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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이 총 100만개 생산을 목표로 3D프린터를 통해 제작 중인 코로나19 검체 채취 면봉. [사진 출처 = 오하이오주립대학교] |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공영라디오인 NPR는 미국의 코로나19 대응 체계에서 공급망에 구멍이 뚫렸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물량 부족이 걱정되는 의료기기는 마스크나 진단키트, 인공호흡기가 아닌 바로 '의료용 면봉'이었다.
NPR는 하루 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은 한국 등 어느 나라보다 많은 코로나 테스트를 했다"라며 앞으로 진단능력을 더 향상시키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NPR는 정작 의료용 면봉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트럼프 행정부에 일침을 놓은 것이다.
주지하듯 트럼프 행정부는 "우리는 한국보다 훨씬 많은 진단을 수행하고 있다"며 늘 미국이 세계 최고의 진단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자랑해왔다.
그러나 현지에서 쏟아지는 의료기기 공급망 관련 뉴스를 보면 미국의 의료용 면봉 부족 문제는 앞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코로나 19 대응에 최대 복병으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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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내 코로나19 검체 채취를 위한 의료용 면봉이 부족해지자 미 식품의약국(FDA)은 지난주 비강이 아닌 구강 내 타액을 묻혀 양성 여부를 판단하는 방식의 진단키트를 긴급사용승인했다. [사진 출처 = 퓨리턴 메디컬] |
기술 개발에 성공한 이탈리아 코판 그룹이 한국에는 자사 특허를 출원하지 않아 한국 토종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문제는 미국 퓨리턴 메디컬이다. 자국 내 막대한 채취키트 수요를 이 한 기업이 모두 충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퓨리턴 메디컬은 최근 국방물자생산법(DPA)의 적용을 받고 연방정부와 7550만 달러(한화 920억원)에 달하는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면봉 제품 하나만으로 이 같은 초대형 공급 계약을 맺은 것이다.
막대한 공급 수요를 맞추기 위해 퓨리턴 메디컬은 이제서야 메인주에 제2 공장 구축을 시작했다.
40대의 설비공정을 구축, 안정화하고 300여명의 근로자를 추가 채용에 제2 공장을 본격 가동하려면 앞으로도 수 개월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반면 자국 경제를 조기 가동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조급증으로 인해 코로나19 진단 테스트 수요는 지금보다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주요 매체들의 보도를 보면 현재 미국 내 코로나19 진단테스트는 하루 50만 건을 수행할 것으로 파악된다.
그런데 미 전역에서 경제활동이 재개되면 진단 수요가 이보다 2~3배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하버드대 글로벌보건연구소는 지금보다 2배 더 많은 하루 1백만 건을 수행해야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폴 로머 뉴욕대(NYU) 교수는 매일 2000만건의 상시적 진단 테스트 수요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경제활동 봉쇄를 풀고 있는 각 주는 퓨리턴 메디컬의 증설을 마냥 기다릴 수 없어 자체 제작에 나선 상태다.
오하이오주의 경우 오하이오주립대와 민간기업인 콘코던스 등을 동원해 54대의 3D 프린터를 24기간 풀가동 중이다.
비록 퓨리턴 메디컬 제품의 성능에는 못 미치지만 100만개의 의료용 면봉을 3D프린터로 만들어 5월부터 급증하는 진단 수요에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급기야 지난주 미 식품의약국(FDA)은 콧속에 넣는 고난도 의료용 면봉이 필요없는 검체채취 키트를 긴급 사용승인하는 결정까지 내렸다.
FDA는 혀에 묻은 '침'을 수거하는 단순한 방식을 적용한 '룻거스 임상유전체학 연구소'의 채취키트 사용을 허용했다.
다만 정확도 문제가 있는 만큼 FDA는 새 진단 방식을 오직 가정 내에서 의심 환자가 직접 검체를 채취하는 간편 용도로만 사용하도록 했
그러나 이 채취키트에 대한 긴급승인 소식이 알려지자 미국 현지에서는 "아직 정확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정확도 논란을 예견하고도 FDA가 승인을 내줬다는 사실은 비강에서 검체를 채취하는 의료용 면봉 부족실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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