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처음으로 주식시장에서 자금모집을 승인한 토큰 프로젝트가 나왔다. 그동안 SEC는 암호화폐 애널리스트드를 고용하는 등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화폐 상장에 대해 많은 관심을 쏟아왔다. 그러나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의 상장을 반려하는 등 암호화폐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보여왔으나, 결국에는 토큰 공개를 승인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들에 따르면 SEC는 10일(현지시간) 블록스택이라는 스타트업이 2800만달러 (약 330억) 규모로 발행을 준비한 디지털 토큰에 대해 주식공개(IPO)에 준하는 발행허가를 내렸다. SEC는 '레귤레이션A+'라는 절차에 의해 허가를 내렸는데 이는 5000만 달러 이하의 자금을 12개월 내에 모집하는 경우 주식발행에 준하는 규정을 지키지 않아도 증권시장에서 기업들이 자금을 모집할 수 있도록 허락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이 절차에 따르면 토큰에 대해 공개적으로 검증만 받으면 SEC와 미국 연방법이 규정하는 주식상장 요건을 갖추지 않아도 상장이 가능하다. 기업들이 일자리를 창출하기 좋으라고 작은 규모의 자금을 모집할 때 상장절차를 편하게 해 준 일종의 '미니IPO'인 셈이다. 블록스택은 이 절차를 통해 토큰을 공개하기 위해 약 10개월 가량의 준비절차를 거쳤다고 밝혔다. 이 절차를 통과했다면 누구나 해당 자산(암호화폐)를 구입할 수 있다.
SEC로부터 이 절차에 대한 승인을 받은 블록스택은 현지시간으로 11일부터 웹사이트를 통해 해당 토큰을 판매할 계획이다. 비록 IPO에 준하는 허가이긴 하지만 해당 토큰을 소유하고 있는 이들은 블록스택의 지분을 소유할 수 있게 되는 것은 아니다. 대신 토큰구매자들은 블록스택이 만든 블록체인 기반의 소프트웨어 속에서 해당 토큰을 화폐처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결국 이번 블록스택의 토큰공개는 2017년 이후 폭발적으로 늘어났던 미등록 암호화폐 공개를 합법화한 버전"이라고 표현했다. 블룸버그는 "블록스택의 (토큰) 공개는 2017년 이후 규제 때문에 한동안 줄어들었던 암호화폐 시장의 구멍을 메우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며 "토큰데이터라는 기관의 통계에 따르면 2019년 1분기에만 ICO(암호화폐 공개)로 인해 1억 1800만 달러가 모집됐는데, 이는 전년 동기 69억달러에 비해 크게 줄어든 수치"라고 보도했다. ICO의 감소를 메울 수 있는 물꼬가 이번 SEC의 결정을 계기로 터질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는 셈이다. 이미 다른 블록체인 프로젝트 한 곳도 블록스택과 같은 방식으로 자금모집을 준비하고 있다.
한편 블록스택은 2013년 설립됐으며 SEC의 규정에 의해 토큰을 공개하기 위해 10개월의 준비작업을 거쳤다고 밝혔다. 설립자인 무닙 알리와 라이언 샤 두 사람은 드라마 '실리콘밸리'의 자문역으로 일하기도 했으며, 500만달러 규모로 벤처캐피탈로부터 투자유치를 받기도 했다.
[실리콘밸리 = 신현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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