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미북 정상회담 일정이 오는 27~28일로 확정된 가운데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트럼프 행정부의 '낙관론'과 미 의회의 '회의론'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분위기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은 6일(현지시간) 보수매체인 폭스비지니스네트워크와 하룻동안 두차례 인터뷰를 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베트남 정상회담에 대해 "세계를 위한 진정한 기회"라며 "우리는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했던 비핵화 약속을 이행할 것으로 매우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비핵화가 가능하다고 믿느냐는 질문에는 "물론 믿는다"며 "김 위원장이 약속을 지킨다면 우리는 북한 주민의 더 밝은 미래를 위한 약속을 이행할 것"이라고 상응조치에 나설 뜻을 거듭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두번째 인터뷰에선 "우리는 매우 직설적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며 "북한을 압박해 이제 기회를 얻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우리가 힘을 합해 북한의 더 나은 미래를 만들 필요가 있다는 점을 이해하고 있다"며 "미국은 북한을 도울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폼페이오 장관이 제기한 낙관론의 근거는 김 위원장의 '진정성'을 믿는다는 수준이다. 물론 김 위원장을 압박하기 위한 메시지일 수는 있으나 아직까지 북한으로부터 구체적 화답을 얻지 못한 것으로 추측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반면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CNN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더 이상 핵을 가진 북한은 없다고 말했지만 (싱가포르 회담 이후)북한은 더 많은 핵을 확보해왔다"며 "이건 리얼리티 쇼가 아니다. 하룻밤에 해결될 사안도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또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당선으로 전쟁을 막았다고 말한 것에 대해 "선택적 기억일 뿐"이라며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위기가 더 고조됐던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비판했다.
애덤 킨징어 공화당 하원의원(외교위원회 소속)도 CNN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군사훈련을 지속하고 주한미군을 유지할 때 적을 협상 테이블에 앉힐 수 있다"며 "채찍이라는 선택지를 가졌을 때 협상이 가능하다. 김정은을 칭찬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2차 정상회담 이후에도 아무런 진전이 없다면 그 때는 해결책을 찾기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 등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 상황을 경계하는 일본에서도 이번 정상회담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국내 정치에서 입지가 좁아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성급한 양보에 나설 수 있다는 염려다. 아사히신문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이전에 '대가'를 (미국이)제시할 가능성이 있다"고 7일 전망했다. 지난해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하반 과반을 잃은데 이어 연방정부 폐쇄(셧다운) 등으로 지지율이 최저 수준까지 떨어진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돌파구 마련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어 아사히신문은 미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영변 핵시설·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의 대가로 미국이 남북 경제협력을 허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미국은 비핵화 완료 전엔 제재 완화는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2차 정상회담을 앞두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회담이 1차 회담과 달리 '1박 2일'이란 점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만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는 만큼 돌발적인 합의가 이뤄질 공산도 커졌다는 얘기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잘못 판단하면 북한이 원하는 대로 흘러갈 위험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차 정상회담에서도 한국과 사전 협의 없이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을 깜짝 선언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이 이번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적인 결정을 이끌어 내는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두교서에서 북한 인권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된다. 납북 피해자 문제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 일본 정부와 시각 차이가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에서 2차 정상회담 전에 미일간 협의를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아베 신조
[워싱턴 = 신헌철 특파원 / 도쿄 = 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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