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이 국교 정상화 협정에 서명한 지 오늘(22일) 55주년이 된 가운데 양국 관계는 수교 후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55년 전인 1965년 6월 22일 이동원 당시 한국 외무부 장관과 시이나 에쓰사부로(椎名悅三郞) 당시 일본 외무상은 도쿄에서 '대한민국과 일본국 간의 기본관계에 관한 조약'(한일 기본조약)과 '대한민국과 일본국 간의 재산 및 청구권에 관한 문제의 해결과 경제협력에 관한 협정'(한일 청구권 협정)을 비롯한 4개의 부속 협정에 서명했습니다.
이는 단절된 양국의 국교를 회복하는 분기점이 됐으나 징용 판결 갈등을 비롯해 한일 관계가 악화하는 불씨로 남았습니다.
수교 협상 과정에서 한국과 일본은 식민지 지배의 성격에 관해 이견을 정리하지 못했으며 최근에는 청구권의 범위를 두고 충돌하고 있습니다.
한일 기본조약은 일제의 한반도 식민지 지배에 관해 "1910년 8월 22일 및 그 이전에 대한제국과 대일본제국 간에 체결된 모든 조약 및 협정이 이미 무효임을 확인한다"라고 규정했습니다.
또 한일 청구권 협정은 한일 양국과 국민 사이의 청구권에 관한 문제가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이 된다는 것을 확인한다"고 기술했습니다.
징용 판결을 둘러싼 갈등의 이면에는 이들 협정이 있습니다.
우선 식민지 지배에 관해 '이미 무효'라고 규정한 것에 대해 한국 측은 이 조항이 일제의 식민지 지배가 처음부터 불법이라는 의미로 풀이했습니다.
한국 대법원은 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 일본 정부의 한반도 식민지배가 "불법적"이라고 판시(2018년 10월 30일)해 이런 인식을 명확하게 드러냈습니다.
하지만 일본 측은 식민지 지배가 당시에는 양국의 조약에 의해 이뤄진 합법적인 것이었고 나중에 무효가 됐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청구권 협정은 징용 판결 갈등과 직접 관련돼 있습니다.
대법원은 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측으로부터 당한 불법 행위나 인권 침해에 대한 위자료 청구권은 청구권 협정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반면 일본은 청구권 협정으로 청구권 문제가 완전히 최종적으로 해결됐는데 배상하라고 명령한 것은 협정 위반이라고 주장합니다.
징용 피해자의 청구권도 협정에 포함됐다고 전제한 셈입니다.
협정의 적용 범위를 판단할 권한을 지닌 대법원이 청구권 협정에 징용 피해자의 위자료가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결했으므로 삼권 분립에 따라 이를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 문재인 정부가 일관되게 밝힌 입장입니다.
일본 정부는 판결 자체가 국제법의 일종인 청구권 협정 위반이라며 맞서고 있습니다.
최근 한국 법원은 대법원판결에 근거해 압류한 일본 기업의 한국 내 자산 강제 매각에 필요한 절차를 재개했습니다.
일본 정부는 강제 매각이 이뤄질 경우 보복 조치에 나설 가능성을 내비치는 등 악화한 양국 관계는 출구를 찾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이런 가운데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록된 일제 강점기 징용 현장을 놓고 역사 갈등에도 다시 불이 붙었습니다.
일본 정부는 하시마(端島, 일명 '군함도')를 비롯한 징용 시설에서 한반도 출신 징용 피해자들이 강제 노역으로 희생됐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조치를 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이를 지키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최근 도쿄에 개관한 산업유산정보센터는 징용 피해를 제대로 보여주기는커녕 군함도에서 인권 침해나 차별이 없었다는 이미지를 부각하는 전시를 하고 있어 논란을 키웠습니다.
한국 정부는 일본 근대산업시설 23곳에 대한 세계유산 등재 취소를 요구하는 내용의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명의 서한을 이달 안으로
일본 정부의 대한(對韓) 수출 규제에 맞선 세계무역기구(WTO) 분쟁 해결 절차가 진행 중이라서 경제 분야에서도 양국의 갈등은 이어질 전망입니다.
아울러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연장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시한이 올해 8월이라서 갈등이 다시 안보 협력 분야로 번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