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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일(현지시간) 볼리비아 군 관계자가 이날 상원 의장에 이어 볼리비아 임시 대통령임을 선언한 헤아니네 아녜스 상원 부의장에게 대통령 휘장을 씌워주고 있다.[사진 출처 = EFE] |
12일(현지시간) 오후 4시 50분께 야권 소속 상원 부의장인 헤아니네 아녜스(52, 민주연합당·UD)가 스스로 임시 대통령임을 선언했다. 이날 오후 4시 볼리비아 의회가 수도 라파스에서 긴급 회의를 연 지 불과 한 시간 여만의 일이다.
같은 날 저녁 아녜스 부의장은 소수 의원이 출석한 의회에서 기립 박수만 받으며 "지금은 헌법 170조 상 대통령의 부재가 명백한 상황이기 때문에 내가 임시 대통령이며 지금 바로 취임한다"고 한 후, 무리요 광장 소재 불탄 대통령 궁으로 옮겨 발코니에 서서 "나라 안정과 평화를 위해 무슨 일이든 할 것이며 빨리 대선을 다시 치를 것"이라고 밝혔다.
야권은 일단 환영 의사를 표했다. 지난 10월 20일 대선에서 야당 후보로 출마해 모랄레스 사임 대통령(1위)과 겨뤘던 카를로스 메사 (2위, 좌파혁명전선당·FRI) 전 대통령은 아녜스 임시 대통령에 축하 인사를 전했다. '볼리비아의 트럼프'로 불리며 야권에서 대선 불복 시위를 주도해온 엘리트 기업가 출신 루이스 페르난도 카마초(산타크루즈 시민위원장) 도 "13일 자정을 기해 산타크루즈 시민 파업을 중단한다"면서 환영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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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일(현지시간) 긴급 소집된 볼리비아 의회는 에보 모랄레스 사임 대통령 사직서와 임시 대통령 승계 승인 의결을 하지 못했다. 상·하원을 통틀어 각각 양원 2/3의석 이상을 점한 사회주의운동당(MAS, 모랄레스 사임 대통령 소속당)이 보이콧에 들어간 상태여서 정족수를 채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진 출처 = CNN영... |
아녜스 부의장은 헌법 상 임시 대통령직을 승계할 순번이 아니다. 이 때문에 이날 12일 헌법 재판소로부터 긴급 판결을 받아내 판결을 근거로 대통령직을 승계했다. 볼리비아 법에 따르면 대통령 부재 시 승계 1순위는 부통령, 2순위는 상원 의장, 3순위는 하원 의장이다. 다만 1~3순위 해당자가 사퇴 압박 속에 물러났고 아녜스 부의장은 의회 의결없이 공석인 상원 의장직을 승계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현지 언론과 로이터 등 외신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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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일(현지시간) 헤아니네 아녜스 볼리비아 임시 대통령이 수도 라파스 시 무리요 광장 소재 불탄 대통령 궁 발코니에 서서 "나라 안정과 평화를 위해 무슨 일이든 할 것이며 빨리 대선을 다시 치를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에보 모랄레스 사임 대통령은 멕시코에 도착해 장외 여론전에 나섰다. 후안 카를로스 우아라치... |
12일 오전 11시께 험난한 여정 끝에 망명지 멕시코에 도착한 모랄레스 사임 대통령은 장외 여론전에 나섰다. 그는 트위터와 기자회견을 통해 "아녜스 부의장은 정족수도 안 되는 의회에서 헌법을 어기고 취임한 것이다"라면서 "이건 군과 정치인이 손잡고 꾸민 역사상 가장 교활하고 혐오스러운 쿠데타"라고 비난했다. 또 "나는 살아 숨쉬는 한 쿠데타와 싸울 것이며, 이번 망명은 돌아올 게 확실한 여행(periplo)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 갈라선 이웃나라들…브라질 '국경 폐쇄' vs 아르헨, '볼리비아 쿠데타 규탄'의회 소집
이웃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은 '친미·보수 vs 반미·보수' 성향으로 갈려 서로 다른 입장을 내고 있다. 11일 모랄레스 사임 대통령이 탄 멕시코 공군기는 저녁 21시 30분께 볼리비아를 출발했지만 중도 우파가 집권한 페루·에콰도르 등이 영공 비행 허가를 제 때 내주지 않아 파라과이를 경유하는 등 복잡한 비행을 한 끝에 간신히 멕시코에 도착했다. '극우'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집권 중인 이웃나라 브라질은 볼리비아 정국 혼란을 이유로 접경지를 사실상 폐쇄한 상태다.
반면 이웃 나라 아르헨티나에서는 지난 10월 대선에서 진보 진영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전 총리가 당선돼 '핑크 타이드2.0'(Pink Tide·남미 진보 정권 집권 물결)을 알리며 모랄레스 구원 투수로 나선 상태다. 아르헨티나 의회 상·하원은 13일 긴급 회의를 열고 "모랄레스를 몰아낸 볼리비아 사태는 쿠데타이며 헌법 질서 복원을 요구한다"는 내용의 결의를 통과시킬 예정이라고 현지 파히나12·클라린 등이 12일 전했다.
'두 대통령 정국'을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에서는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모랄레스는 망명했지만 대통령"이라면서 지원 사격에 나섰다. 그는 "오늘(12일) 모랄레스와 전화하면서 힘내라고 했다"면서 "우리 나라 블라디미르 파드리노 로페스 국방 장관에게 말해서 볼리비아 최고사령관 윌리엄스 칼리만 장군더러 쿠데타를 멈추라고 할 것"이라고 밝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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