙 도리아 상파울루 주지사는 이날 미국 CNN '커넥트더월드' 인터뷰를 통해 "브라질은 다른 나라와 달리 바이러스가 두 개"라면서 "하나는 다른 나라에도 있는 코로나19이지만 다른 하나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보우소나루 바이러스'"라면서 코로나19와 관련해 안이한 대응을 하고 잘못된 정보를 퍼트리고 있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정면 비난했다.
주지사의 '바이러스 대통령'발언은 브라질이 아닌 해외 언론을 통해 공개적으로 나왔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앞서 주지사는 코로나19 방역을 둘러싸고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대립하면서 대통령이 이끄는 연방 정부를 건너뛰고 독자적인 행동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 4월 5일 도리아 주지사는 "보우소나루는 대통령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면서 "상파울루 주 차원에서 세계은행(WB)에 1억 달러(약 1230억 원) 긴급 자금 지원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브라질은 감염 확진·사망 기준을 통틀어 미국 다음 가는 전세계 두번째 코로나19 피해국이다. 14일 글로벌 데이터 분석업체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이날 브라질 내 코로나19감염 확진자는 총 193만 1204명이며 사망자는 총 7만 4262명이다. 하루 새 신규 확진자가 4만 3245명, 사망자는 1341명 추가된 결과다. 신규 확진자의 경우 지난 7∼10일 나흘 연속 4만 명을 넘었고 11∼13일에는 증가세가 수그러드는 듯 했으나 14일에는 다시 4만 명 선을 기록했다. 14일 신규 사망자 증가폭은 지난달 23일(1374명) 이후 3주 만에 최악이다.
의료계와 외신은 브라질 내 코로나19 전체 확진자 수가 이번 주를 기점으로 2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체 확진자가 200만명을 넘은 것은 현재로선 미국 뿐이다.
브라질 내에서도 남부에 위치한 상파울루 주에 코로나19 피해가 집중된 지역이다. 브라질 '제1경제도시' 상파울루 시가 있고 브라질 내에서도 인구가 가장 많다. 브라질 내 전체 확진자 중 상파울루 주 확진자 비중은 20%정도다. 다만 코로나19가 브라질에서 확산세를 키우기 시작하던 3월 말~4월 초에는 상파울루 비중이 40%에 이르렀고, 브라질 연방 정부가 초기 대응에 실패한 탓에 코로나19가 다른 지역으로도 빠르게 번졌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상파울루 주가 브라질 핵심 지역인 데다 코로나19 피해도 크다 보니 도리아 주지사가 방역과 경제활동 제한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훼방을 놓으면서 둘 간의 대립이 커졌다. 대통령은 방역을 강조하는 상파울루 주와 리우데자네이루 주에 대해 "일부 주지사들의 무책임한 조치로 일자리가 파괴된다"면서 언성을 높여왔다. 연방 보건부의 지침을 무시하고 마스크를 쓰지 않고 돌아다니며 "코로나19는 하찮은 독감같은 것이며 어차피 사람은 언젠가 죽는다"고 말해 시민들에게 안이한 인식을 심어주는가하면 자신이 직접 극우집회에 참가해 군부 독재 지지 연설을 하는 식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무시하는 등 기행을 거듭해 시민들과 야권 정치인들이 대통령 탄핵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여론이 악화된 가운데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수도 브라질리아 소재 대통령 관저에서 새에게 물리는 영상이 퍼지면서 망신살을 샀다. 브라질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지난 13일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산책 중 관저 내 '레아'종으로 보이는 새 무리에 다가가 모이를 주려는 듯 손을 뻗쳤다가 새 부리에 쪼이는 영상이 트위터 등 온라인 사회연결망(SNS)를 타고 퍼지면서 비아냥을 샀다.
비아냥이 해외로도 퍼지면서 14일 미국 폭스뉴스가 현지 반응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에 따르면 브라질 야권 소속 연방 하원 의원인 잔디라 페갈리는 "저 새들은 100%레아인데 대통령이 레아를 잘못 건드렸다"고 언급했고 생물학자인 플라비우 수자는 "자연이 (대통령을)치료해주는 중"이라고 말하는 가 하면 한 언론인은 "동물도 나쁜 사람이 다가오면 알아보는 법"이라고 지적했다. 레아(Rhea)는 타조 목에 속하는 대형 조류다. 날지 못하는 새로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등 남미 대륙에 서식한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지난 7일 코로나19 양성(감염)판정을 받고 이날부로 관저에서 격리 중이다. 다만 격리 바로 다음 날인 8일 트위터를 통해 자신의 근황을 전하면서 "나는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먹고 아주 빠르게 몸 상태가 좋아졌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은 "다른 대안(치료제)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나는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먹고 열이 내리는 등 매우 좋아졌으며 신의 은총으로 오래 살 것같다"면서 자신이 건강한 상태이며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코로나19 치료 효과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문제된 클로로퀸과 클로로퀸 계열 유사 약물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은 전세계 의료계와 세계보건기구(WHO)가 '안전상 우려'를 제기했고, 미국 식품의약국(FDA) 역시 긴급사용을 취소한 말라리아 치료제다. 브라질 노동조합은 "연방 정부가 하이드록시클로로퀸 등을 코로나19 치료제로 사용하라는 강요를 하지 못하게 해달라"는 취지로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기
앞서 7일 대통령은 자신이 양성 판정을 받았음을 알리는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에게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이게 인생이다"고 말한 후 "나는 상태가 좋다"면서 마스크를 벗어보였다가 현지 언론협회가 "대통령이 취재진의 건강을 위협했기에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반발한 바 있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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