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조원 급 회계 비리'의혹에 휩싸인 미국 전기·전력회사 제너럴일렉트릭(GE) 주가가 10%이상 빠지는 곤혹을 치르고 있다. 미국 내에서 전문적으로 금융 사기를 폭로해온 해리 마코폴로스가 15일(현지시간) 'GE, 엔론보다 더한 사기꾼'이라는 고발 보고서를 통해 GE가 보험사업 부문에서 400억 달러(약 48조 5760억원) 규모 초대형 회계 부정을 저질렀다고 발표한 데 따른 것이다.
↑ GE회계부정비리 폭로 보고서. [출처 = gefraud]
이날 뉴욕 증권시장에서 GE주가는 장중 11%대의 폭락세를 보였으며, 글로벌금융위기가 휩쓸던 2008년 4월 이후 가장 큰 낙폭이라고 현지 CNBC 등이 전했다. 전체적으로 뉴욕증시가 미국 소비 지표 예상 밖 호조에 힘입어 '8월 14일의 패닉'에서 잠시 벗어나 상승 반전한 것과 대비된다.
마코폴로스가 15일 발표한 175 페이지짜리 GE보고서는 한 마디로 GE가 금융 당국과 시장에 사기를 쳤다는 얘기다. 그는 보고서를 통해 "7개월 간 조사 결과 GE는 엄청난 손실을 숨기고 있었으며 회계 부정 규모는 최소 380억 달러인데 이 돈은 GE시가총액의 40%에 이른다"면서 "380억 달러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뿐이고, GE는 엔론이 써먹은 속임수를 따라했기 때문에 우리는 이번 사건을 '젠론(GEron)'으로 불러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또 "특히 GE 장기 보험에 가입한 사람들이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손실이 더 커질 수 있고 이런 즉각적인 손실로 GE 재무제표가 파괴될 것"이라면서 "GE는 노인장기요양보험 사업에서 가입자들 고령화로 290억 달러를 준비금으로 채울 필요가 있고 그 중 185억 달러는 현금으로 즉시 준비해야 하며 나머지 105억 달러도 2021년 1분기까지 마련해야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마코폴로스는 2008년 미국 사상 최악 금융사기 행각인 버너드 매도프의 '폰지'(다단계 금융사기) 사건을 폭로한 재무 분석가다.
↑ GE회계부정비리 폭로 보고서. [출처 = gefraud]
마코폴로스가 언급한 엔론은 미국 사상 최대 회계부정 스캔들을 일으킨 미국 에너지 대기업이다. 회사는 파생상품 투자로 입은 15억 달러 손실을 회계 장부에 반영하지 않는 식으로 손실을 숨기고 실적은 부풀려서 주주와 투자자를 속인 사실이 2001년 적발됐다. 당시 시가총액 680억 달러에 이르던 공룡기업 엔론이 한순간에 무너지면서 투자자 2만여명이 130억 달러를 날렸고 수천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GE도 엔론과 유사하게 투자손실을 장부에 적지 않고 장기보험 관련 부채는 적게 반영했다. 마코폴로스는 이번 GE조사를 하면서 GE주가 하락에 베팅한 헤지펀드와 손잡았다고도 밝혔다. 그는 "GE는 비행기 임대 부문 등에서도 속임수를 썼다"면서 "GE는 넥스트 엔론(next Enron)"이라고 강조했다.
↑ GE브랜드 로고 [출처 = GE]
한편 GE는 마코폴로스의 말이 허위 주장이라고 반응했다. 회사는 성명을 통해 "그와 얘기하거나 접촉한 사실이 없고 보고서를 보지도 않았지만 그의 주장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할 수는 없다"면서도 "우리가 들은 바로는 완전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GE는 현재 미국 법무부와 증권거래위원회(SEC) 조사를 받고 있는 상태다. 전력사업 부문에서 220억 달러 규모 영업권 상각 등 문제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 지난해 10월 임명된 래리 컬프 GE최고경영자(CEO). [출처 = GE]
한편 래리 컬프 GE최고경영자(CEO)는 자사 비리가 폭로된 15일 200만 달러 어치 회사 주식을
사들였다. GE가 이날 SEC에 제출한 바에 따르면 컬프 CEO는 주당 7.93달러 주식 25만2200주를 매수했다. 결과적으로 이날 시간 외 거래에서 GE의 주식은 2.5 %반등했고, 한 주 동안 컬프 CEO의 GE주식 보유 규모가 2배 늘어났다고 CNBC가 전했다.
[김인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