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우량 기업들이 현금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경기충격에 대비해서다.
미국 투자등급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이 올해 들어 급증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시장조사업체 리피니티브를 인용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올 들어 5월까지 미국 투자등급 기업들이 발행한 회사채 규모가 1조달러를 넘어섰다고 FT가 전했다. 작년 같은 기간 5400억달러의 2배이고, 지난 5년간 평균 한 해 발행규모 1조3000억달러와 비슷한 수준이다.
샨카 라마크리슈난 인포머 글로벌 마켓츠 선임 채권 담당은 FT에 "기업 모두가 회사채 시장에 뛰어들어 전쟁에 대비한 실탄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FT에 따르면 지난 3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해 제로금리로 떨어뜨리고, 대규모 양적완화(QE)에 나선 이후 회사채 발행이 급증했다.
디즈니와 애플, 엑손모빌, 보잉, 오라클, AT&T, 필립모리스, 화이자 등 주요 기업들은 앞다퉈 회사채 발행에 나섰다. 항공기 업체 보잉은 250억달러를 회사채 시장에서 조달했다. 오라클과 통신업체 AT&T도 각각 200억달러, 125억달러를 회사채 발행을 통해 조달했다.
다만 하반기가 되면 회사채 발행 속도가 진정될 것으로 예상됐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하반기 채권 발행이 줄어 2000억~3000억달러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BOA는 보고서를 통해 "세계 경제가 재개되는 가운데
투자등급과 달리 투기등급의 경우 회사채 발행 속도가 느렸던 것으로 나타났다. 5월까지의 투기등급 회사채 발행 규모는 1230억달러로 전년동기의 990억달러에서 24% 증가했다.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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