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차 감염파동에 이어 6월부터 미국 내 코로나19 감염파동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코로나19 감염·사망 집계 사이트인 월드오미터의 각종 통계와 그래픽을 보면 대부분의 지표가 급격한 우상향을 그리고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유일하게 증가가 아닌 하향세를 그리는 지표가 눈에 띈다.
바로 사망자 발생 통계다.
매일경제가 월드오미터 사이트에서 신규사망자 7일 평균선과 신규확진자 7일 평균선을 추출해 비교한 결과 지난 4~5월 쌍둥이처럼 함께 움직이던 이 두 개의 곡선이 6월부터 탈동조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예컨대 미국 내 신규 확진자가 하루 3만4000명 이상 쏟아졌던 4월 초부터 하루 사망자도 2000명대를 돌파하며 급상승했다.
또 4월 말로 접어들면서 하루 3만9116명의 하루 신규 확진자(현재까지 최다 기록)가 나왔는데 이 즈음에 하루 신규 사망자도 무려 2749명에 달했다.
이 역시 7월 1일 현재까지 하루 최다 사망자 기록이다.
그런데 6월부터 두 곡선의 동조화 흐름이 깨지고 있다.
이전까지는 확진자가 늘면 사망자도 더 많이 쏟아졌는데 오히려 최근 흐름은 확진자가 폭증해도 사망자는 더 감소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4월 1차 파동 당시 하루 2000명이 넘는 아까운 목숨이 사라졌던 때와 비교하면 미국에 천만다행한 일이자 코로나 치료 대응에 애를 먹는 다른 나라에도 희소식이 될 수 있다.
주지하듯 미국은 6월 초 본격화한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조처와 들불처럼 번진 조지 플로이드 사망 관련 인종차별 집회 등이 맞물려 2차 감염 파동이 시작됐다.
신규확진자 7일 평균선으로 보면 6월 중순부터 하루 평균 2만3000명대 벽을 돌파해 6월 30일 4만2981명까지 줄곧 우상향했다.
그런데 신규사망자는 6월 초 마침내 하루 1000명 미만으로 낮아진 뒤 6월 말까지 내리 감소하고 있다.
특히 6월 27~30일까지 나흘 간 하루 확진자 수는 모두 600명을 밑돌았다.
4~5월 동안 하루 사망자가 1000~2000명으로 급증했다가 2차 파동이 현실화한 6월 오히려 하루 사망자 수는 1000명대 밑으로 낮아져 최근 500명대로 진정된 것이다.
이처럼 '확진자가 늘면 사망자도 비례해 증가한다'는 기존 동조화 흐름이 갑자기 6월부터 180도 달라진 이유는 무엇일까.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치명성이 갑자기 4월보다 6월에 약화됐을 가능성이 없다는 점에서 가장 유력한 요인은 중증환자 '치료역량 향상'으로 모아진다.
팬데믹이 장기화하면서 집중치료실(ICU)로 모여드는 중증환자들을 상대로 의료진들의 대응 역량이 향상됐을 가능성과 더불어 렘데시비르 등 각종 치료제의 임상효과가 속속 터져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5월 미 국립보건원(NIH) 임상시험 결과 렘데시비르를 투약한 중증 환자의 회복 기간이 플래시보(위약)를 투약한 중증 환자보다 31% 빨랐던 것으로 확인됐다.
뒤이어 6월 초에는 렘데시비르가 중증 코로나19 환자 600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결과가 나왔다.
기존 표준치료에 렘데시비르를 추가해 치료한 환자들의 76%가 치료 11일째 되는 시점에서 호전됐다는 내용이었다.
또 렘데시비르에 항염증제인 덱사메타손이나 바리스티닙 등을 함께 투여했을 때 치료 효과가 더 개선될 것으로 보고 세계 각국에서 관련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적당한 치료제를 찾지 못하고 말라리아 치료제와 항생제 복합 투여 등으로 대응했던 4~5월 상황과 크게 달라진 것이다.
미국에서 속속 발표된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 결과는 다른 나라의 코로나19 대응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싱가포르는 6월 코로나19 환자들을 대상으로 렘데시비르를 투여할 수 있도록 조건부 승인 조처를 내렸다.
한국도 지난 6월 21일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가 중증환자 치료를 위한 렘데시비르 투여를 권고했다.
뒤이어 7월 1일부터 한국에도 렘데시비르가 국내에 공급된다는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6월 들어 급격히 꺾였던 미국 내 하루 사망자 수가 7월에 여전히 하향 흐름을 유지할지 아직은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렘데시비르와 덱사메타손, 바리스티닙 등 치료제 효과 못지 않게 중요한 게 중증환자 치료를 위한 집중치료실(ICU)의 충분한 확보다.
안타깝게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등 주요 도시에서 ICU 부족 사태가 현실화하고 있다.
지난 4~5월 하루 최대 2000명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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