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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CI는 '차이나 머니'를 염두에 두고 싱가포르 대신 홍콩으로 발을 돌렸다. MSCI는 오는 2021년 2월 만료되는 싱가포르 증권거래소(SGX)와의 MSCI아시아·신흥국 파생상품 거래 라이센스 계약을 갱신하지 않고 홍콩 증권거래소와 손 잡았다. 27일 헨리 페르난데스 MSCI 최고경영자(CEO)는 이와 관련해 "홍콩 증시에는 더 큰 고객층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며, 특히 중국 기관·개인 투자자들의 증시 유입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계약 배경을 설명했다. 또 최근 이른바 '홍콩보안법'을 둘러싸고 미·중 갈등이 깊어진 가운데 중국에 편향된 정치적 결정을 한 것 아니냐는 여론을 의식한 듯 "홍콩 증권거래소와의 거래는 정치적 거래가 아닌 상업적 거래"라고 언급했다.
싱가포르 증시는 홍콩 증시의 공세로 타격을 입는 모양새다. 페르난데스 CEO가 "MSCI아시아·신흥국 파생상품이 아닌 MSCI싱가포르 파생상품은 앞으로도 싱가포르 증권거래소에서 기존처럼 거래된다"고 밝혔지만 싱가포르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거래소는 MSCI아시아·신흥국 파생상품 거래 라이센스를 잃은 여파로 2021년 회계연도 순이익이 10~15%가량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27일 싱가포르 증권거래소 주가는 12%급락했다.
홍콩보안법안이 중국 '최대 정치행사' 양회 마지막 날인 28일 전국인민대표대회(NPC) 전체회의 투표 결과 통과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는 가운데 이에 앞서 27일 미국에서는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은 홍콩정책법 상 홍콩에 대한 특혜를 폐지할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했다. 장관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국무부는 홍콩정책법에 따라 홍콩 자치권을 평가하고 검토한 결과 홍콩은 더이상 1997년 7월 이전처럼 홍콩정책법상의 특별 대우를 보장받을 만한 상황이 아니라고 의회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홍콩은 지난 1984년 영국과 중국이 체결한 '홍콩반환협정'에 따라 1997년 7월 1일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됐다. 홍콩반환협정에 따르면 홍콩은 중국의 '일국양제'(一國兩制·하나의 국가, 두 개의 제도)에 따라 오는 2047년까지 50년 동안 자치 체제를 유지하고 국방·외교를 제외한 입법과 사법, 행정, 교육 분야에서 자치권을 인정받기로 한 바 있다.
이날 폼페이오 장관은 "합리적인 이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홍콩이 중국 공산당으로부터 자치권을 누리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홍콩이 자치권을 누리지 못한다고 진단했기 때문에 이에 따르면 홍콩이 미국의 홍콩정책법상 특혜를 잃을 공산이 크다고 블룸버그 통신과 CNN이 전했다. 홍콩 반환에 앞서 1992년 미국 의회는 홍콩정책법을 제정하면서 홍콩은 특별지역으로서 미국 정부로부터 무역·관세·투자·비자발급 등 중국 본토와 다른 광범위한 특혜를 받는 대신 '홍콩반환협정'에 따라 홍콩이 중국으로부터 자치권을 누려야 특혜가 부여된다는 전제를 단 바 있다.
다만 홍콩의 '아시아 금융허브' 미래가 밝지만은 않다. 지난 25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홍콩 증시는 미국의 특혜 박탈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면서 "중국 기업들만해도 뉴욕에서 빠져나와 홍콩이 아닌 중국 본토 증시로 도망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WSJ는 당장 중국 기업들만 해도 중국 지도부가 적극 지원하는 본토 선전이나 상하이를 선호할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홍콩보안법을 제정하려는 중국 움직임에 미국이 반발하면서 홍콩 증시 리스크가 불거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에서다. 앞서 24일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중국이 홍콩보안법을 강행해 홍콩을 장악하면, 미국은 홍콩에 대한 경제적 특혜를 폐지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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