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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제약사 브라이트젠의 쑤저우 본사 전경. [사진 = 브라이트젠 홈페이지] |
중국 쑤저우에서 2001년 설립된 한 제약사가 지금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상하이 증시에서 이 기업 주가는 작년 말까지 주당 32위안에 거래됐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고 지난 2월 주가는 69위안대까지 두 배 이상 뛰었다.
지금은 58위안 대로 소폭 낮아졌지만 시장은 2월 폭등 후 언제든지 이 기업 주가가 퀀텀점프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체 이 업체의 주가 급등은 무엇 때문일까. 그 비밀은 바로 코로나19 치료제로 떠오른 '렘데시비르'에 있다.
지난 2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브라이트젠이 미국 기업인 길리어드사가 개발 중인 신약 후보인 렘데시비르를 복제한 약을 대량생산해 코로나19 치료제로 쓸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길리어드 입장에서는 천인공노할 소식이지만 중국 투자자나 보건당국 입장에서는 자국 기업이 미국 기업의 특허에 관계없이 렘데시비르 복제약을 만들고 있다는 건 대단한 희소식이었다. 그 결과 2배 넘는 주가 급등이 나타난 것이다.
◆코로나19 터지자마자 렘데시비르 특허 무력화에 나선 中
주지하듯 길리어드는 렘데시비르를 에볼라 치료제로 개발하다 임상3상 단계에서 중단한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고 렘데시비르가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중증환자 치료제로 효과가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부활이 시작됐다.
재기의 발판을 마련한 길리어드 입장에서 세계 지식재산권의 블랙홀로 악명 높은 중국은 위협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길리어드가 막대한 연구개발(R&D) 비용을 투자해 개발한 이 신약 후보를 브라이트젠은 어떻게 제맘대로 복제할 수 있었던 것일까.
그 답은 공중보건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 특허권을 무력화하는 '강제실시권'(compulsory license) 정책에 있다.
강제실시권이 발동되면 길리어드의 의사와 관계 없이 중국 기업 혹은 기관(제3자)이 그 특허를 사용한 뒤 사후 보상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여기에서 또 하나의 놀라운 사실이 있다.
길리어드가 가진 렘데시비르 특허권 무력화에 나선 기관이 다름아닌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의 '우한바이러스연구소'라는 사실이다.
우한바이러스연구소가 강제실시권 발동을 중국 정부에 청원한 시점은 지난 1월이다. 뒤이어 브라이트젠이 렘데시비르의 복제 작업에 착수하는 연결구조다.
이를 종합해 해석하면 우한바이러스연구소는 전세계 어느 연구진보다 빠르게 렘데시비르의 효과성을 간파한 것으로 보인다.
역으로 렘데시비르의 효과성을 파악한 우한바이러스연구소와 중국 정부가 당시 국제사회에 이 유용한 정보를 투명하고 성실하게 제공했는지는 불투명하다.
일단 지난 1월 중국 정부와 세계보건기구(WHO) 발표 내용을 뒤져보면 중국 정부가 렘데시비르의 효과성을 글로벌 차원에서 공유한 보고서나 관련 뉴스 보도는 발견되지 않는다.
이와 정반대로 AP통신 보도에 따르면 WHO 관계자들은 지난 1월 중국이 코로나19의 위험을 평가하는 데 필요한 세부 정보를 늦게 제공하는 바람에 발을 굴러야 했다.
예컨대 우한바이러스연구소의 스정리 연구팀이 1월 2일 코로나19 유전자 지도를 완전히 해독하고도 당국 지침으로 인해 열흘 뒤인 1월 12일에서야 관련 사실을 공표해 치료제·백신 개발을 지연시켰다는 것이다.
◆피해자인 길리어드의 수상한 침묵···中에 자발적 협조 가능성
중국의 특허권 무력화 조처의 피해자인 길리어드의 태도도 수상하다.
1월 우한바이러스연구소의 강제실시권 청원부터 2월 브라이트젠의 복제약 생산에 이르기까지 렘데시비르는 그 어떤 특허 무력화에 대한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오히려 길리어드는 중국이 복제약 생산 체제를 완성한 뒤인 지난 3월부터 한국을 포함한 전세계 14개 국가를 대상으로 렘데시비르 임상3상 시험에 돌입한다.
에볼라 치료제로써 연구개발 성과가 나오지 않아 임상 3상이 좌초된 상태였는데 고맙게도 중국 연구진들이 코로나19 유력 치료제로 가능성을 대신 확인해준 것이다.
길리어드에 지난 1~2월 중국 우한폐렴 발발은 '패자부활'의 기회를 제공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 때문에 브라이트젠이 코로나 사태 초기에 놀라운 속도로 렘데시비르 복제에 성공한 배경에 길리어드의 적극적인 조력이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만해도 길리어드는 렘데시비르의 글로벌 공급 가격을 환자 한 명 당 약 2340달러(한화 281만원)로 결정해 발표했지만 중국의 복제약 문제에 여전히 침묵 모드다. 이 뿐만이 아니다. 길리어드는 올 여름 전체 생산량의 92%를 미국 정부에 몰아주는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다른 국가들이 적정 규모의 렘데시비르를 받으려면 길리어드와 10월 생산분부터 협상을 벌여야 한다.
공교롭게도 미국을 제외하고는 유일하게 중국만이 이번 매점매석식 계약에 영향을 받지 않고 자국 내 렘데시비르 복제약을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렘데시비르 가격, 향후 다시 조정돼야
아울러 지난달 말 길리어드가 환자 한 명 당 2340달러의 렘데시비르 공급가격을 발표하면서 보건학계에서는 가격 재조정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단체가 미국의 의약품 가격 적정성을 평가하는 비영리 단체인 임상경제평가연구소(ICER)다.
이 곳 스티브 피어슨 사무총장은 "렘데시비르 투여 후 그 효과성에 따라 가격을 내릴 수도, 다시 올릴 수도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미국 정부와 몰아주기 계약을 체결한 길리어드의 행보와 또 다른 미국 제약사인 '애브비'의 서로 다른 행보를 비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애브비의 경우 이스라엘이 지난 3월 중국 정부와 유사하게 자사 자사의 후천성면역결핍증(HIV) 치료제인 '칼레트라'에 대해 강제실시권을 행사하자 "코로나19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고자 한다"며 아예 전세계 특허를 포기하는 결정을 내렸다.
당시 파이낸셜타임스(FT)는 막대한 개발 자금이 들어간 약품에 들어간 특허를 포기한 것은 애브비가 거의 세계 최초라며 글로벌 백신
비록 WHO가 최근 칼레트라를 코로나19 치료제 후보에서 탈락시켰지만 석 달 전 애브비의 희생적 결정은 인류 재난 사태에서 치료제 대량 생산과 공평 분배를 앞당길 수 있는 모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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