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19팬데믹(COVID-19 전세계 대유행) 여파로 각 국 실물 경제가 타격을 받은 가운데 블랙록 등 글로벌 금융시장 주요 투자자들이 '포스트 코로나(코로나 이후)시대'에 한 발 앞서 베팅하면서 자본이 아시아 등 신흥국으로 빠르게 흘러들고 있다. 신흥국 통화가 최근 달러 대비 강세를 보이고 주요 주가 지수가 나날이 오르는 것을 두고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은 '멈출 수 없는 추세'라고 진단하면서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주 마지막 거래일인 5일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네셔널(MSCI)의 신흥국 통화 지수는 1600포인트에 달해 100주간 평균 추세치(1596.59포인트)를 돌파했다. MSCI 신흥국 통화 지수는 코로나19 사태 탓에 지난 해 말부터 1550포인트 선을 오갔는데 최근 몇 주 새 빠르게 올라 달러화 대비 강세를 보이고 있다. MSCI 신흥국 통화지수는 중국·한국·대만·인도·브라질·남아프리카공화국·러시아·멕시코 화폐 등 순으로 구성돼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JP모건이 환율 리스크 차원에서 산정하는 신흥국 시장 통화 변동성도 지난 2011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져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이날 전했다.
신흥국 주가 지수 오름세도 눈에 띈다. MSCI 신흥국 지수를 따르는 글로벌 대표 상장지수펀드(ETF) EEM과 IEMG는 폭락 사태 속 바닥을 찍었던 지난 3월 말과 달리 최근 'V자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신흥국 ETF 중 가장 인기가 많은 아이쉐어즈(iShares) EEM은 꾸준한 상승세 속에 지난 5일 40.92를 기록한 결과 1달새 16.0%올랐고, 전 고점(1월 13일 1월 46.3달러)를 향하고 있다. 또 다른 신흥국 주요 ETF인 아이쉐어즈(iShares) 코어 IEMG도 같은 날 48.84를 기록해 1달새 15.8%올랐고, 전 고점(1월 13일 55.44달러)를 향하고 있다.
신흥국에 외국인 자본이 유입되는 배경은 미국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경기 부양책 '낙수 효과'다. 연준이 시중에 달러화를 푼 결과 달러화 약세 기조가 만들어지고 이에 따라 글로벌 금융시장 투자자들이 높은 수익률을 내는 신흥국 통화·주식 등 위험자산을 사들이는 식이다. 금융 시장 전문가들은 오는 9~10일에 열리는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이른바 '마이너스(-) 기준금리'처럼 파격적인 결정이 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면서도 FOMC가 포워드 가이던스(앞으로의 통화정책 방향 사전 예고)나 국채 수익률 곡선 조정 등을 통해 이전과 같은 완화 정책을 이어간다는 시그널을 주면서 시중에 달러화를 꾸준히 공급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고 있다.
이런 가운데 총 6.5조 달러 규모 자산을 운용하는 '글로벌 1위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3일 '아시아 시장 전망'보고서를 통해 "앞으로 두 분기 동안은 달러화 약세가 이어질 것"이라면서 "우리는 코로나19 이후의 세계를 내다보고 있으며 중국과 인도 등 아시아 권역에서 경제 회복이 가장 두드러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블랙록은 보고서에서 "중국 정부가 강력한 경기 부양책을 실행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신용)을 쓸 것으로 보이는 바 우리는 중국 국영 기업과 부동산 부문을 눈여겨 보고 있다"면서 "인도의 경우 재생 에너지와 채권 투자 쪽에서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언급했다.
[김인오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