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전체 인구의 48%가 영양부족에 노출됐고, 북한 수준의 식량 부족에 시달리는 나라는 전세계에서 아이티 밖에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엔 산하 식량농업기구(FAO), 세계식량계획(WFP) 등 5개 기구가 매년 발표하는 '세계 식량안보와 영양 상태' 보고서가 13일 공개됐다. 주요 국가의 영양상태를 분석해놓은 보고서 부록을 보면 북한은 2017년에서 2019년 사이 전체 인구의 47.6%가 영양부족 상태에 놓여 있다. 이는 2004~2006년의 33.9%보다 오히려 13.7%포인트나 높아진 수치다. 해마다 영양부족 상황이 개선되는 전세계적 흐름과 정반대인 것이다.
인구 수로 보면 대략 북한 주민 1220만명 가량이 식량 부족으로 인한 영양실조 위험에 처해있는 셈이다. 전세계 평균 영양부족 비율은 8.8%이었고 한국의 경우 2.5% 미만으로 평가돼 전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전세계 최빈국으로 꼽히는 아이티는 같은 기간 55%에서 48.2%로 전체 인구대비 영양부족 비중이 소폭 낮아져 북한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 됐다. 최근 북한 상황은 아프리카의 마다가스카르(41.7%), 르완다(35.6%), 모잠비크(32.6%) 등보다도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5세 미만 아동 발육부진 비율은 지난해 기준으로 19.1%에 달했다. 생후 5개월까지 모유 수유 비율은 71.4%로 가봉, 르완다, 솔로몬 제도에 이어 전세계에서 네번째로 높았다.
이같은 지표 역시 식량 부족에서 기인한다. 세계식량계획(WFP)은 최근 북한을 코로나19 여파가 가장 클 것으로 우려되는 49개국에 포함시키면서 식량 등 인도주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워싱턴 = 신헌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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