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0개월여만에 주재한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당 서열 1순위 부서인 조직지도부 수장을 이례적으로 공개 해임하면서 내부 기강 잡기가 본격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달 29일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가 열렸다는 소식을 전하며 조직지도부장인 리만건과 농업 담당인 박태덕 당 부위원당을 해임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가운데 단연 눈길을 끄는 건 리만건 조직지도부장의 해임 소식입니다.
조직지도부장은 당 간부에 대한 인사정책을 총괄하는 최고권력기관으로, 노동당 전문부서 중 최상위 영향력을 가진 부서입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1973년 조직비서 겸 조직지도부장 자리에 오른 뒤 1980년대 후반께 측근인 윤승관에게 잠시 자리를 맡긴 것을 제외하면 2011년 사망할 때까지 조직지도부장을 겸했을 정도입니다.
통치 시스템의 '체계화'를 중시하는 김정은 시대 들어서는 위상이 주춤하는 듯했으나,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이 최근 진입할 정도로 여전히 핵심 중 핵심 부서입니다.
통신은 리만건의 해임 사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습니다.
중앙과 지방의 노동당 고위 간부들을 재교육하는 김일성고급당학교로 추정되는 '우리 당 골간 육성의 중임을 맡은 당간부양성기지'에서 부정부패가 발생했다고 언급한 것이 전부입니다.
이에 따라 '당 간부 양성기지'에서의 부정부패 사건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거나 당 인사정책을 총괄하는 부서 수장인 리만건에 대해 책임을 물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됩니다.
함께 해임된 박태덕의 경우에도 먹고 살기 어려운 북한 현실에서 부정부패 현상이 가장 많이 벌어질 수 있는 농업을 총괄했었다는 점도 이런 분석에 힘을 싣고 있습니다.
해임 사유가 무엇이든 간에 북한의 권력 구조상 모든 당 핵심 간부에 대한 인사권은 물론 처벌권까지 관장하는 조직지도부장을 공개적으로 해임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입니다.
그만큼 김 위원장이 제재 장기화로 인한 경제난과 코로나19 대응이라는 악재 속에서 자칫 동요할 수 있는 민심을 다잡는 동시에 간부들에게는 '경고 메시지'를 분명히 한 것이란 분석이 나ㅇㅂ니다.
김 위원장이 회의에서 '부정부패 사건'을 다루며 "비(非) 당적, 반(反)인민적, 반사회주의적 행위들에 강한 타격을 가하신 다음 모든 당 일군(일꾼)들과 당 조직들이 이번 사건에서 심각한 교훈을 찾으라"고 말한 대목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됩니다.
통신은 리만건의 후임은 언급하지 않았는데, 추후 김 위원장의 공개 활동 보도 시 수행 간부의 호명 순서 등을 통해 확인될 것으로 추정됩니다.
아울러 이번 정치국 확대회의에서는 평양시 당위원장에 김영환, 양강도 당위원장에 리태일, 개성시 당위원장에 장영록이 임명됐습니다.
최근 북한이 각 지역별로 '경제 정면돌파전'을
한편, 김영환의 전임인 김능오 전 평양시 당위원장의 경우 정치국 확대회의 사진에서 참석자 명패가 확인됐지만, 그의 구체적인 직함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