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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리어드, 렘데시비르 |
#이탈리아 스페인 영국 독일 스웨덴 스위스 네덜란드(유럽 7개국)
이 두 대륙에서 총 13개 국가들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GS-5734™'으로 명명된 임상시험이 바로 그것이다.
전세계 코로나19 팬데믹이 본격화한 지난 3월, 이 국가들은 미국 제약회사 '길리어드 사이언스'와 손을 잡는다. 현재 코로나19 치료제로 가장 확고한 위치에 서 있는 렘데시비르를 만들고 있는 기업이다.
당시 길리어드는 'GS-5734™' 임상시험의 주최기관이자 스폰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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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의학도서관 사이트에 등재된 길리어드사이언스의 렘데시비르 글로벌 임상시험 추진 내용. 참여기관을 클릭하면 미국을 제외하고 13개국의 의료기관이 이 임상시험에 석 달 간 참여해 렘데시비르의 안전성과 효과성 입증에 기여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자료=미 국립의학도서관 홈페이지> |
영국(의료기관 15곳)과 스페인·이탈리아(12곳)의 경우 길리어드가 미국 본토에서 진행한 임상시험 그 어느 지역보다 많은 규모였다. 캘리포니아주(33곳)를 제외한 다른 어느 주보다 영국과 스페인, 이탈리아의 의료기관 참여 규모가 많았다.
한국은 국립중앙의료원과 서울의료원, 경북대병원 등 총 3곳이 길리어드사의 임상시험에 동참했다.
이처럼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석달 간 13개 해외 국가가 제공한 임상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길리어드사는 지금의 렘데시비르 효과성을 입증할 수 있었다. 당연히 향후 렘데시비르 공급 계약에서도 임상시험에 참여한 국가들은 우선순위가 부여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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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 길리어드사의 렘데시비르 글로벌 임상시험에 한국에서는 국립중앙의료원, 서울의료원, 경북대병원 등 3곳이 참여했다고 미 국립의학도서관 사이트에서 확인되고 있다. <자료=미 국립의학도서관 홈페이지> |
7월 생산 예상량의 전량(100%) 및 8~9월 생산량의 90%를 미 정부에만 공급한다는 것이다. 의약 전문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트럼프 행정부가 싹쓸이한 3개월치 렘데시비르는 약 8만명의 중증 환자들에게 투여될 수 있는 분량이다.
8만명이라는 규모가 얼마나 대단한지는 현재 전세계 중증 코로나19환자 통계에서 짐작할 수 있다.
3일 현재 월드오미터 집계 코로나19 확진 규모를 보면 1000만명이 넘는 누적 확진자 중 완치가 된 감염자를 제외하고 중증환자로 분류되는 이는 최소 5만8136명이다.
미국이 석 달치로 싹쓸이 구매한 렘데시비르 8만명 투약분이 현재 전 세계 중증환자 전체를 커버할 만큼 대규모 계약이었음을 알 수 있다.
3일 현재 미국에 이어 감염세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브라질은 전날 하루 사망자가 1300명을 돌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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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일 월드오미터 통계에서 나타난 전세계 중증 코로나19 감염환자(붉은색) 규모는 최소 5만8136명으로 추정된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길리어드사와 계약한 석 달치 물량(8만명 치료분)이 얼마나 심각한 모럴해저드에 해당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자료=월드오미터> |
그러나 7~9월 생산분을 사실상 모두 자국에 헌납한 길리어드사의 비도덕적 결정으로 의료기반이 열악한 개발도상국과 후진국 국민들은 앞으로 석 달 간 렘데시비르 치료제를 확보할 수 없게 됐다.
일말의 희망은 트럼프 행정부가 마음을 바꿔 8만명 투여분 중 일부를 향후 인도적 차원에서 이들 국가에 나눠줄지 여부다.
그런데 최근 길리어드와 싹쓸이 계약에 성공한 미국 보건부 장관의 발언을 보면 그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알렉스 아자르 미 보건부(HHS) 장관은 대량계약 체결 후 공식 성명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치료제에 미국민들이 접근할 수 있도록 대단한 딜을 일궈냈다. 우리는 그 어떤 미국 환자도 원하는 만큼 렘데시비르를
임상시험에 참여해 약품의 안전성과 효과성 입증에 도움을 준 13개국은 고사하고 의료시스템 붕괴에 돌입한 후진국 감염환자들을 상대로 미 보건부나 길리어드사로부터 어떤 휴머니즘의 메시지를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다.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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