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시국에 이러시면 안됩니다’ 영국 KFC는 지난 달 말 선보인 신규광고에 시민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당분간 방송을 중단하기로 했다. [사진 출처 = KFC]
"손가락을 쪽쪽 빨 정도로 맛있는걸요! (it's finger lickin good)"
듣기만해도 저절로 군침이 도는 KFC의 이 같은 광고슬로건을 당분간은 볼 수 없다.
미국 경제전문매체 CNBC는 17일(현지시간) 코로나19사태로 고민에 빠진 영국 KFC가 당분간 해당 문구를 광고에 쓰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영국 KFC 대변인 측은 전날 "이 광고를 지금 내보내는 것은 옳지 않을 듯 하다"면서 "정말 자랑스러운 광고지만 지금으로선 잠시 중단하고 추후를 기약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CNBC는 "사람들에게 음식을 먹는 도중 손가락을 핥도록 권하는 영상이 지금 시국에 최선의 조언은 아닐 것"이라며 "(광고 모델들이) KFC의 프라이드치킨을 맛있게 먹은 뒤 탐스럽게 손가락을 빠는 장면은 코로나 사태를 의식해 일시 중단됐다"고 전했다. 지난 달 말 KFC가 이 같은 새로운 광고를 선보이자 150명이 넘는 시민들이 영국 광고표준위원회(ASA)에 분노성 항의를 쏟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 60년 넘은 KFC의 전통 슬로건. "손가락을 쪽쪽 빨 정도로 맛있다!"고 쓰여있다. [사진 출처 = KFC]
'손가락을 쪽쪽 빨 정도로 맛있다'는 캐치프레이즈는 1956년 미국 패스트푸트 업체인 KFC가 만들어 사용해온 유명 문구다. 반세기가 넘도록 140여개국의 전세계 매장에서 기업 브랜드를 대표해왔다. 그러나 최근 유럽 및 미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온라인 내에서도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쏟아진 것으로 보인다. 세계보건기구(WHO)를 비롯한 전문가들은 손씻기를 철저히 하고 개인적인 만남을 자제하라는 위생 수칙을 권고해왔다. 한 시대를 풍미한 기업의 광고문구마저도 코로나19 사태를 피해갈 수 없었던 셈이다.
↑ 미국 초콜렛 브랜드 허시도 최근 포옹하는 장면이 담긴 광고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사진 출처 = 허시]
그런가하면 미국 초콜렛 브랜드 허시는 최근 야심차게 공개했던 광고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당초 영상에는 낯선 사람에게 허시초콜릿을 나눠주면서 포옹을 이끌어내고 악수를 하는 등 제품의 따뜻한 이미지를 강조하는 모습이 담겨있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지자 제품 자체에 초점을 맞춘 홍보영상을 대신 내보내기로 했다. "사람들이 서로 끌어안는 장면을 광고에 넣는 것은 현재로서 큰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다"고 CNBC는 전했다. 글로벌 맥주브랜드 쿠어스 라이트도 3월 신제품을 내놓는 과정에서 "재택 근무할때 딱 좋은 맥주"라는 홍보 메시지를 추진하다가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영국 광고표준위원회(ASA)는 지난 3일 시민들에게 코로나19에 대한 공포를 조장하는 마스크 광고를 금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실제로 위원회는 자사 마스크를 홍보하는 과
정에서 "바이러스가 빛의 속도로 퍼지고 있다"거나 "이럴때일수록 정신적인 평화가 중요하므로 마스크를 사야한다"고 부추긴 인터넷 판매업자의 광고를 제한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보가 잘못됐을 뿐만아니라 합리적이고 타당한 이유 없이 두려움을 발생시킨다"는 이유에서였다.
[고보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