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8월 끝 모를 폭락사태 이후 한동안 잠잠하던 아르헨티나 페소화 가치가 다시 40선 밑으로 떨어졌다. 2018년 여름 페소화 급락 사태와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율을 견디지 못한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이 같은 해 8월 말 기준금리를 역대 최고 수준인 연60%까지 끌어올렸음에도 불구하고 이달 들어 또다시 폭락 사태가 불거졌기 때문에 통화정책으로 대응하기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 됐다.
블룸버그 환율 데이터를 보면 7일(현지시간)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달러 대비 아르헨티나 페소화 가치는 42.43페소를 기록했다. 지난 5일(39.83페소)이후 가치가 6.53% 추락한 결과다. 7일 하루에만 아르헨티나 페소는 4%급락했다. 이날 장중 43.4페소까지 떨어져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2001년 이후 가치가 최저 수준이었다고 현지 언론 엘 파이스가 보도했다. 지난 해 9월 말 41.3페소까지 떨어진 후로 회복세를 보이는 듯 하다가 6일에 다시 40선으로 주저 앉았다.
당장 들 수 있는 이유로는 인플레이션과 대선 불확실성이라는 것이 글로벌 금융시장 분석이다. EFE와 파이낸셜타임즈(FT)는 "오는 10월 대선을 앞두고 불확실성이 불거진 데다 기록적인 물가 상승률이 페소화를 끌어내렸다"고 7일 보도했다. 실제로 아르헨티나 통계청(INDEC)이 지난 달 14일 발표한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해 1월 대비 49.3%에 이른다. 이는 1991년 이후 최고치라고 현지 언론 클라린이 전했다.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이런 물가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나라 빚을 줄이기 위해 공공요금 인상 작업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페소화 가치가 더 오를 기미가 안 보여서다.
이런 가운데 대선 불확실성도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을 끌어당겼다. 마우리시오 마크리 대통령(제53대·2015년~현직)은 국제통화기금(IMF)이 요구하는 재정긴축 작업을 단행 중이지만 서민들의 삶이 각박해지자 인기를 잃어 올해 10월 대선에서 재선 승리를 이룰 가능성이 낮아졌다. 현지에선 '포퓰리즘' 정책을 내걸었던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제44·45대 재임 2007~2015년) 전 대통령이 유력한 차기 주자로 거론되는 중이다. 지난 달 이후 시민들 시위도 부쩍 불거졌다.
지난 6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수정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글로벌 경제성장률을 3.3%로 기존보다 낮춰잡은 것도 글로벌 시장 투자 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 아르헨티나는 OECD 회원국이 아니지만, 세계경제 둔화 위기감이 가중되면서 경제 상황이 취약한 국가부터 여파가 닥친 셈이다.
앞서 지난 해 8월, 아르헨티나 정부는 IMF와 500억 달러(약 55조5800억원)에 달하는 구제금융 조기집행에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페소화가 추락 행진을 이어간 바 있다. 당시 페소화 가치 급락세가 이틀 연속 이어지자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특별 통화정책위원회를 열고 통화가치 하락에 따른 자본 유출과 연간 31%에 달하는 물가상승을 막기 위해 기준금리를 기존의 연 45%에서 60%로 대폭 인상한 바 있다.
아르헨티나는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외채가 249억 달러(약 27조6500억 원) 규모다. 그런데 페소화 가치가 계속 급락하면 달러로 표시된 부채 규모가 눈덩이 처럼 불어나게 된다. 글로벌 투자은행은 바클레이즈는 지난 달 "긴축 개혁에도 불구하고 아르헨티나 경제 회복속도가 더 느려질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일반적으로 중앙은행은 '시장 수급 원리'를 우선해야 하기 때문에 자국 통화가치가 폭락한다고 해서 무조건 외환 시장에 개입할 순 없다. 아르헨티나 중앙은행도 환율이 달러 당 38.79~50.19페소 사이일 때는 시장에 손댈 수 없다.
일반적으로 쓸 수 있는 수단은 기준금리를 조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으로서는 추가 금리인상을 단행하기도 부담스러운 상태다. 금리를 자꾸 올리는 식의 긴축정책은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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