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가 현지시간으로 오늘(11일)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한 가운데 유럽 대륙에서 코로나19 감염자 수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확진자 수 1만 명을 넘긴 이탈리아에서는 이날 하루만 신규 확진자가 2천 명 이상 늘었으며, 프랑스·스페인·독일 등에서도 누적 확진자 수가 무서운 기세로 늘고 있습니다.
이에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이날 스위스 제네바 WHO 본부에서 열린 언론 브리핑에서 "코로나19를 팬데믹으로 특징지을 수 있다고 평가한다"며 팬데믹을 공식 선언했습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기자회견에서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인구의 60∼70%가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해 감염될 것이라고 한다"며 "확산 속도를 늦춰 보건 체계에 과부하가 걸리지 않도록 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 이탈리아서 확진자 2천313명 증가…북유럽서도 증가세
유럽 각국 정부 및 통계 기관에 따르면 유럽 내 코로나19 확산 중심지인 이탈리아의 누적 확진자 수는 1만2천462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전날 대비 무려 2천313명(22.7%) 증가한 것으로, 지난달 21일 북부 롬바르디아 주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일일 기준 신규 확진자 수가 2천명을 넘은 것은 이날이 처음입니다.
사망자도 전날 대비 196명(31%) 증가한 827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이 수치 역시 하루 기준 신규 사망자 기록(168명)을 하루 만에 경신한 것입니다.
누적 확진자 수 대비 누적 사망자 비율을 나타내는 치명률도 WHO가 파악한 세계 치명률(3.4%)보다 배 가까이 높은 6.6%로 상승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이날 497명이 추가 감염돼 누적 확진자 수가 2천281명으로 늘었습니다. 이는 이탈리아에 이어 유럽에서 두 번째로 많은 수치입니다.
사망자 수는 15명이 늘어 모두 48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스페인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가 사흘 만에 세 배 가까이 늘어났습니다.
스페인은 지난 8일 코로나19 확진자가 총 589명이었으나 이날 2천222명으로 급증했습니다. 불과 사흘 만에 확진자가 세 배에 가까운 260%나 늘어났습니다. 사망자도 49명으로 하루 만에 13명이 늘었습니다.
유럽 최대 경제 대국인 독일 역시 코로나19의 위협을 피해 가지 못했습니다.
이날 독일에서는 343명의 확진자가 추가됐으며, 누적 확진자 수는 1천908명으로 2천명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유럽 대륙과 분리된 섬나라 영국에서도 신규 확진자 83명이 발생해 누적 확진자 수는 456명으로 늘었습니다.
이탈리아와 국경을 맞댄 스위스에서는 155명이 추가 확진 판정을 받아 누적 확진자 수가 652명으로 늘었으며, 네덜란드의 누적 확진자 수는 121명이 증가한 503명이 됐습니다.
서유럽뿐 아니라 북유럽에서도 코로나19가 기세를 떨치는 모양새입니다.
스웨덴의 누적 확진자는 500명으로, 전날보다 145명 늘었습니다. 이날 스웨덴에서 첫 사망자도 나왔습니다. 이는 북유럽에서 코로나19로 사망한 첫 사례입니다.
노르웨이에서는 198명이 추가 확진 판정을 받아 누적 확진자 수가 598명으로 늘었으며, 덴마크의 확진자도 180명 증가해 누적 확진자 수는 442명으로 집계됐습니다.
◇ 대형행사 취소·국경 통제 등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전력
유럽 각국 정부는 대규모 인원이 모이는 행사를 취소하거나 코로나19 창궐지와 교통을 차단하는 등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이탈리아 내 코로나19 확산의 거점인 북부 롬바르디아 주지사는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에게 서한을 보내 생필품을 파는 마트와 약국, 병원 등을 제외한 모든 업소를 전면 폐쇄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북부 베네토 주지사와 피에몬테 주지사 역시 롬바르디아 주지사의 요청에 동의한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지난 9일 전국에 이동제한령이라는 '초강수'를 둔 콘테 총리는 현재로서는 추가 폐쇄 계획이 없다는 뜻을 밝혔으나,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상황이 악화할 경우 더 강력한 조처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스페인 정부는 주요 도시에서 인구 1천명 이상 모이는 행사 금지, 휴교령, 하원 의사당 1주일 폐쇄 등의 대책들을 속속 내놨습니다.
네덜란드 일부 지역에서는 프로 축구 경기와 콘서트, 카니발 등이 연기되거나 취소됐습니다.
스웨덴 공중보건국도 스포츠 이벤트나 콘서트 등 500명 이상이 모이는 대규모 모임이나 행사를 일시적으로 금지할 것을 이날 정부에 요청했습니다.
독일에서는 프로축구리그 분데스리가의 무관중 경기가 늘어나고 있다. 이번 주말 바이에른 뮌헨과 우니온 베를린 간의 경기가 무관중으로 치러집니다.
옛 서독의 수도 본에서는 이달 예정된 베토벤 페스티벌을 취소하기로 했습니다.
일부 국가는 국경 통제 강화에 나섰습니다.
스위스는 이탈리아 국경의 소규모 검문소 9곳을 폐쇄하고 양국을 오가는 차량은 대규모 검문소가 있는 주요 도로를 이용하도록 했습니다.
헝가리는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중국·이탈리아·이란·한국 등 4개국에서 오는 사람의 입국을 금지한다고 밝히고, 대학에 휴교령을 내리며, 100명 이상의 실내 행사 및 500명 이상의 야외 행사를 금지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