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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버핏 추종자'로 유명한 애크먼 회장이 버크셔 주식을 처분한 사실이 알려져 시장 눈길을 끌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퍼싱스퀘어의 애크먼 회장은 투자자들과의 전화 회의를 통해 회사가 1년 정도 보유해온 버크셔 주식을 내다 팔았다고 이날 밝혔다. 미국 증권거래김독위원회(SEC)에 따르면 퍼싱스퀘어가 보유한 버크셔 지분은 1분기(1~3월) 말 10억 달러 수준으로 퍼싱스퀘어 총 운용자산 100억 달러 중 10%에 해당한다.
버크셔 주식 매도 배경에 대해 퍼싱스퀘어에서 버크셔 투자를 담당해온 라이언 이스라엘은 "버크셔는 여전히 투자할만한 회사라고 생각하며 버크셔가 자체 보유 현금으로 매력적인 투자처를 찾아 투자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다만 버핏 회장이 대규모 투자를 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동안 우리는 다른 곳에 투자해 수익을 내려한다"고 설명했다.
투자자들은 애크먼 회장의 움직임에 초점을 두고 있다. 애크먼 회장은 주식을 사고 팔 때 버핏 회장의 투자 조언을 종종 적용해왔다. 애크먼 회장의 퍼싱스퀘어가 버크셔 주식에 투자한 것은 1년 정도였지만 몇 주 전 애크먼 회장은 "버크셔는 (팬데믹 같은)글로벌 충격을 잘 버티도록 버핏 회장이 지어낸 건축물"이라고 높게 평가하면서 버크셔 주식을 추가로 사들이기도 했다.
버핏 회장이 이끄는 버크셔와 애크만 회장이 이끄는 퍼싱스퀘어는 '팬데믹 시대의 투자법'이 서로 다르다. 애크먼 회장은 등락이 있다. 그는 '행동주의 투자자'로 이름 날린 헤지 펀드 업체 아이칸엔터프라이즈의 칼 아이칸(84) 회장과 경쟁해왔다. 지난 2012년 아이칸 회장이 옹호하는 미국 다단계 판매 업체 허벌라이프를 향해 '피라미드 사기 회사'라고 주장해 아이칸 회장과 대결로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2017년 캐나다 최대 제약업체인 밸리언트에 투자해 28억 달러를 날린 후 한동안 잠잠했다가 지난 2019년 58.1% 투자 수익을 내며 다시 한번 월가에서 존재감을 뽐내기 시작했다. 팬데믹이 그림자를 드리운 올해 들어서도 20%넘는 평가 수익률을 자랑하고 있다. 27일 퍼싱스퀘어는 "현재 시점에서 올해 1~5월 우리가 운용하는 프라이빗·퍼블릭 펀드 수익률은 22~27%이며 이는 같은 기간 뉴욕 증시 3대 대표 지수인 '대형주 중심' S&P500이나 다른 헤지펀드 평균 수익률(-7%)보다 높다"고 밝혔다.
반면 버핏 회장이 이끄는 버크셔는 올해 1분기에 총 497억 4600만 달러 순 손실을 냈고 이는 역대 최대 규모 손실이다. 지난 2일 열린 버크셔 온라인 주주총회에서 버핏 회장은 미국 항공 대표기업 4곳(델타·유나이티드·아메리칸·사우스웨스트 항공) 주식을 전부 내다팔았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 2~4월 델타항공 등 항공사 주식을 부분 매수·매도하다가 팬데믹에 따른 항공업계 손실이 커지자 내린 결정이다.
버핏 회장의 장기 투자 선호 경향에도 불구하고 최근 들어서는 버크셔가 보유 주식을 대거 내다팔았다는 소식 외에 사들였다는 소식은 나오지 않고 있다. 지난 11~12일 버크셔가 이틀에 걸쳐 '미국 최대 지역 은행' US뱅코프 주식 49만 7786주를 총1630만 달러(약 200억원) 정도에 팔았고, 이어 16일에는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 보유 지분 84%를 대량 처분했다는 식의 '매도' 보도만 잇따랐다.
팬데믹 시대를 맞은 지금 적어도 현재로서는 애크만 회장이 뜨고 버핏 회장이 지고 있는 셈이다. 이는 보수적 투자와 유연한 투자라는 방식의 차이 때문이라는 것이 글로벌 금융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투자의 귀재 뿐 아니라 '오마하(버크셔 본사 소재지)의 현인'으로 불려온 버핏 회장은 성장성이 있다고 판단한 기업 주식을 까다롭게 선별해 사들인 후 좀처럼 팔지 않고 장기 보유하는 보수적인 투자방식, 즉 '가치 투자'로 유명하다. 버크셔는 금융(뱅크 오브 아메리카(BoA)·웰스파고·아메리칸 익스프레스·US 뱅코프·BNY 멜론)와 에너지(옥시덴털페트롤리움), 제조업체(제너럴모터스(GM)) 주식을 주로 가지고 있다. 애플을 제외하면 전통적 투자처로 꼽혀온 기업들이다. 이밖에 버크셔는 코카콜라(음료수)·크래프트 하인즈(케첩) 등 미국인들이 필수품처럼 일상을 함께 해온 음식료·소비재 부문에 보수적으로 투자해왔다.
버핏회장은 "시장이 공포에 빠졌을 때 욕심을 내라"는 투자 조언을 해왔지만 정작 버크셔는 별다른 투자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올해 1분기(1~3월)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3월 말 버크셔 보유 현금성 자산은 총 1370억 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으며 버크셔 시가총액의 3분의 1에 달하는규모다. 2008년 금융위기 동안 골드만삭스를, 2011년 남유럽 부채위기 당시에는 BoA 지분을 대거 사들인 것과 다른 분위기다.
반면 애크먼 회장은 팬데믹 시대에 적합한 종목에 유연하게 투자해 수익을 올리고 있다. 그는 "시장이 공포에 빠졌을 때 욕심을 내라"는 버핏 회장의 조언을 따라 뉴욕 증시에 2주새 4번의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던 지난 3월 말 "미국 경제 회복에 전부 베팅한다"면서 1분기 총 27억 달러어치 주식을 사들였다. 펜데믹 탓에 사람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집 꾸미기나 건강에 관심을 가지고, 드라이브 스루·테이크 아웃이 가능한 카페나 식당을 찾을 것으로 보고 이에 맞는 주식을 사는 식이다.
애크먼 회장은 '버핏 추종자'이기는 하지만 유연하게 나서고 있다. 퍼싱스퀘어는 2018년에 스타벅스 주식을 구매했다가 올해 1월 31일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가 본격 확산되자 전부 내다팔았지만 상황 판단을 바꾸고 올해 3월 말 스타벅스 주식을 다시 사들인 후 추가 매수해 수익을 올리고 있다. 27일 애크먼 회장은 "퍼싱스퀘어가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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