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PEC+감산을 강조해온 사우디아라비아의 압둘라지즈 빈살만 에너지부 장관(위쪽)과 감산에 반대해온 멕시코.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아래쪽)은 원유 증산을 통한 경제 부흥을 꿈꾸고 있다. 글로벌 원유 선물은 최근 배럴 당 40달러 선으로 올라섰다./출처=사우디 에너지부·대통령트위터·... |
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OPEC+이 다음 달부터 원유 생산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제안에 따른 것으로 이달 OPEC+ 감산 합의량은 하루 960만 배럴인데 8월부터 770만 배럴로 바꾸자는 방안이다. 다른 국가들이 합의하면 8월부터 하루 생산이 190만 배럴 늘어나는 셈이다 .
↑ 국제에너지기구(IEA)의 '7월 원유시장 보고서' |
WSJ는 이런 움직임이 나온 것은 세계 각 국이 코로나바이러스19(COVID-19) 관련 봉쇄 조치를 완화하고 경제 활동을 재개하면서 원유 수요가 정상 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는 낙관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전했다.앞서 10일 국제에너지기구(IEA)는 '7월 원유시장 보고서'를 통해 "중국과 인도 등 몇몇 국가들이 봉쇄 조치를 완화하면서 2분기(4~6월) 석유 수요 감소세가 예상보다 심각하지 않았다"고 하면서 "코로나19에 따른 석유 수요 타격은 최악의 상황을 넘겼다"고 평가했다. IEA는 올해 글로벌 원유 하루 단위 수요를 지난달 전망치보다 40만 배럴 많은 9210만 배럴로 제시했다.
OPEC+의 200만 배럴 감산 움직임이 단순히 글로벌 경제 회복에 대한 낙관적 전망 때문만은 아니다. 앞서 5일 WSJ는 OPEC 대표단을 인용해 최근 사우디의 압둘아지즈 빈 사우드 에너지장관이 OPEC 회원국인 나이지리아와 앙골라,이라크에 "기존 감산 합의를 따르지 않으면 또다시 가격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면서 "당신들의 고객이 누구인지 안다"는 협박성 발언을 했다고 전했다. 이라크는 감산 합의 분의 70%만 이행했고 나이지리아와 앙골라는 각각 77%, 83%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 12일 OPEC+는 화상회의를 열고 5~6월 하루 생산량을 970만 배럴 줄이기로 한 바 있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글로벌 원유 수요 급감과 사우디·러시아 간 증산 경쟁으로 사상 초유의 '마이너스 유가'가 나오는 등 유가 폭락 사태가 이어진 탓이다. 다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OPEC+는 6월 6일 화상회의에서 7월 감산량을 하루 평균 960만 배럴로 하기로 합의했다. 앞서 5~6월 감산에 대해서도 "하루10만 배럴 감산이 마지노선"이라는 입장을 고수한 멕시코가 결국 7월 감산에 참여하지 않은 결과다. 6월 회의에서는 멕시코가 빠지기로 한 데다 이라크가 자국에 할당된 5~6월 감산을 이행하지 않아 7∼9월에 보충하겠다고 약속하는 등 합의국 간 감산 이행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현실이 부각된 바 있다.
사우디 측은 이라크 등 일부 회원국에 OPEC+ 감산 이행 계획을 추가로 제출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OPEC+ 장관급 공동감시위원회(JMMC) 회의 결과 5월 OPEC+ 전체 차원의 감산 이행률은 87%로 조사됐는데 이는 블룸버그가 예상 합의 이행률(77%)보다는 높다. 다만 사우디 등이 유가를 떠받치기 위해 감산 합의분보다 생산을 더 줄인 것을 감안하면 다른 합의국들은 이행률이 더 낮았던 셈이다. 사우디는 지난 6월 생산 할당량보다 오히려 100만 배럴 더 적
일각에서는 OPEC+가 8월 이후 생산을 기존보다 늘리더라도 미국에서 '2차 봉쇄 가능성'이 커질 정도로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유가 불확실성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인오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