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이 미국 대학들에 설치한 공자학원이 중국 공산당의 선전도구로 변질되고 있다고 경고한 지난해 미 상원 조사보고서. |
공자학원(Confucius Institutes)은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전파하기 위해 중국 교육부가 자금을 대고 세계 대학들에 설립한 비영리 교육기관이다. 그런데 시진핑 지도부 체제에서 설립 목적이 변질돼 중국 공산당 이념과 일국양제의 정당성을 전파하는 선전도구로 활용되고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29일 매일경제가 전미학술원(NSA) 웹사이트에서 중국과 공자학원 운영 계약을 취소한 대학을 확인한 결과 올해 1~5월까지 무려 11개 대학이 공자학원 자진 폐쇄를 결정했다.
해당 대학들은 델라웨어대, 캔사스대, 미주리대, 메릴랜드대, 알라스카대, 멕시코주립대, 애리조나대, 마이애미대, UC데이비스대, 피츠버그대, 캘리포니아주립대 등이다.
이 중 메릴랜드는 미국 대학 중 2005년 최초로 공자학원을 개설한 곳이어서 이 대학의 공자학원 퇴출 결정은 미국 교육계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
공자학원이 당초 설립 이념과 달리 시진핑 지도부의 선전도구로 전락했다는 논란은 지난해 1월 본격 불거졌다.
미 상원이 "중국어와 중국 문화를 교육하기 위해 설치된 공자학원이 중국 정부의 선전 수단 역할을 하고 있다. 공자학원으로부터 수 억원의 펀딩을 받은 교육기관 중 이를 제대로 신고하지 않은 사례도 대거 적발됐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제출하면서 미국 사회에 충격을 줬다.
'미국 교육시스템에서 중국의 영향력'이라는 제목으로 발간된 해당 보고서를 보면 중국 정부는 2005년부터 미국 대학 내 110개 안팎의 공자학원을 개설했다. 또 유치원에서 초중고교생에 이르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공자 교실(Confucius Classrooms)도 500개 이상 운영했다.
이 과정에서 상원 조사관들은 시진핑 지도부가 미국 내 공자학원의 자금, 직원, 프로그램을 포함한 거의 모든 측면을 통제하고 있으며, 공자학원에 소속된 많은 직원들이 잘못된 유형의 비자를 취득한 상태라고 파악했다. 또 공자학원으로부터 매년 25만 달러 이상을 지원받은 학교의 70%가 이를 교육부에 제대로 신고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가 나온 뒤 트럼프 행정부와 미 의회는 중국이 세계 각국에 설립한 공자학원이 홍콩, 대만, 티벳을 둘러싼 중국의 민감한 정치적 문제들을 자국에 유리하게 선전하는 창구로 활용되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심지어 미 국방부는 공자학원을 가동 중인 대학에는 국방 관련 산학 연구 프로젝트를 줄 수 없다고 경고하면서 캠퍼스 내 공자학원을 퇴출하려는 미국 대학들의 움직임이 가속화하고 있다.
공자학원이 가동되는 유럽에서도 퇴출 움직임이 가속화하고 있다.
스웨덴은 올해 초 자국 내 4개의 공자학원을 모두 폐쇄키로 결정했다. 호주에서도 공자학원이 중국 공산당 선전도구로 활용되고 있다는 경각심이 커지면서 각 지방정부에서 공자학원 관련 교육프로그램을 차단하고 있다.
다만 독일의 경우 공자학원을 가동하고 있는 베를린자유대가 "공자학원의 공산당 선전도구 혐의에 대해 아무것도 입증된 것이 없다"며 현행대로 계속 유지할 계획임을 천명했다.
한국 역시 주요대학들이 중국 교육부 및 현지 교류대학과 더불어 공자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중국이 전 세계에 설치한 최초의 공자학원 사례도 한국이다.
미 상원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중국이 전세계에 가동하는 공자학원 관련 중국인 교사는 4만6200명에 이르며, 170만명의 학생과 62만1000명의 일반인이 공자학원 교육프로그램을 이용했다. 상원 보고서는 공자학원으로 창출되는 중국의 소프트파워가 미국 내 중국의 부정적 이미지를 완화시키고 중국의 '제조 2025', '1000인재 프로그램' 등에 대한 경계심을 누그러뜨리는 역할을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전미학술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11개 대학들이 공자학원을 퇴출하면서 미국 대학 내 공자학원 수는 81개로 낮아질 전망이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에 대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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