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코로나19 고령자 발병 사전 차단…치명률 1%

러시아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현지시간 30일 10만명을 넘었지만 사망자는 1천여명으로 감염증이 심각한 다른 나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상당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입·확산방지 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현재 코로나9 확진자는 10만6천498명, 사망자는 1천73명으로 늘어났습니다.

확진자 대비 사망자 비율을 나타내는 치명률은 1% 수준입니다.

세계적으로 치명률이 높은 프랑스(14.5%), 이탈리아(13.5%), 스페인(10.2%) 등은 물론 유럽에서 코로나19 대응 모범 국가로 평가받는 독일(4%)이나 세계적 모범 국가인 한국(2.3%)에 비해서도 현저히 낮습니다.


러시아의 치명률이 낮은 수준에 머무는 이유에 대해 러시아 주재 세계보건기구(WHO) 대표 멜리타 부이노비치는 상대적으로 잘 갖춰진 보건·방역 시스템을 꼽습니다.

옛 소련 시절의 무료 보건시스템이 많은 부분 그대로 유지되면서 주민들이 개인적 의료비 부담 없이 기본적인 검진과 치료를 신속하게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감염자가 며칠 동안 병원에 가지 못하다 병이 상당 정도 진행된 뒤에야 입원하는 미국이나 일부 유럽국가들의 상황과 비교하면 러시아의 보건 시스템은 잘 작동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러시아 주민은 누구든 감염 증상이 있으면 구급센터로 전화를 해 의료진을 집으로 불러 검진을 받을 수 있습니다.

최근엔 코로나19 검진 검사를 전문적으로 하는 사설 유료 의료시설도 많이 생겨나 병원에 가지 않고 집에서 검사를 받을 수 있습니다.

러시아는 또 전염병 확산 초기에 자체 진단키트를 개발해 검진 검사 능력을 크게 키웠습니다.

이에 따라 3월 초 하루 2천500건 정도이던 검진 검사 건수가 꾸준히 늘어나서 지금은 하루 20만 건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세계적 수준의 진단 규모입니다.

감염병 전문병원을 서둘러 신설하거나 기존 의료시설을 감염병 치료용으로 바꾸는 등의 조치를 통해 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병상 규모도 크게 늘렸습니다.

자체 진단키트로 광범위한 검진 검사를 실시하고 조기에 감염자를 발견해 치료하면서 사망률을 낮출 수 있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러시아 보건당국에 따르면 현재 신규 확진자의 약 40%가 무증상이며, 중환자 비율은 5% 수준에 불과합니다.

여기에 전염병에 취약한 고령자들의 대규모 감염을 차단하는 데 성공한 것도 주효했다는 평가입니다.

감염자가 집중된 수도 모스크바시는 러시아 전체 확진자가 1천명 이하 수준에 머물던 지난달 26일부터 65세 이상 고령자와 지병이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자가격리에 들어가도록 조치한 바 있습니다. 이후 다른 많은 지역도 유사한 조치를 취했습니다.

현재 러시아에선 전체 감염자의 15% 정도만이 65세 이상 고령자인 것으로 파악됩니다.

조기 자가격리 조치를 통해 일단 감염되면 위험할 수 있는 고령자들의 발병을 사전 차단함으로써 치명률을 낮출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