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3일(현지시간)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에서 마스크를 낀 한 남성이 어둡고 텅 빈 도심 광장 `푸에르타델솔`을 지나고 있다. [사진 출처 = 엘 파이스] |
하루 하루가 피해의 '정점'이기를 바라지만 날마다 속수무책인 상황만 이어지면서 정부는 국가봉쇄령을 2주 연장했다. 사망자가 하루 800명 넘게 추가된 지난 주말에는 시민들에게 '2주간 출근 금지령'도 긴급 발표했다.
↑ 코로나19로 인해 한 병원 앞에서 마스크를 끼고 부둥켜 안으며 슬픔을 나누는 스페인 시민들. [AFP·DW = 연합뉴스] |
↑ 29일(현지시간) 미국 존스홉킨스 의대가 각 국 보건부 발표와 추가 소식을 종합한 자료를 보면 이날 스페인 확진자는 8만명을 놀파했고, 사망자는 7000명에 이른다. 오른쪽 아래는 3월 하루 단위 스페인 코로나19 추가 사망자 수. [그래프 출처 = 엘 파이스] |
↑ 코로나19 피해가 집중된 수도 마드리드 일대는 30일(현지시간) 부터 매일 정오 때마다 사망자와 유가족을 위로하기 위해 1분간 묵념의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사진 출처 = 이사벨 디아즈 아유소 마드리드 주지사 트위터] |
코로나19사태가 스페인에서 눈에 띄게 심각해진 이유는 무엇일까.
첫 확진자를 기준으로 볼 때, 스페인은 이탈리아와 상황이 살짝 다르다. 공식적으로 스페인 내 코로나19감염은 이웃 나라인 이탈리아와 독일을 통해 시작됐다.
스페인 전역을 통틀어서 보면 첫 확진자는 스페인령 카나리아제도로 여행온 독일인 관광객이다. 국립미생물센터(CNM)는 카나리아 제도 산세바스티안 마을에서 독일 여행자가 이상 증세를 보였고 지난 1월 31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유럽인들이 즐겨찾는 관광지인 카나리아에서는 이후에도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 주 출신 의사 등이 여행 도중 확진 판정을 받기도 했다. 롬바르디아는 이탈리아 내 코로나19감염이 집중된 지역이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눈에 띄게 늘어나기 시작한 건 2월 중순 이후부터다. 현지 엘 파이스신문에 따르면 지난 달 20일 스페인 시민이 세비야의 한 병원에서 양성 판정을 받아 본토 확진 첫 사례가 됐다. 62세인 이 남성은 남부 안달루시아 지역 우엘바 거주 시민으로 몇 주 동안 스페인 밖으로 나간 적이 없다고 밝혀 사회를 긴장시켰었다. 이후 수도 마드리드를 비롯해 발렌시아 지역과 카탈루냐 지역 바르셀로나 등에서 확진자가 하나 둘 나오기 시작했다.
↑ 지난 2월 19일 이탈리아 북부 밀라노에서 열린 `스페인 발렌시아 vs 이탈리아 아틀란타` 간 유로피안 챔피언스리그 축구 경기 관중석 풍경. [사진 = 게티이미지·AFP·미국 CNN] |
두 번째 주요 사건은 지난 11일부로 마드리드 시내 대학 등 학교가 폐쇄된 것이다. 이를 기점으로 젊은 층이 대거 해변이나 클럽 등을 찾아 즐기는 과정에서 코로나19 감염이 확산됐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스페인은 현재 비상사태 선언에 따른 이동 제한조치를 통해 한 차에 2인 이상 타지 못하게 하고, 주말에 별장 등 스페인 내 다른 지역으로 여행을 다닐 수 없도록 제재하고 있다.
세 번째로는 페드로 산체스 총리가 인정했듯이 연방정부와 '독립'을 외치는 카탈루냐 지역 정부간 정책 협조가 이뤄지지 않은 점도 꼽힌다. 카탈루냐는 바르셀로나가 위치한 지역이다.
하지만 다소 의아한 점도 있다. 스페인은 시민이 건강한 나라인데 코로나19 치명률이 높다는 점에서다. 블룸버그가 유엔 등 자료를 토대로 세계 169개국을 분석한 '2019 건강 국가지수(Healthiest Country Index)'에 따르면 스페인은 지난해 이탈리아를 제치고 전세계 1위를 차지(이탈리아는 2위)했다.
지난 2010년 다른 나라들은 공공·의무 의료비 비출 비중을 점점 늘려왔지만 스페인은 이탈리아와 함께 오히려 줄었다. 2010년 당시 스페인의 GDP대비 공공·의무 의료비 지출 비중은 6.7%였는데 2018년에는 6.2%로 0.5%포인트 줄어든 셈이다. 스페인은 2010년 당시 남유럽 PIGS(포르투갈·이탈리아·그리스·스페인)으로 꼽히면서 재정위기를 겪었다. 하지만 지난 2015~2017년 동안 매년 3%넘는 성장을 하면서 위기를 어느 정도 극복했고, 2018~2019년에도 매년 2%이상 성장해 지난해 유럽중앙은행은 '스페인이 유로존 경제 성장률을 떠받치고 있다'고 평하기도 했다. 경제가 나아진 것에 비하면 공공 의료 부문은 오히려 뒤쳐진 셈이다.
↑ 지난 26일(현지시간) 펠리페 6세 스페인 왕이 마드리드 대형 박람회장 이페마(Ifema)를 찾아 군인들이 박람회장을 병실로 바꾸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오른쪽은 이미 지어진 이페마 내 응급 병실 일부. [사진 출처 = 왕실·로이터·스페인 엘 파이스] |
다만 스페인은 공공 의료 시스템이 한계에 치달았다. 지난 17일 산체스 총리가 '15일간 민간 의료기관 국영화'를 선언한 데 이어 '의료인 5만명 현장 참여'(졸업하지 않은 의대·간호대 학생 포함)를 요청한 상태지만 공간도, 장비도 부족하다.
↑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역 알메리아 소재 토레카르데나스 종합병원 풍경. 병상(침대)가 부족해 휠체어에 앉은 채로 입원한 코로나19 환자들이 줄지어 진료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화장실과 욕실도 덩달아 포화상태다. [사진 출처 = 스페인 엘 문도] |
↑ 28일(현지시간) 스페인 사라고사 공군기지에서는 A400M 수송기가 중국 의료 장비를 실어오기 위해 상하이로 떠났다. 중국산 불량 진단 키트 논란에도 불구하고 당장 의료 물품이 필요해서다. [사진 출처 = 엘 파이스] |
사망자가 속출하면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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