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배상판결으로 불거진 한일간 갈등을 이유로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을 기습적으로 발표하며 가뜩이나 꼬여있는 양국관계는 더 격랑으로 빠져들게 됐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1일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 조치를 공식 발표했다. 우선 4일부터 반도체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패널 제조 과정에 필수적인 화학물질인 포토레지스트(PR)와 불화수소(에칭가스), 플루오린폴리이미드 등 3개 품목의 한국 수출을 포괄수출허가에서 개별수출허가로 변경했다. 또 전략물자 등 수출 과정에서 관련 절차를 간소화해주는 국가를 지정한 이른바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정령개정에 대한 의련수렴도 시작한다고 경제산업성은 밝혔다.
경제산업성은 "수출관리제도는 국제적 신뢰관계의 토대위에서 구축되는 것이나 관계성청의 검토결과 일한간 신뢰관계가 현저히 손상된 상황"이라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강제징용 배상 등을 둘러싼 양국간 관계 악화가 이번 수출제한 조치의 직접적 원인이란 얘기다. 이어 경산성은 "신뢰관계를 기초로한 수출관리를 유지하는 것이 곤란해졌으며 한국과 관련된 수출관리에 부적절한 사안이 발생했던 일도 있어 수출관리제도를 엄격히 운용키로 했다"고 덧붙였다. 일본이 한국에 직접적 피해를 줄 수 있을 수준의 경제보복에 나선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PR 등에 대한 수출절차가 개별수출허가로 바뀌면 일본 기업은 수출할 때마다 일본 정부의 허가를 얻어야 한다. 일본 언론에서는 해당 절차에만 90일 가량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이와 관련해 "일본 정부에선 이들 물질에 대한 한국 수출 신청이 오더라도 허용하지 않을 방침이어서 사실상 수출금지에 해당한다"고 보도했다.
PR과 에칭가스는 반도체 제조과정에 필수적인 화학물이며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제조에 활용된다. 두 제품 모두 일본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이어서 재고 소진 이후엔 생산 차질이 예상된다. 현재 우리 기업들의 해당 물질 재고량은 2~3개월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있다.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될 경우엔 해당 물품에 대한 수출시 모두 일본 정부의 사전 승인이 필요하다. 지금까지엔 사후적으로 보고하면 됐던 절차가 크게 복잡해
일본 정부가 공식적으로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을 선언하고 나서면서 양국간 갈등 심화는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우리 정부는 일본 측이 경제보복에 나설 경우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바 있다.
[도쿄 = 정욱 특파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