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기자로서는 사실상 처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질문해 답변을 끌어낸 미 워싱턴포스트(WP) 기자가 "김 위원장이 뭐라고 할지, 혹은 입을 열기나 할지 아무도 몰랐다"고 소감을 전했습니다.
백악관 공동 취재진의 일원이었던 데이비드 나카무라 WP 기자는 오늘 (현지 시간 28일) "내가 김 위원장에게 답변을 받은 첫 외국 기자인지 모른다"며 장문의 소감을 기사로 게재했습니다.
나카무라 기자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하노이 핵 담판'을 앞두고 어떻게 하면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에게서 답변을 끌어낼 수 있게 질문을 할 수 있을지 미국 기자들끼리 논의를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습니다.
나카무라 기자는 "그들을 기분 상하게 할까 봐 두려워서가 아니었다. 오히려 우리는 어둠 속에 갇혀 있는 대신 뉴스를 알리고 싶었다"면서 "그러나 김 위원장이 무슨 말을 할지, 혹은 말을 하긴 할지 아무도 몰랐다"고 털어놨습니다.
그러면서 "기자로서 제대로 된 질문인지는 주로 답변이 얼마나 (새로운 사실을) 드러내는지에 의해 결정되는데 만약 답변이라는 행위 그 자체가 가장 문제가 되는 상황이라면 어떨까"라며 "나와 동료 기자들이 (정상회담장인) 메트로폴 호텔에 도착하면서 자문했던 질문이었다"고 덧붙였습니다.
고민에 보답이라도 하듯 나카무라 기자에게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이날 오전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앉아 있는 단독회담장에 공동 취재진과 함께 들어선 나카무라 기자는 김 위원장 쪽에 자리를 잡고 시선을 고정했습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기자의 질문에 답변을 마무리해 공백이 생긴 순간 기회가 왔음을 직감하고 김 위원장에게 "협상을 타결할 자신이 있느냐"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는 제스처까지 곁들인 것이 주효했는지 김 위원장이 통역 쪽으로 몸을 돌렸습니다. 그러고는 "속단하긴 이르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의 직감으로 보면 좋은 결과가 생길 거라고 믿는다"고 답변을 내놨습니다.
나카무라 기자는 "김 위원장이 입을 열자 디즈니 만화 같던 허울이 사라졌다"고 그 순간의 심정을 전했습니다.
백악관을 출입하고 출장에 동행하다 보면 대통령에 대한 접근도 어렵고 참모진의 통제도 상당해 '비눗방울' 속에 갇힌 느낌이 들고 거의 디즈니 만화 같은 비현실적 느낌이 들기 때문에 비눗방울을 뚫고 진정한 감정과 솔직한
나카무라 기자의 질문이 물꼬 역할을 하면서 김 위원장은 이어진 확대 회담에서 백악관 공동 취재진의 질문세례에 거침없이 답했습니다. CNN의 윌 리플리 기자는 트위터에 "나카무라 기자가 역사를 만들었다"며 "이번 일이 김 위원장과 인터뷰를 하는 계기를 열길 바란다"고 썼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