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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유 감산 거부로 미국 셰일산업을 뒤흔들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우측)과 반격카드를 고심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좌측). [사진 = 매경DB] |
지난 6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 셰일가스 산업에 날린 화살이 제대로 급소를 적중했다.
국제유가 하락을 막기 위한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요청에 최근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유가폭락 사태가 연출되자 당장 미국 셰일기업들이 감산과 구조조정 등 긴축경영에 돌입한 것이다. 푸틴발 유가하락 사태가 계속될 경우 천공·파쇄·수처리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미국 셰일기업들의 채산성이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당장 미국 내 가장 큰 독립 셰일업체 '다이아먼드백에너지'사가 3개의 시추작업을 중단키로 하고 관련 인력의 33%를 정리해고하는 등 대혼란에 휩싸였다.
9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물 WTI(서부텍사스산 원유)는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10.15달러(24.6%) 급락한 31.13달러에 마감해 1991년 1월17일 이후 29년만에 가장 큰 하락률을 보이는 등 상품시장의 대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셰일가스는 유정을 굴착(시추)한 뒤 원유를 회수하는 천공·파쇄·수처리(완결) 작업으로 구성되는데, 이 과정에서 막대한 비용이 투입돼 '지속가능 생산원가'가 보장돼야 한다.
지난 2016년만 하더라도 이 지속가능 생산원가는 배럴 당 50달러 초반대였다. 그런데 셰일가스에서 일확천금을 노리고 미국 기업들이 기술·생산성 향상에 막대한 투자를 하면서 현재 지속가능 생산원가는 40달러 전후로 낮아졌다. 여기에 지난 수 년간 OPEC의 감산 노력이 더해져 적정 가격이 유지되면서 미국 셰일기업들은 생산량 확대를 꾀할 수 있었다.
그런데 최근 푸틴 대통령의 감산 거부 결정으로 40달러 선이 깨지고 30달러선마저 위협받는 상황이 이어지자 미국 셰일기업들은 초긴장 상태에 돌입했다.
시장조사기관인 IHS마킷의 댄 예르긴 부회장은 "곧 유정 작업을 중단하는 상황이 나올 것 같다. 이것은 (미국 기업들에) '생존'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몇 개 회사는 산호호흡기를 껴야 할 것"이라는 경고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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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미국 원유선물(CLc1) 가격. 장중 한 때 배럴 당 27.34달러까지 떨어져 미국 셰일가스 기업들의 지속가능한 생산원가를 뿌리채 흔들고 있다. [사진 = 야후파이낸스] |
채산성을 확보하지 못한 채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고 도산하는 미국 셰일산업 상황을 간파한 푸틴 대통령이 이번 OPEC과 협상에서 감산 거부를 결정해 미국 셰일기업들의 지속가능 생산원가를 뿌리부터 뒤흔들고 있는 것이다. 국제 유가 하락으로 세계 3위 원유생산국인 러시아의 이익에 손해가 나더라도 이번 기회에 미국 셰일산업의 씨를 말리겠다는 푸틴 대통령의 무서운 셈법이 확인되는 지점이다.
컨설팅펌 '에버러스'의 이안 니보어 이사는 "셰일기업들이 직접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서는 최소 배럴당 40 달러 이하 가격이 필요하다"며 "30달러 미만으로 유지되는 것만으로 매우 치명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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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글로벌로펌 헤인즈앤분이 파악한 미국 주별 원유·가스업체 파산신청 현황. 셰일가스 최대 매장량을 자랑하는 퍼미안 분지가 위치한 텍사스주에서 파산 기업이 무려 94곳에 달해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사진 = Haynes and Boone] |
미국 현지매체들의 보도에 따르면 다이아먼드백에너지사의 경우 3개 유정의 완결 작업에 배치된 임직원의 33%를 정리해고하고 1분기에 3
그는 "이것만이 우리의 대차대조표와 투자자 배당금을 보호할 수 있는 유일한 조치"라고 덧붙였다.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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