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가 현지시간으로 어제(11일) 마침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해 세계적 대유행을 뜻하는 '팬데믹'을 선언함에 따라 구체적으로 어떤 용어인지 궁금증을 낳습니다.
AP 통신과 영국 일간 가디언,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외신이 정의한 팬데믹의 뜻과 기능, 실질적인 영향, 과거 사례 등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습니다.
◇ 팬데믹이란?
WHO에 따르면 팬데믹이란 사람들이 면역력을 갖고 있지 않은 새로운 질병이 예상 이상으로 전 세계에 퍼지는 경우를 말합니다.
해당 질병이 얼마나 심각한지와는 무관하게 얼마나 광범위하게 퍼졌는지가 팬데믹 여부를 가리는 기준이 됩니다. 따라서 증상이 가벼운 질병도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기만 한다면 팬데믹 선포 기준에 부합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19도 아직은 치사율이 얼마나 되는지 판단하기 어렵지만, 과거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보다는 훨씬 낮을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팬데믹 선포가 반드시 이 병의 무서움을 보여주는 조치는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또 아무리 환자가 많이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특정 지역에서만 지역 전파가 일어나고 다른 대륙에서는 유행하지 않는다면 팬데믹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즉 중증도와 환자수만으로 팬데믹을 정의하는 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일반적으로 WHO는 팬데믹을 선포하기 전에 다른 대륙들에서 지속적인 지역사회 발병이 일어나는지를 살펴봅니다. 뚜렷한 연결고리가 없는 감염자가 나오기 시작할 때가 주민 전반에 걸쳐 감염이 확산된다는 신호인데, 이것이 바로 팬데믹 선언의 핵심 기준이라는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코로나19는 이미 WHO가 구분하는 4개 권역에서 확산한 상태라고 AP는 보도했습니다.
◇ 팬데믹 선포하면 어떻게 되나
사실 팬데믹 선언은 상징적인 의미여서, 여기에 따라서 WHO나 각국 정부가 새로운 행동을 취할 의무는 없습니다.
NYT는 "팬데믹 선언은 아무런 법적 의미가 없고 어떠한 새 조치도 부과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심지어 WHO는 지난 2009년 신종플루 때 팬데믹을 선포한 이후 '2개 혹은 그 이상의 WHO 권역에서 신종 병원체의 지속적인 사람 간 전염'이라는 팬데믹의 기존 정의를 더는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WHO 대변인은 코로나19에 언제 팬데믹을 선포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과거의 분류 시스템을 사용하지 않는다"며 팬데믹 공식 선언 절차는 없어졌다는 취지로 답변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용어를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각국 정부가 더욱 엄격한 여행 및 무역 제한과 같은 비상 절차와 준비 계획을 발동하는 것을 촉발할 수 있다고 AP는 진단했습니다.
마이클 라이언 WHO 긴급대응팀장은 팬데믹 용어의 사용은 "단지 더 공격적이고 집중적인 행동을 위한 계기일 뿐"이라면서 "세계가 질병과 맞서 싸우도록 충격요법을 주기 위한 노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럼에도 WHO가 그동안 이 용어 사용에 민감한 태도를 보였던 것은 전 세계적으로 공포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었다고 AP는 분석했습니다.
◇ 팬데믹 과거 사례는…2009년 신종플루 이후 처음
WHO가 팬데믹을 선포한 가장 최근 사례는 지난 2009년 일명 '돼지독감'으로 불렸던 H1N1 신종인플루엔자 사태였습니다.
당시 WHO는 신종플루가 약 6주 동안 수많은 국가로 확산되자 팬데믹을 선언했습니다.
그러나 신종플루는 이제 계절마다 정기적으로 발병하는 일반 독감과 같은 풍토병(endemic)이 된 것으로 평가받습니다.
WHO가 선포하지 않더라도 새로운 전염병이 전 세계적으로 퍼진 과거 사례는 대체로 팬데믹으로 분류됩니다.
WHO가 공식 선포하지는 않았지만 1968년 홍콩 독감이나 1957년 아시아 독감 등도 팬데믹으로 불립니다.
이번 선포의 경우에는 WHO가 코로나바이러스 종류에 대해 처음으로 팬데믹으로 규정한 사례라고 AP는 전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