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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달만 문 닫으면 안될까…"2주 안에 네 번째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된 18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관계자가 추락하는 주가 전광판을 지켜보며 두 손을 모으고 있다. 당분간 딜러들의 절규섞인 표정은 볼 수 없게 된다. NYSE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23일부터 거래소를 폐쇄하고, 전자거래만 유지하기... |
18일 저녁 유럽중앙은행(ECB)가 '7500억 유로(약 1030조원) 규모 판데믹 긴급 부양책'을 발표하면서 선물시장에서 다우존스 지수가 500포인트 오르는 등 약간의 반전이 있지만 시장 급등락이 큰 '코로나 장세'에서 불안감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하루 전날 17일, 미국판 재난기본소득이 담긴 재무부의 1.2조 달러 규모 '코로나 재정' 발표에도 불구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자랑해온 미국 증시는 모래성처럼 무너졌다. 이날 오전 11시30분께 열린 트럼프 대통령의 '중대한 기자회견' 을 기점으로 증시 대표 3대 지수가 급격히 낙폭을 키우면서 1단계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돼 시장이 15분간 마비됐다.
거래 재개 후 우량주 중심 다우존스30지수(-6.30%)는 1만9898.92포인트를 기록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2017년 1월 수준으로 돌아갔다. 대통령이 자신의 경제 치적으로 내세운 '다우존스 2만 포인트'장벽이 무너진 결과다.
미국 월스트리트 증권가는 중국 코로나19에 대한 공포와 불안 속 유동성 함정에 다가서고 있다. 이날 18일 월스트리트의 전설적 투자거물 빌 애크먼(53)은 CNBC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지옥이 오고 있다. 지금 당장 증시를 일시 폐쇄해야 한다. 이 방안을 선택하지 않으며 우리가 알고 있는대로 미국은 끝날 것이다"면서 1달간 증시 폐쇄를 주문했다. 애크먼은 칼 아이컨과 라이벌인 '행동주의 투자자'로 이름 날렸던 퍼싱스퀘어 홀딩스 창립자다.
애크먼은 또 "우리의 자본주의는 18개월 간의 셧다운 상태로는 도저히 작동할 수 없다. 다만 증시가 30일간 셧다운하면 자본주의가 돌아갈 것"이라면서 증시 폐쇄가 최선책임을 강조했다. 그가 언급한 18개월은 미국 방역 당국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한 미국 내 코로나19판데믹 최소 확산 기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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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발 코로나19 판데믹 공포가 미국 경제를 휩쓴 가운데 마스크를 쓴 한 시민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앞을 지나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미국 증시는 네번째 1단계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돼 15분간 거래가 마비됐다. [출처=게티이미지·AFP·CNBC] |
다만 유동성 함정 유려가 끊이지 않는다. 각 국 중앙은행과 정부가 '구조대'로 등장해 빅스텝(0.5%포인트) 금리인하·코로나 긴급재정을 통해 시장에 돈을 쏟아붓고 있지만 금융시장을 떠받치는 실물 경제가 이제 막 악화일로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미국 투자분석업체 어필리에이츠 창립자인 롭 아르노씨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인터뷰에서 "지금 뉴욕 증시는 사재기로 화장지가 동난 가게와 같다"면서 "안전자산으로 통하는 금·은 가격마저 무너진 것은 이게 바로 유동성이 공포 속으로 사라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투자자들은 안전자산으로 통하는 금과 미국 국채마저 내던지듯 팔아 현금으로 바꾸고 있다. 18일 미국 10년물 국채금리 수익률(1.226%)은 전날보다 2.53% 떨어졌다. 코로나19 공포감 탓에 사람들이 국채를 팔자 가격이 떨어진 결과다. 채권 수익률이 떨어진 것은 채권 가격이 하락했음을 의미한다. 같은 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 4월물도 전날보다 3.1%떨어졌다. WSJ에 따르면 '월가의 공포지수'인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가 18일 한 때 10%정도 급등한 85포인트 선까지 오르기도 했다. VIX는 2008년 11월 금융위기 당시 80.74포인트로 최고치를 찍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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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일 오전 11시30분(현지시간)께 열린 트럼프 대통령의 `중대한 기자회견` 을 기점으로 증시 대표 3대 지수가 급격히 낙폭을 키우면서 1단계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돼 시장이 15분간 마비됐다. 최근 기자회견을 자주 여는 트럼프 대통령도 뉴욕 증시 구조대가 되지는 못했다. [출처=백악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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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멕스 카드는 소비심리 위축 우려 탓에 폭락했다. 중국발 코로나19탓에 수많은 사람들이 바깥 활동을 하지 못하는 가운데 실직 위기에 내몰린 탓이다. 웰스파고투자의 스콧 렌 글로벌시장 수석전략가는 "11년간의 미국 장기 호황 동안 특히 최근 호경기를 이끌어온 것은 소비자들이었다"면서 "코로나 때문에 소비자들은 집에 들어 앉아 돈을 쓰지 않으려 하고 있으며 대통령 등의 발표는 소비 심리 회복을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을 낸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2016년 대선 표밭이 됐던 '러스트 벨트'(미국 중서·북동부 산업지대) 중 자동차 제조업의 심장인 디트로이트에서는 코로나 확산과 이에 따른 판매량 위축을 이유로 공장이 속속 문을 닫으면서 일자리 대란이 예고됐다. 18일 GM(18일 주가 -17.32%)과 포드(-10.18%), 피아트크라이슬러 (FCA·-9.20%)도 3월 30일까지 생산을 중단한다고 발표한 데 이어 같은 날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은 직원 1명이 코로나 양성반응을 보여 가동이 중단됐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북미지부 최고경영자(CEO)는 "소비 심리 위축 탓에 이달 판매량이 작년 3월 대비 15% ~ 20%줄어들 것이고, 4월은 50%급감할 것 같다"는 전망을 냈다고 이날 CNN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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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주 중심S&P500(-5.18%·2398.10포인트)도 별 수 없이 하락했다. 미국 대형 은행들이 기업 등에 대한 자금 공급을 위해 자사주 매입(buy back)을 중단한다고 선언한 여파가 이어지면서 시티은행(-9.49%)이 폭락했고, 유가가 18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글로벌 석유사 엑슨모빌(-10.02%)도 곤두박질 쳤다. 18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24.4% 추락한 배럴당 20.37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 가격은 지난 2002년 2월 이후 18년 만에 가장 낮다.
기술주 중심 나스닥(-4.70%·6989.84포인트)도 지난 2018년 1월 2일 이후 처음으로 6000선으로 무너졌다. 중국발 코로나19 속 온라인 쇼핑 기대감 속에 아마존(+1.23%)과 이날 2020년형 아이패드 프로(iPad Pro)와 맥북 에어(MacBook Air) 등 신제품을 깜짝 선보인 애플(-2.45%)이 그나마 선방했다. 하지만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 시의 '코로나19 비상사태 선언'에 따라 결국 공장 가동이 힘들게 된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16.03%)가 추락했고, 마이크로소프트(-4.21%)도 하락세를 보이면서 나스닥 지수도 급락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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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발표하는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과 옆에서 이를 쳐다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출처=EPA] |
서킷 브레이커는 정규장에서 증시 급락에 따른 혼란을 막기 위해 거래를 일시 중단시키는 제도다. 지난 1987년 10월19일 미국 다우존스 지수가 22% 급락한 '블랙 먼데이'를 겪으면서 이후 런던·도쿄·홍콩 등 주요 증시가 차례로 무너진 아픈 경험을 토대로 도입됐다.
서킷브레이커는 3단계로 이뤄져 있다. 1단계는 S&P 500지수가 7%이상 하락하는 경우 발동돼 15분간 거래가 중지된다. 2단계는 미국 동부시간 오후 3시25분 이전에 해당 지수가 13%이상 급락하는 경우 발동돼 거래가 15분간 중단된다. 3단계는 해당 지수가 20%이상 폭락하는 경우 거래일의 나머지 시간 동안 거래가 중단된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시간이 약'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중국발 코로나19 치료제가 나오지 않는 한 정부와 중앙은행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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