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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고온 기후에 돌입한 이란에서 역으로 하루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2000~3000명씩 쏟아지며 2차 대감염 파동 국면을 보이고 있다. |
지난 3~4월 코로나19 팬데믹에 시달린 국가들은 고온다습한 여름이 하루빨리 찾아오기를 기대했다.
그런데 정작 기온이 30도를 넘어 40도 이상 올라가도 코로나19 감염세는 주춤하지 않고 오히려 기승을 부리는 사례가 세계 각국에서 발생하고 있다.
온도와 습도의 변화에서 희망을 찾는 것보다 마스크 착용·부지런한 손씻기·2m 이상 사회적 거리두기만이 역대 최악의 바이러스에 대응하는 '정공법'임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고온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잦아들 것이라는 기대감이 얼마나 공허한 것인지를 보여주는 사례는 아시아에서 인도·방글라데시, 그리고 중동의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다.
인도는 지난달 말 북부 여러 지방에서 기온이 뜨겁다 못해 태워버릴 듯한 45도를 넘는 열파에 허덕였다. 지난달 26일 라자스탄주의 추루 지역은 최고 50도를 기록할 정도였다.
이처럼 살인적 무더위가 지난달 말부터 본격화했지만 인도의 코로나19 확진자는 인도에서도 수도 뉴델리를 중심으로 최악의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인도 보건부에 따르면 14일(현지시간) 인도의 하루 신규 확진자 수는 1만1929명으로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으로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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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월부터 고온 기후가 계속되고 있음에도 방글라데시의 코로나19 확진자는 최근 잇달아 하루 최다 감염 신기록을 쏟아내며 중국 누적확진자 규모마저 추월했다. |
인도 접경국인 방글라데시도 최근 고온 기후에서 하루 신규 확진자 최대기록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9일 기준 3171명의 확진자가 나와 하루 신규 확진자 기록을 경신한 데 이어 14일 3471명으로 또 다시 닷새 전 기록을 추월했다.
방글라데시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15일(한국시간) 정오 기준 8만7520명으로 이미 중국(8만3181명)을 추월한 상태다.
3월 초 첫 확진자가 나온 인구 1억6500만명의 이 나라가 작년 12월부터 감염자가 쏟아진 인구 14억 4000만명의 중국을 석 달만에 넘어선 것이다.
한때 최악의 코로나19 감염사태로 국가적 위기를 맞았던 이란 역시 최근 고온 환경으로 바뀌었지만 신규 확진자 수는 지난 4월 수준으로 다시 급등했다.
이란 보건부는 14일(현지시간) 코로나19 사망자가 직전 24시간 동안 107명으로 집계된 것을 비롯해 신규 확진자가 2472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란은 지난 2월 19일 첫 발병 뒤 증가해 3월 말 3000명을 넘었다가 4월 한 달간 하락, 5월 2일 802명까지 떨어졌다.
이후 5월 한 달간 다시 오름세로 반전해 재확산했고 6월 초 3000명이 넘어 두 번째 정점을 찍었다. 이른바 2차 대감염 파동이 온 것이다.
이란은 누적확진자 규모로는 세계 10위이자 중동지역 국가 중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사망자 수 역시 중동지역 국가 중 1위다.
여름 고온 날씨를 믿고 지난달부터 본격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조처를 완화한 이란 정부의 속내는 최근 보건부 대변인의 성명에서도 확인된다.
사마 사다트 라리 대변인은 14일 기자회견에서 "오늘 세 자릿수 사망자 통계(107명 사망)를 발표하는 게 매우 고통스럽다"며 "이 바이러스는 예측불가능하고 교묘하다"라고 탄식했다.
그녀는 2차 대감염 파동을 막기 위한 조처로 국민들에게 "보건 지침을 잘 따라달라. 사회적 거리두기도 엄격히 이행하고 비필수적 여행과 단체모임을 피해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하루 전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도 대국민 TV회견에서 감염 확산 상황에 따라 종전에 완화했던 이동제한 조치를 다시 부과할 수 있음을 천명했다.
최근 과학계 연구 결과도 3~4월 팬데믹 당시 세계 각국에서 터져 나온 "고온 환경이 감염 확산 저지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무너뜨리고 있다.
최근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는 작년 12월부터 4월22일 3700개 지역에서 바이러스 전파 및 날씨 통계에 관한 데이터를 분석해 온도가 25도 이상 상승할 경우 1도 당 감염 위험도가 1.7% 낮아진다고 밝혔다. 그러나 1.7%의 감염 위험도는 고온과 감염 위험도 간 상관관계를 규정할만큼 유의미한 수준이 아니라고 결론지었다.
캐나다 토론토대도 지난 3월
다만 습도 문제에서 토론토대는 미미한 상관성이 나타났다고 언급하면서도 "여름 날씨로 인해 전염병이 감소하지는 않을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하고 손씻기에 소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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