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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지 펀드 다이먼 아시아 캐피털의 대니 용 최고투자책임자는 "올해 말 전세계 주식시장은 새로운 저점을 보게될 것"이라면서 "한국 원화와 호주 달러화 풋 옵션을 사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출처 = 바클레이스 은행] |
일단 미국 부동산 시장에서는 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소식이 나왔다. 미국 모기지은행협회(MBA)는 지난 3일(현지시간) '주간 모기지 신청 통계'를 발표하면서 해당 주간(5월 25~29일) 집을 사려는 사람들의 모기지 대출 신청이 직전 주간 보다 5%늘었고, 1년 전인 지난 해 5월 마지막 주에 비해 비해서도 18%늘어났다고 밝혔다. MBA는 "코로나바이러스19(COVID-19)가 급속히 확산된 6주 전에는 주 단위 모기지 신청이 1년 전보다 35%나 떨어진 상태였다"면서 최근 집을 사기 위해 모기지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모기지는 미국 판 주택담보대출을 말한다.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고 있는데 한편에서는 금리가 떨어진 김에 대출을 끌어모아 집을 사려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이런 현상은 일자리를 잃는 사람들은 주로 적은 임금을 받으며 시간제로 일하는 저소득층이 많은 반면 대출 받을 신용이 있는 사람들은 중산층인 경우가 많다는 점을 반영한다. 특히 연준이 '0%대 기준금리 시대'를 열면서 시중 금리도 덩달아 낮아진 것이 대출 수요을 끌어올린 배경이라고 CNBC는 전했다. 현재 미국에서는 최대 51만400달러 한도 대출에 30년 고정 금리인 모기지론의 평균 금리는 기존의 3.42%에서 3.37%로 내려온 상황이다. 자기 부담금(Down Payment·통상 집값의 20%에 해당하는 계약금으로 주택 구매자가 대출금을 제외하고 치르는 돈)과 대출 개시 등 기타 비용에 들어가는 수수료도 낮아졌다. 다만 MBA의 조엘 칸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봄에 떨어지기만 하던 주택 구매자들의 수요가 다시 돌아오고 있다"면서 "아직 여전히 대량 해고가 일어나고 있고 경기 침체 영향을 받는 가구가 많은데 이런 현상이 장기화되면 주택 시장 반등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부동산 시장보다 자금이 더 빠르게 도는 증시에서는 이른바 V자 반등이 나타나고 있다는 월가 분석이 나온다. 뉴욕 증시 3대 지수가 대표적이다. 이들 지수는 코로나19가 미국에 본적격으로 닥치기 전인 2월 중순에 기록한 전고점의 90%선을 넘나들고 있다. '기술주' 중심 나스닥의 경우 4일(현지시간) 기준 9615.81포인트로 전 고점(2월 19일 9817.18포인트)의 97.9%에 달한다. '대형주 중심' S&P500은 3112.35포인트로 전고점(2월 19일 3386.15포인트) 의 91.9%다. '우량주 중심' 다우존스30은 2만6281.82포인트로 전고점(2월 12일, 2만9551.42포인트)의 88.9%인 상태다.
개별 주식으로 보면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가 코로나19 봉쇄령 이후 아직 문을 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리조트 업체 MGM의 주가는 4일 하루에만 7.21%씩 오르는 식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크루즈 선이 바다에 뜨지 않았지만 전세계 1위 크루즈 관광업체 카니발의 주가도 이날 7.13%오르는 식으로 눈에 띄게 가격이 오른다. 같은 날 미국 4대 항공사인 아메리칸 항공(41.10%)과 유나이티드 항공(16.20%), 델타 항공(13.73%), 사우스웨스트 항공(5.08%) 주가도 대폭 올랐다. 현재 네 항공사의 비행기 운항이 지난 해의 절반 수준에 한참 못 미치지만 주가만큼은 이미 지난 해 전고점의 절반을 넘나든다.
실물과 다른 주식시장 급등세에 대해 CNBC의 유명 증시 해설가 짐 크레이머는 4일 "주식시장에서 V자형 회복이 이뤄지는 것 같지만 이는 실물 경제 회복과 거의 관련이 없다"고 평가했다. 또 그는 "코로나19와 이에 따른 봉쇄령은 역사에서 손꼽는 대규모 자산 이동의 길을 열어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그는 정부의 실업 급여·기업 대출 지원 등을 언급하며 "지금 상장 기업 중 유일하게 파산한 대기업은 허츠 정도"라면서 "지금은 상황은 대기업 파산이 별로 없는 사상 최초의 경기 침체라고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글로벌 증시 '2차 하락'에 베팅하는 헤지 펀드들도 적지 않다. 4일 파이낸셜 타임즈(FT)에 따르면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헤지펀드 다이먼 아시아 캐피털의 대니 용 최고투자책임자는"올해 말 전세계 주식시장은 새로운 저점을 보게될 것"이라면서 "얼마 전부터 한국 원화와 호주 달러화 등 리스크에 민감한 해외 통화나 주가 지수에 연계된 풋 옵션(put option)을 사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풋 옵션을 사는 이유에 대해 그는 "3월 이후 지금의 주식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대량 실직 사태와 그 여파를 반영하지 않고 있다"면서 "금융시장이 실물 경제 펀더멘털에서 너무 오랫동안 벗어나 있기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풋 옵션이란 통화나 주가 지수 같은 기초 자산을 미래의 특정한 시점에 미리 정해 둔 가격으로 팔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앞으로 특정 시점에 해당 기초 자산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면 풋 옵션을 가지고 있는 게 유리하다.
또 용 최고투자책임자는 이른바 '연준 풋'(Fed put)아 한계에 달할 것이라고 봤다. 그는 "일부 사람들은 연준의 비전통적인 경기 부양정책이 끝없이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면서 "이제는 트럼프 풋(Trump Put) 차례이지만 민주당이 제동을 걸면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준 풋이란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이 코로나19에 대응해 시장을 떠받치려는 목적으로 각종 수단을 동원해 돈을 푸는 통화·금융정책을 가리키는 최근 시장 용어다. 이와 달리 트럼프 풋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가 같은 경기 부양 목적으로 돈을 푸는 재정정책을 가리키는 말이다.
모건 스탠리에 따르면 최근 헤지 펀드 고객사들은 범유럽 증시 대표 주가 지수인 유로스톡스50 선물에서 약 400억 달러(우리 돈 약 48조 3280억원) 규모의 순매도 포지션을 보유하고 있다. 상승을 점치며 사려는 매수세보다 하락에 대비해 팔려는 매도세가 더 크다는 의미다.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헤지펀드인 파사나라캐피털의 프란세스코 피리아 대표는 투자 포트폴리오의 70%를 현금으로 보유하고 있으며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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