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코로나바이러스19(COVID-19)가 '중남미 최대 시장' 브라질에서 빠르게 번지면서 경제가 마비될 상황에 치닫고 있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코로나19를 두고 '가벼운 독감 같은 것'이라면서 경제 활동 정상화를 억지로 밀어부치는 가운데 피해 규모가 오히려 더 커진 결과 경제 중심지인 상파울루는 '도시 봉쇄 선언'에 임박한 상태다. 연방 정부 차원에서 코로나19 사태 대응 본부 역할을 해야할 보건부는 장관이 또 다시 사퇴한다고 발표해 정처없는 혼란이 반복되는 모양새다.
17일(현지시간) 브라질은 코로나19 감염 확진자를 기준으로 미국과 러시아, 영국에 이어 전세계 4번째 최대 피해국이 됐다. 하루 새 브라질에서 7938명이 추가로 확진 판정을 받아 총 확진자 수가 24만1080명으로 늘어난 결과다. 지난 해 말 기준 브라질이 전세계 인구 6위 국가라는 점을 감안하면 코로나 피해가 인구 순위를 넘어선 셈이다. 같은 날 브라질에서 485명이 코로나19 탓에 추가로 목숨을 잃어 사망자 수도 1만6118명에 달하면서 사망자 수를 기준으로 하면 미국과 영국,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에 이어 전세계 6번째 피해 국가가 됐다.
EFE통신은 며칠 안으로 브라질이 확진자를 기준으로 전세계 2위 피해 국가가 될 것이라고 이날 전했다. 유럽과 미국 내 코로나 감염자 증가세가 수그러드는 조짐을 보이는 반면 브라질은 확산세가 빨라진다는 이유에서다.
상황이 악화되면서 브라질 내 최대 도시이자 경제 중심지 역할을 하는 상파울루 주의 브루노 코바스 상파울루 시장은 17일 "앞으로 2주 안에 시내 병원 시스템이 가동 불가능 상태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시장은 "현재 공공병원이 90% 가동 중이지만 확산세를 도저히 늦출 수 없다"면서 "주 정부의 조치가 절실하다"고 말해 현지에서는 상파울루 주의 도시 봉쇄 조치가 임박했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거대한 빈민촌 '파벨라'(favela)가 자리한 상파울루 주는 코로나 피해가 집중돼 이 지역에서만 4000명 이상 사망자가 나왔다.
상파울루 주와 리우데자네이루 주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넘어 도시 봉쇄를 고려 중이다. 앞서 6일 대법원은 "코로나19사태 동안에는 주지사와 시장 등 지역 정부가 대통령이 이끄는 연방 정부의 승인을 거치지 않아도 사회적 격리 조치를 시행할 수 있는 포괄적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고 승인한 바 있다.
정작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지난 주말에도 '코로나 방역 조치' 조롱 행보에 나섰다. 브라질이 코로나19 피해 전세계 4위 국가가 된 17일, 대통령은 수도 브라질리아 거리 집회에 참석해 의회와 대법원의 코로나19 방역 관련 조치에 항의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이날 전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특히 집회 한 가운데 들어가서 참가자들과 밀접 접촉을 즐기는 등 공중 보건·위생에 해를 끼치는 행동을 일삼아 시민들의 분노를 샀다. 지난 주말에는 대통령 궁에서 1000명 이상이 참석하는 바비큐 파티를 열려다 좌절되자 갑자기 인근 강가로 나가 마스크를 하지 않은 채 수상 제트스키를 즐기며 보건 당국의 방역 조치를 비웃기도 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상파울루와 리우데자네이루 주 등이 사회적 거리두기와 이동 제한 방역 규제를 강조한 데 대해 '제정신이 아닌 노이로제'라고 비난하고, 언론에 대해서는 "코로나바이러스는 작은 독감같은 것인데 히스테리를 부린다"고 반발해왔다. 또 시민들을 향해서는 "미안하지만 죽을 사람은 어차피 죽는다"면서 방역 규제를 풀고 경제를 재개해야한다고 주장하며 다수가 밀집한 극우 집회에 참석해 군부 쿠데타와 독재 필요를 외치는 연설을 하는 등 보란 듯이 방역을 무시하고 헌법 질서에 반하는 행동을 해 정치·경제적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온라인 사회연결망(SNS) 서비스 업체들은 '공중 보건에 해가 된다'는 이유로 대통령이 올린 게시물 일부를 삭제했고, 대법원은 대통령이 지난 달 말 참석한 쿠데타 지지 집회에 대해 '민주주의 질서를 해친다'는 이유로 조사키로 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네우손 테이치 보건부 장관이 지난 15일 사임을 발표한 사실이 주말새 전해지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보우소나루 정부 출범 당시부터 보건부 장관을 맡았던 루이스 엔히키 만데타가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방역 무시 조치를 맹비난 하며 지난 4월 16일 사임한 데 이어 한달 새 장관이 또 사임하자 보건부는 리더십 공백 사태를 맞았다.
테이치 장관이 구체적으로 사임 이유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외신은 장관이 대통령의 행보에 반발해 직을 반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1일 대통령은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기자들에게 "오늘부로 미용실과 체육관을 필수 업종에 넣어 영업을 허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보건부와 사전 조율을 거치지 않은 것으로 앞서 대통령은 "일부 제조업과 건설업 역시 필수 업종에 넣어 영업을 하도록 할 것"이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대통령의 막무가내 행보 탓에 글로벌 금융시장은 브라질 경제에 박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 브라질 국채(10년물) 수익률과 달러화 대비 헤알화 환율이 오르고, 상파울루 증시 보베스파 지수는 내리막길을 걷는 식이다. 시장에서 국채 수요가 줄어들면 국채 가격이 떨어지고 국채 수익률이 오른다. 다만, 수익률이 올라서 투자자가 브라질 헤알화를 많이 받게 되더라도 환율이 더 가파르게 오르면 손실을 볼 수 밖에 없다. 외국 국채 투자 수익은 크게 이자 수익과 매매 차익, 환 차익으로 나눌 수 있는데, 환율이 오르면 그만큼 헤알화 가치가 떨어진 것이기 때문에 헤알화를 달러화로 바꾸는 과정에서 환 손실이 생긴다.
블룸버그 데이터에 따르면 18일 자정 기준 브라질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8.279%로 높은 편이다. 다만 달러화 대비 브라질 헤알화 환율이 6.0헤알을 향하고 있다. 국내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두자릿수 수익률을 기록한 브라질 국채 수익률은 지난 달 이후 두자릿수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10만 포인트를 돌파했던 상파울루 증시의 보베스파지수는 지난 15일 전일 대비 1.84%떨어진 7만 7556.62포인트를 기록해 8만 포인트선을 밑돌고 있다.
지난 달 말 유엔 산하 라틴아메리카·카리브 경제위원회(Cepal)는 올해 브라질 경제가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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