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코로나바이러스19(COVID-19)가 아메리카 대륙에서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멕시코가 사망 피해가 큰 4번째 국가가 됐다. 바이러스 탓에 사람들이 목숨을 잃는 한편에서 자동차 부품 제조 공장도 가동 위기에 몰리면서 멕시코산 부품을 쓰는 미국 업체들도 덩달아 수급 불안 상황을 맞았다.
12일(현지시간) 멕시코 연방 보건부에 따르면 최근 24시간 동안 276명이 코로나19로 사망한 결과 누적 사망자가 총 3만 5006명으로 늘어났다.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 통계에 따르면 전세계 사망 피해를 기준으로 미국(총 13만5205명), 브라질(총 7만2100명), 영국(총 4만4904명)을 잇는 것으로 12일 부로 멕시코는 이탈리아(총 3만4954명) 피해 규모를 제쳤다.
멕시코 확진자는 이날 신규 4482명이 추가된 결과 누적 확진자가 총 29만 9750명으로 늘어났다. 확진 피해는 전세계 7번째다. 지난해 기준 멕시코 인구는 전세계 10위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인구 규모 대비 코로나19로 인한 확진·사망 피해가 두드러진다.
나날이 멕시코 상황이 악화되자 크리스토퍼 랜도우 멕시코 주재 미국 대사는 앞서 9일 열린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 행사에서 "앞으로 일주일 안에 멕시코산 엔진 부품 부족으로 미국 포드 자동차 등이 생산 차질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멕시코 치와와 주를 비롯한 몇몇 주가 코로나19 확산세가 더 번지는 경우 경제활동 재개를 다시 제한해 공장 가동을 금지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AMLO·암로) 대통령이 이끄는 멕시코 연방 정부는 경제 재개를 선언했지만 주 정부가 이를 되돌릴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치와와 주는 자동차 엔진 등 부품 공장이 밀집한 곳이다.
치와와 주는 멕시코 내에서 피해가 큰 지역은 아니다. 확진자 규모만 보면 수도가 있는 멕시코시티(총 5만 7674명), 멕시코 주(총 4만 2372명), 타바스코 주(총 1만 4958명), 푸에블라 주(총 1만 4246명), 베라크루스 주(총 1만 3782명) 순으로 피해가 크다. 암로 대통령은 12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전체 32개 주 중 9곳만 피해가 크고 나머지 23개 주는 괜찮다"면서 "전반적으로 멕시코의 피해 규모는 줄어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멕시코는 경제협력기구(OECD)가입국이기는 하지만 회원국 중 공공 의료 체계가 가장 취약한 나라로 꼽힌다. 가뜩이나 의약 업계의 고질적 독과점 구조와 정경 유착 문제로 부모들이 아픈 자녀 약값을 제대로 댈 수 없는 가운데 코로나19가 멕시코를 본격적으로 덮치기 전인 지난 1~2월에는 공공 병원과 보건소에서 저소득 층 지원용 기초 의약품과 백혈병, 당뇨병, 심장병, 암 치료제가 동난 탓에 시민들이 거리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서민 대통령'을 표방하며 지난 2018년 12월 '89년만의 정권 교체'를 이룬 암로 대통령이 '약 도둑'을 잡겠다면서 공공 의료 부문과 업계간 유착을 끊겠다고 나섰지만 문제가 해결되기도 전에 코로나19가 덮쳤다.
멕시코는 같은 아메리카 대륙의 미국, 브라질과 더불어 마스크 착용을 거부하는 대통령들 탓에 코로나19 대응이 안이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멕시코의 암로 대통령만은 '노(no) 마스크'를 고집하면서 경제 재개를 강조하는 중이다.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보수 언론들이 자꾸 다른 나라와 피해 규모를 비교한다. 나는 (사회에)평안을 주고 싶다"고 불만을 표하면서 "상황이 심각한 타바스코 주에서 병상을 늘리고 있으며 방역에 대한 주의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발언했다. 다만 '서민 대통령'의 무리한 경제 재개와 안이한 상황 인식 속에 정작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목숨을 잃는 것은 병원갈 돈이 없는 가난한 저소득층이라는 비판도 날로
날이 갈수록 코로나19 피해가 커지면서 멕시코와 국경을 맞댄 미국에서는 지난 11일 부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공식 석상에서 마스크를 쓰고 다니기로 했다. 브라질에서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앞서 7일 코로나19 양성(감염) 판정을 받아 관저에 격리된 상태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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