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에서 16일(현지시간) 열린 오라클의 연례 기술행사인 `오픈월드` 전경 [사진제공 = 오라클]
오라클이 사용자당 40기가까지 인공지능으로 데이터베이스를 관리할 수 있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무료로 무기한 제공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데이터베이스 관리 전문기업이지만, 클라우드 사업자로서는 후발주자였던 오라클이 아마존웹서비스(AWS) 등과 같은 기존 사업자들을 추격하기 위해 파격적인 공세를 펼치는 셈이다. 오라클은 또 4만여 오라클 데이터베이스 사용 고객들이 이미 존재하고 있는 한국 시장을 겨냥해 춘천에 2번째 데이터센터를 개소한다고 밝혔다. 오라클은 정책상 데이터센터가 지역에 존재하고 있어야만 최신 소프트웨어들을 공급할 수 있다.
16일(현지시간) 미국 서부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오라클 오픈월드'에서 래리 앨리슨 오라클 창업자 겸 CTO는 "항상 공짜(Always Free)로 운영되는 오라클 자율운영 데이터베이스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존에도 오라클은 데이터베이스 관리에 특화되어 있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300달러까지 공짜로 제공하고 있었다. 사용량에 따라 과금되는 클라우드 서비스 특성상 사용자들은 데이터 이용량이 300달러가 넘어가는 순간, 돈을 내야만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사용자 당 20기가 짜리 데이터베이스 2개를 관리할 수 있는 클라우드 공간을 무기한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에 따라 데이터가 많지 않은 기업이나, 학교에서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실험을 하는 이들이나, 일반 데이터 사이언스 과정에서 수업을 듣는 이들은 오라클의 '올웨이즈프리' 자율운영 데이터베이스를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게 됐다. 게다가 오라클은 이 무료 데이터베이스에 최신 인공지능 기술을 담기로 했다. 예를 들어 해당 DB를 활용해 업무를 많이 하면 할수록 인공지능이 알아서 업무목록을 만들어 주는 기능이 기본적으로 탑재돼 있다.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코딩을 하지 않고도 앱을 만들 수 있는 소프트웨어 ’APEX’도 공짜로 제공된다. 오라클은 '올웨이즈프리'에 포함되지 않는 유료 클라우드 소프트웨어들도 한달 동안 500달러 범위 내에서 무료로 제공해 주기로 했다. 기존에 300달러였는데 500달러로 무료 제공범위를 넓힌 것이다. 앨리슨 창업자는 "아마존은 이렇게 (많은 클라우드 서비스를) 공짜로 제공해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래리 엘리슨 창업자는 또 내년말까지 전 세계에 36개의 데이터 센터를 추가로 개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재 오라클은 전 세계에 16개 데이터 센터를 운영하고 있는데 20개를 15개월 내에 추가하기로 한 것이다. 특히 한국에 이미 존재하고 있는 서울 데이터센터 외에 춘천에 추가로 하나를 더 만든다고 이날 발표됐다. 탐송 한국오라클 사장은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프라스트럭쳐는 더 이상 큰 부가가치를 주지 못하는 상태에 왔다"며 "오라클의 경우 데이터베이스 소프트웨어에 강점을 갖고 있었고 한국에 이미 오라클 데이터베이스를 쓰고 있는 고객들이 지배적인 만큼, 이를 활용한 클라우드 서비스가 강점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오라클에 따르면 클라우드 서비스 1위 사업자인 아마존의 경우 전 세계에 25개의 데이터센터를 운영 중이다.
오라클은 이 밖에도 2020년에 새로 내놓을 데이터베이스 클라우드 서비스도 공개했다. 앤디 멘델슨 오라클 수석부사장은 2020년 출시할 계획인 오라클의 새로운 클라우드를 소개하면서 인텔이 새롭게 개발한 메모리 규격인 ' 옵테인'을 활용해 메모리 내에서 데이터베이스를 바로 처리하는 서비스 '퍼시스턴트 메모리'(Persistent Memory)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디스크 공간을 사용하지 않고 메모리에서 데이터베이스를 처리하면서 속도를 높이는 이 기술은 오라클 뿐만 아니라 SAP 등에서도 이미 제공하고 있었지만 오라클은 인텔의 새로운 메모리 규격 '옵테인'을 활용해 기존 클라우드 서비스 대비 속도를 크게 향상시켰다고 밝혔다. 앨리슨 창업자는 "퍼시스턴트 메모리를 적용한 결과 (오라클의 클라우드 서비스는) 아마존 웹서비스보다 50배 빨랐다"고 말했다. 오라클은 또한 2020년에 블록체인 기술을 데이터베이스에 포함시킬 예정이라고 밝혔다. 예를 들어 블록체인을 활용해 데이터베이스를 쌓고 있는 수많은 프로젝트들도 오라클 클라우드를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오라클은 또 마이크로소프트(MS)와 협업을 통해 MS의 애저 클라우드와 오라클의 클라우드를 연동시켰다고 밝혔다. 미국 동부에서 두 기업의 데이터센터 연동이 이미 끝났고 16일(현지시간)부터 런던에서 연동이 시작됐다. 탐송 한국오라클 사장은 "장기적으로 한국도 연동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MS의 '애저'를 쓰고 있던 이들도 한번의 로그인으로 오라클의 데이터베이스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수 있다. 반면 오라클 클라우드를 쓰고 있던 사람들은 오라클 데이터베이스 위에 올라가 있는 데이터들을 MS의 분석 소프트웨어들로 분석 할 수 있게 된다.
한국오라클 관계자는 "본사에서 실제로 이처럼 광범위하게 오라클 클라우드 서비스를 무료로 공개할지 몰랐다"고 말했다. 오라클은 전통적으로 데이터베이스를 쉽게 관리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온 회사다. 특히 한국에서는 은행 소매사업자 등을 비롯해 약 4만개 정도의 오라클 데이터베이스 소프트웨어 고객사들이 존재하
고 있다. 그러나 오라클은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에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에 비해 뒤늦게 진입했기 때문에 클라우드 고객은 6000개 정도로 많지 않았다. 이 때문에 자신의 강점인 데이터베이스 관리와 분석 기능을 기반으로 클라우드 고객 확대에 나서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리콘밸리 = 신현규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