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코로나바이러스19판데믹(COVID-19 대유행)으로 세계 최대 피해국이 된 미국이 중국에 대해 '코로나 보복' 관세 부과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나왔다. 소식이 전해지자, 뉴욕 증시 3대 지수 선물은 '미·중 무역전쟁의 악몽' 속에 일제히 내리막세를 탔다. 코로나 관세는 올해 11월 재선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치적 계산에 따른 것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한편에서는 중국 측의 모호한 약속과 약속 불이행에 대한 불만이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치솟으면서 나온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외무부가 코로나19를 두고 '미군 유출설'을 주장하며 코로나 외교로 이미지 변신에 나선 가운데 미국 정보국(DNI)은 바이러스가 우한 일대 동물 접촉이나 연구소에서 유출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발원지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 3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가 코로나판데믹 발원지라고 보기 때문에 중국에 대한 대응으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기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확실히 우한연구소가 발원지라고 보느냐'고 묻자 대통령은 "그렇다"고 답했다. 이어 '중국에 대한 대응으로 미국 부채·채무를 취소할 생각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그렇다, 관세도 같이 부과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루 전날 대통령이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판데믹 사태를 야기한 중국에 대해 미국 부채·채무를 취소하거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한 발언을 다시 한 번 확인한 셈이다 .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우한연구소가 발원지라고 보는 이유나 관세 부과와 관련한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대통령이 다시 한번 관세를 언급하자 뉴욕 증시 3대 지수 선물이 동시에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미·중 무역갈등 가능성이 다시 부각되면서 경제 재개와 코로나19치료제 승인 기대감이 사그라든 셈이다. 한편 30일 증시에서는 '우량주 중심' 다우지수가 -1.17%, '대형주 중심' S&P500은 -0.92%, '기술주 중심' 나스닥은 -0.28% 떨어진 상태로 거래를 마쳤다.
30일 CNN도 익명의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정부가 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를 비롯해 새로운 무역정책 수립, 미국 채무 취소 등 다양한 제재를 장기적 관점에서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정부가 코로나 보복 관세 외에도 기존 미·중 1단계 합의와 다른 내용의 무역 정책을 세운다거나 미국 측이 중국에 진 부채 관련 이행 사항을 취소하는 식으로 중국에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다. 국가나 기업이 무역·투자 등 상대국·기업과 교류하는 경우 해당 국가가 선진국인지, 경쟁력 높은 기업인지 여부를 불문하고 부채가 생길 수 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판데믹을 중국 탓으로 돌리는 것을 비판하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판데믹 사태를 안이하게 보고 늑장 대응해 미국 피해를 키워놓고 이를 외부 비난으로 돌리면서 오는 11월 재선에만 집착한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하루 전날인 29일 대통령은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중국은 내 재선을 망치게 하기 위해 뭐든지 할 것"이라면서 "그 중 하나가 코로나 사태이며 그들은 무역전쟁을 하는 나 대신 민주당의 조 바이든이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길 원한다"고 한 바 있다.
이런 지적과 관련해 연방 정부 관계자는 CNN인터뷰에서 "코로나사태와 관련한 중국 제재는 대통령 재선 선거 운동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미국은 경제가 어떻게 다시 굴러가야할 것인가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면서도 "미국은 중국의 행동이 비난받아 마땅하다는 점을 보여줄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 중국에 대한 미국 농·축산물 수출, 중국의 미국 농·축산물 수입 흐름. WSJ는 코로나19 사태로 올해 미·중 무역협상 목표가 이뤄지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출처=미국 농무부(USDA)·중국 해관청·WSJ |
또 WSJ는 기존 미·중 무역협상이 올해 목표를 달성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미국 농무부(USDA)에 따르면 중국에서 코로나19 사태가 본격 불거지기 전인 1월에는 중국에 대한 미국 농산물 수출이 작년 1월보다 72%늘어났다. 하지만 중국이 코로나19사태를 이유로 항만을 걸어잠근 2월, 중국에 대한 미국 농·축산물 수출은 1년 전 같은 달보다 27%줄었다. 3월에는 37% 늘었지만 4월에는 미국에서 코로나19사태가 급속히 확산된 여파로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WSJ는 올해 합의 목표를 달성하려면 중국에 대한 미국 농·축산물 수출이 앞으로 2배로 늘어야 하는데 당장 1분기부터 코로나19사태가 판데믹으로 번진 탓에 글로벌 생산·운송 네트워크가 타격을 입었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현실이 녹록지 않다고 전했다. 또 미국은 중국이 미국산 원유를 수입하기를 바라지만 중국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도 높지 않아 양국 불만이 쉽사리 줄어들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서는 코로나19 때문에 100만명 이상이 감염 확진 판정을 받았으며, 약 6만1000명이 목숨을 잃은 상태다. 민간 의료에 비해 상당히 취약하다는 평을 받는 공공 의료 시스템이 한계를 드러낸 상태에서 피해가 늘어날 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도 그만큼 힘들게 된다. 자신이 '경제 대통령'임을 내세워왔지만 1분기 경제성장률이 -4.8%로 6년만에 처음으로 분기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데다 3월22일 이후 신규 실업수당 신청자가 6주만에 3000만 명에 달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 지난 30일(현지시간) 미국 정보국(DNI)은 "코로나19는 인간이 만들어냈거나 유전자 변형으로 조작한 것으로 보이지 않지만 우한 유출 여부를 철저히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료 제공=DNI보도자료 |
◆ 中, 발원지 논란 자극 후 '코로나 외교'…유럽 등 주요국 '中 견제'
↑ 중국 견제에 나선 주요국 정상들. 왼쪽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출처=트위터·대통령실 |
다만 WHO의 중국 호평과 중국의 코로나 외교에도 불구하고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 주요 국가 정상은 중국의 코로나19 대응과 통계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인도는 코로나 사태 동안 중국 자본의 인도 투자를 규제하기로 한 상태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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