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트릭 섀너핸 전 미국 국방장관 대행의 갑작스러운 자진사퇴 뒤에는 폭력으로 얼룩진 고통스러운 가정사가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섀너핸 대행은 현지시간으로 18일 성명을 내고 "장관 인준절차를 이어가면 내 세 아이들이 우리 가족사의 아픈 시기를 다시 떠올려야 하고, 아무는 데 여러 해가 걸렸던 상처를 다시 들춰야 한다"며 사퇴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그는 "아이들의 안전과 행복이 내게는 가장 우선"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섀너핸 대행의 사퇴 소식을 전하기 직전 미국 일간 USA투데이는 미 연방수사국(FBI)이 섀너핸이 연루된 과거 가정폭력 사건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정식 장관 임명을 앞두고 검증 작업이 본격화하면서 자신의 가정사가 다시 들춰질 것을 우려해 장관 후보에서 물러나기로 한 것입니다.
미국 언론들의 보도에 따르면 섀너핸 가족이 폭력 사건에 휘말린 것은 2010년이었습니다.
섀너핸 대행과 자녀들을 직접 인터뷰한 워싱턴포스트(WP)는 섀너핸이 항공사 보잉의 부사장으로 승승장구하던 무렵부터 전 아내 킴벌리가 점점 괴팍해졌다는 자녀들의 말을 전했습니다. 킴벌리는 추수감사절엔 식탁 위의 음식을 모두 바닥에 던지기도 했고 딸이 섀너핸 대행을 위해 만든 생일 케이크를 던지기도 했습니다.
2010년 8월엔 큰 딸과 싸운 아내가 침대에 누워있던 섀너핸 대행의 얼굴을 주먹으로 내리쳤다고 섀너핸 대행은 전했습니다. 경찰 기록 등에 따르면 이후 킴벌리는 남편의 옷을 창밖으로 던져 태워버리려고 했습니다.
킴벌리는 이후 직접 경찰에 전화해 남편이 자신의 배를 때렸다고 신고했지만 집에 도착한 경찰은 코피를 흘리고 얼굴에 상처가 있는 섀너핸을 확인하고 킴벌리를 가정폭력 혐의로 입건했습니다.
이후 섀너핸은 킴벌리와 이혼했고, 세 아이 양육권은 킴벌리가 갖게 됐습니다.
2011년 11월 또 한 번의 사달이 났습니다.
경찰 보고서에 따르면 킴벌리가 당시 17살이던 아들 윌리엄이 36살 여자와 사귄다고 의심하면서 둘은 거친 말싸움을 벌였습니다.
그러던 중 윌리엄이 킴벌리를 밀친 후 야구 방망이로 여러차례 머리를 가격했습니다.
킴벌리가 흥건하게 피를 흘린 채 쓰러진 사이 윌리엄은 킴벌리나 남동생이 신고하지 못하게 전화선을 끊고 집밖으로 나갔습니다. 남동생은 이웃집 전화를 빌려 신고했고 킴벌리는 두개골과 팔꿈치가 골절돼 수술을 받았습니다.
집을 나간 아들 윌리엄은 아버지 섀너핸 대행에게 전화했습니다.
곧장 플로리다로 날아온 섀너핸은 아들과 호텔에 들어간 후 회사에 연락해 변호사를 구했고, 사건 나흘 후에 아들과 함께 경찰에 가서 자수했습니다.
섀너핸 대행은 아들의 행동이 정당방위였다는 주장을 담은 문서를 전 부인 측에 전달하는 등 윌리엄 구명에 힘썼습니다.
윌리엄은 최종적으로 소년원 생활 18개월과 보호관찰 4년의 처분을 받았지만 이후 처벌이 감경됐고, 이후 워싱턴대에 들어가 지난해 졸업했습니다.
세 자녀 모두 어머니 킴벌리와는 연락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2017년 섀너핸의 법무부 부장관 임명 청문회 당시 세 자녀가 모두 그의 뒤에 앉았으며 의원 중 누구도 그의 가정사에 대해 묻지 않았다고 WP는 전했습니다.
섀너핸 대행은 이날 WP와의 인터뷰에서 "좋은 가족에게 나쁜 일이 생기기도 한다. 정말 비극"이라며 옛 사건을 들추는 것이 "아들의 인생을 망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그는 다만 "어머니를 공격한 아들의 행동이 자기 방어라거나 정당화할 수 있는 행동이라고는 생각한 적 없다"며 "폭력은 어떤 경우에도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