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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4일 오전(현지시간) 제74차 유엔총회에서 미국의 적성국들을 향해 '전쟁 종식'에 나서자고 제안했다. 북한에 대한 직접적 언급은 작년 연설에 비해 대폭 줄었지만 메시지는 유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란을 향해 적대적 관계 종식을 제안한 직후 "같은 이유로 우리는 한반도에 대해 과감한 외교를 추구해왔다"고 운을 뗐다.
그는 "나는 김정은에게 그의 나라가 아직 손닿지 않은(untapped) 엄청난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며 "북한은 반드시 비핵화해야 한다. 우리의 메시지는 명료하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미국의 목표는 끝이 없는 전쟁을 계속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미국의 목표는 화합"이라고 덧붙였다. 북한과 비핵화 협상을 재개하기 위한 구체적 제안이 나올 것이란 일각의 전망은 빗나갔다.
지난해 9월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총회 연설을 통해 한반도 문제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을 선언했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갈등의 망령'을 '대담하고 새로운 평화의 추구'로 대체하기 위해 북한과 대화하고 있다"며 "아직 해결할 일이 많이 남아 있지만 김 위원장의 용기과 그가 취한 조치에 대해 감사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사람들이 이해하는 것보다 훨씬 더 위대한 순간에 도달했다"고도 말했다. 재작년 유엔 연설에서는 김 위원장을 가리켜 "로켓맨은 자살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맹공을 퍼부은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매년 가을 유엔총회 연설에서 내놓은 대북 메시지는 미북 관계의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올해 연설은 정치적 레토릭(수사)을 빼고 미국의 목표는 여전히 북한의 비핵화라는 간결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준에 그쳤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중국 때리기'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2001년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 승인을 얻었다"며 "우리의 리더들은 이 결정이 중국 경제를 자유화하고 지적재산권 강화, 법의 지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20년이 지난 후 이같은 이론은 완전히 틀린 것으로 드러났다"며 "중국은 개혁을 거부했을 뿐 아니라 시장 장벽, 국가보조금, 환율 조작에 의존하는 경제 모델을 유지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마이크론테크놀로지(미국 반도체 회사) 최고경영자를 만났다"면서 "중국 국영기업이 87억 달러 상당의 마이크론 디자인을 훔쳐 동일한 제품을 만들었다고 하더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WTO 개혁을 거듭 주장했다. 그는 "중국이 WTO에 가입한 뒤 미국은 6만개의 공장을 잃었다"며 "WTO는 급격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미중 무역협상에 대한 기대감은 유지했으나 대선을 의식한 적당한 타협은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양국에 도움이 되는 협상에 이르기를 원한다"며 "하지만 내가 분명히 밝힌대로 미국인들을 위해 '나쁜 거래'를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홍콩 시위에 대해 종전보다 강경한 발언도 나온 것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우리는 홍콩 상황을 주의깊게 관찰하고 있다"면서 "중국이 홍콩의 자유와 법률 시스템, 민주적 방식 등을 보호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이 이 문제를 어떻게 다루는지가 중국의 미래 역할에 대해 말해줄 것"이라고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대해선 "평화를 사랑하는 나라들이 처한 가장 큰 위협 중 하나는 이란"이라면서 "모든 나라가 이란에 대응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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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 신헌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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