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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포스트(WP)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정부가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해 내려졌던 셧다운을 이번 주말부터 완화하겠다는 뜻을 25일(현지시간) 밝혔다고 전했다. 타우피크 알라비아 사우디 보건장관은 "다행히도 이제 우리 사회가 바이러스와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에 대해 더 잘 인식하게 됐다"며 "우리 모두에게 새로운 실험"이라고 발표했다.
같은 날 아나스 칼레드 쿠웨이트 부총리도 지난 3월 말부터 실시해 이달 30일 종료될 예정인 강제 통행금지령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대신 부분적인 통행금지령이 적용될 것이며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구체적 계획이 이번주 안으로 발표될 계획이라고 국영 KUNA통신은 보도했다.
그러나 정부 뜻과는 반대로 라마단(4월 23일~5월 24일) 기간 진행된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파키스탄 등 주요 이슬람 중동 국가들의 코로나 확산 추세는 일파만파다. 특히 라마단 이전 2400여명에 불과했던 쿠웨이트 확진자는 지난 25일 기준 2만 명(2만1967명)을 넘어섰다. 한 달여 만에 감염자 수가 9배 가량 늘어난 셈이다.
또한 사우디는 라마단 기간 도중 지금껏 역대 최고치인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를 기록했다. 4월말 1000명대 초반에 머무르던 감염자 수가 이달 16일 두 배 이상 늘어나 2840명으로 집계됐다. 쿠웨이트는 라마단 직전 20일까지는 확진자가 80명까지 줄어들었다가 이달 19일 1073명으로 증가했다. WP는 이밖에 라마단 시작과 동시에 봉쇄령을 완화한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오만 등이 모두 비슷한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한달동안 지속되는 라마단 기간동안 이슬람 신자들은 해가 떠있는 낮에는 의무적으로 음식과 물을 먹지 않고, 해가 지면 가족끼리 모여 단체기도와 식사모임을 가진다. 코로나19 사태를 고려해 올해는 금식을 면제하고 최소 모임 인원을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종교계 강경파 등 반대에 부딪혀 대부분 무산됐다. 여기에 라마단을 그냥 지나칠 수 없던 정부들이 기간 직전 사회적 거리두기 규제를 일부 완화하면서 확산세가 빨라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지난 주말 진행된 라마단 종료 축제 '이드 알피트르'가 또다른 도화선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확진자 급증에 놀란 사우디와 쿠웨이트 정부가 라마단 기간 말미 제한조치를 일시적으로 재발표했지만 효과를 보기도 전에 25일 완화책을 내놓으면서 코로나19 확산억제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반면 UAE 정부 대변인은 이날 야간 통행금지 시간을 확대하겠다는 강경책을 내놨다. 대변인은 "라마단 기간동안 예방수칙을 지키지 않은 무모한 시민들이 많아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면서 "지역 사회가 기존 관습과 전통을 피해 올해에는 가족방문을 건너뛸 것을 권고한다"고 호소했다.
[고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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