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릴랜드주 St.에드워드 교회의 스캇 호머 신부가 교회 앞 주차장에서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차량 안 신도를 맞고 있다. [사진 = Catholic Standard newspaper] |
신도를 생각하는 마음은 같았지만 방법은 달랐다.
신부는 교회 문밖으로 뛰쳐나와 주차장 한 켠에서 종일 나무 의자에 앉아 차를 몰고 온 신도와 대화를 나눴다.
미국 메릴랜드주 보위의 한 신부가 이 같은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지역민들에게 위안을 선사해 잔잔한 화제를 모으고 있다.
St.에드워드교회 소속 스캇 호머 신부가 그 주인공으로, 그는 지난 14일부터 메릴랜드주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주민들에게 외부활동을 최소화하는 자가격리 조치를 내리자 고민에 빠졌다고 한다. 교회의 입장이 아닌, 신도들의 관점에서 매주 교회에 들러 고해성사를 하던 일상이 사라지면서 불안과 스트레스가 커질 것 같다는 걱정이었다.
그렇다고 밀폐된 교회에서 신도를 맞을 경우 '안전'이라는 가치를 교회 스스로 져버리고 신도를 위험에 빠뜨리는 모순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교회 의자, 손잡이 등 모든 게 감염의 위험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래서 예수님을 교회 안이 아닌, 밖으로 모시는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호머 신부는 주차장에 신도 차량이 한 대 멈출 수 있는 공간을 고깔 모양의 러버로 표시하고 자신은 운전석 쪽에서 2m 이상 떨어진 자리에 나무의자를 놓고 앉았다.
평소 교회를 열 때 만큼은 아니지만 신도 차량이 한 두 대씩 들어오면서 호머 신부와 고해성사는 물론 일상의 고달픈 현실 등 다양한 주제로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 호머 신부가 2m 이상 떨어진 거리를 두고 신도의 고해성사를 듣고 있다. [사진=폭스뉴스 캡처] |
신도들을 위해 창의적인 생각이 필요했다는 호머 신부에게 폭스뉴스 앵커가 "주로 어떤 대화를 나눴느냐"고 묻자 그는 "자세한 얘기는 할 수 없다"면서도 "(코로나19 사태로 자가격리된 상황에서) 이 분들이 누군가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는 말씀을 많이 하셨다"고 전했다.
교회 밖에서 신도들과 만나는 호머 신부의 발상은 메릴랜드주 다른 교회들에도 영감을 선사해 확산되는 흐름이다. 이날 트위터에서는 메릴랜드주 힐크레스트 하이츠 지역의 한 교회 신부가 호머 신부와 비슷한 방식으로 길거리에 고깔 러버를 설치하고 운전석과 자신이 앉은 의자 사이에 임시 칸막이를 설치해 고해성사를 듣는 사진이 올라왔다.
↑ 메릴랜드주 힐크레스트 하이츠 지역의 한 교회 신부도 호머 신부와 비슷한 방식으로 길거리에서 신도로부터 고해성사를 듣고 있다. [사진=트위터 @frmattfish 캡처] |
이 교회 페이스북 안내문에서 "(좋은 일을 하는 방식에서도) 사람 대 사람 간 접촉을 최소화하는 창의적 방법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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